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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악몽을 꿨어요

by 진실한토마토 2013. 7. 17.

얼마전 아이앞에서 남편과 부부싸움을 했다. 물건을 던지거나 욕을 퍼붓진 않지만 언제나 그렇듯 아빠보다 조금 더 감정적이 되곤 하는 엄마 때문에 고백하건데 우리의 부부싸움은 꽤 격정적이 될 때가 있다. 물론 우리도 다른 부모들처럼 가급적이면 아이가 자리에 없을 때나 잠들었을 시간을 이용하는데 워낙 셋이 움직이는 집안이라 좀처럼 두 사람만의 시간이 나기 어렵고. 어쩌면 나의 육아 마인드를 보고 눈치챘겠지만 난 기왕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즐기는 편, 물론 다툼은 과거형일때라야 비로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행복하다'라고 말 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 다툼은 비슷한 패턴으로 시작하고 끝나며 하루 이상을 넘기는 일은 그닥 없기에 지금 당장의 문제로 여기지 못하는 것일지도. 일단 부부싸움 패턴에 대해선 다른 포스트에서 써 볼 예정이니 여기까지. 

 

이보다 더 사소할 수 없기에 이유는 차마 못 밝히고 아무튼 그 날은 유난히 심했던 언쟁,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빠른 시간안에 화해모드로 복구한 우리였지만 아이는 이미 잠들어버리고. 잠들면 좀처럼 깨지 않던 아이가 그 날은 한밤중에 깨어나 무섭다고 엄마를 찾는거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 내가 물었다.

 

엄마: 시은아, 어제 무슨꿈 꿨어?

시은: (딴에 끔찍한 표정을 짓는다) 응, 악몽을 꿨어.

엄마: 어떤?

시은: 집에 불이 났는데 처음엔 아빠가 나를 구해줬는데 나중엔 방으로 들어가버리는거야.

엄마: 엄마는?

시은: 엄마는 아빠보다 먼저 방으로 들어가버렸어.

 

이런 세상에. 내가 아빠와 다툴때 화가나서 방문을 닫고 그 자리를 피했던 것이 그리 표현된 것일까.

 

엄마: 그랬구나, 정말 무서웠겠다. 그런데 꿈은 진짜야 가짜야?

시은: 꿈은 가짜야. 나중에 엄마랑 아빠가 와서 다시 나를 구해줬거든.

 

요 대목은 잘 이해를 못했지만. 아무튼 끝은 해피엔딩이란 뜻 같긴 해도 불이 났다는 끔찍한 상황에서 평소에 가장 좋아라하는 엄마가 제일 먼저 사라져버리고 그나마 시은이를 구해줬던 아빠마저 방으로 들어가버렸다니. 이보다 더한 악몽이 어디있을까!

 

아빠도 엄마도 인간이니 때론 다투고 또 때론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도 아이와의 소통을 통해 '사후복구'만 잘하면 된다고 자만한 것이 이런 결과를 가져 온 것이다. 게다가 그날은 그럴 여유마저 없었고 그나마도 그런 아이의 마음을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나는 아이에게 미안하고 또 부끄럽다. 

 

지난번 애칭 부르기 미션은 남편과의 언쟁 불발 전 혹은 경미한 정도의 다툼에 이미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는데 '아이 앞에서는 다투지 않기'라는 고전적인 가르침을 바탕으로 아무래도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할까보다. 물론 부득이한 경우라면 소통을 통한 사후 감정복구가 좋은 방법이 되어주겠지만 그것도 이젠 더이상 최선이 아닌 차선의 방법인걸로.  

 

부부싸움 전략에 대해서도 다른 포스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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