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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맞아, 네가 안이쁘다면 안이쁜거야

by 진실한토마토 2013. 7. 22.

어느 아침 등원전 옷을 고르면서.

 

엄마: 시은아, 옷입자.

        오늘은 바지입는 날이야, 치마입는 날이야.

 

여자아이들의 특성상 치마만 입으려하는 바람에 격일로 반바지를 입기로 아이와 약속한 터.

 

시은: 치마 입는 날이지.

엄마: 그렇구나, 어떤 치마 입을래?

 

마침 장마철이라 마른 치마중 시은이가 좋아하는 치마가 없다.

 

시은: (시큰둥) 저 치마!

엄마: 요치마는 집에서 입는 잠옷이잖아, 시은아.

시은: 그래도 요거 입을래.

엄마: (다른 치마를 가리키며) 요건 어때? 요거 입은지 오래됬다.

시은: 싫어, 요거 안이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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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이건 내 자유잖아요'를 외치는 녀석은 요즘 짜증이 많다. 게다가 시은이 엄마는 더이상 시은이를 '아가'처럼 토닥이지도 않는다.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스스로 해내도록 격려하고 친구들 사이에도 이젠 더이상 끼어들어 중재하지도 않는다. 아이의 의견을 더 많이 물어보고 존중하는 반면 그 결과에 따른 책임도 아이의 몫임을 알려준다. 덕분에 시은인 전보다 의젓해졌지만 반면 사람과 세상에 대한 평가와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 아이를 지켜보고 너그러움의 수위를 조절하는 것도 엄마의 몫, 내 아이가 자라는 순간 순간이 내겐 도전과 배움의 기회인 것은 분명하다. 

 

엄마: 그래? 안이뻐?

 

나는 이제 "엄마가 보기엔 이쁜데"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렇게 말하면 아이는 "그건 엄마의 생각이죠, 옷은 내가 입는거구요"라고 말할것이 뻔하니. 한번은 다그치듯 내게 "엄마 다음부턴 내 옷은 내가 고르게 해 주세요" 했던 기억이.

 

엄마: 맞아, 네가 안이쁘다면 안이쁜거야. 이 옷은 네 옷이고 옷을 입는 사람도 너지.

시은: (편안한 표정이다)

엄마: 그런데 사람은 입고싶은 옷만 입을순 없어, 어린이는 더더욱 그렇고.

        이 옷들은 엄마 아빠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너에게 사준 옷이야.

        게다가 네가 고르기도 한 옷이고.

        엄마 옷장에도 여러가지 옷들이 있는데 그 중 좋아해서 자주 입고싶은 옷이 있지만,

        실증이 나 맘에 들진 않아도 종종 입어야하는 옷도 있어.

        시은이 옷도 그래, 더러워졌거나 작아 못입는 옷 빼고는 옷장에 옷들은 입어줬음 좋겠어.

        시은이가 엄마만큼 크면 옷을 사는것도 골라서 입는것도 네 맘대로 하면되.

        지금은 엄마말을 들어줬음 좋겠어.

        

 

다행히 여전히 녀석은 엄마의 길고긴 설명에 설득되는 편이지만 솔직히 난 내가 요런 '말장난'을 언제까지 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는 부분도 없잖아 있다. 삶의 어떤 부분은 설득이 될 일이 아님을 알기에. 그래도 언젠가 내가 시은이를 말로선 당해낼 수 없는 때가 온다면 그때는 아마도 아이의 선택을 믿어줘야 할 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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