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투덜이다.
때때로 세상은 터무니없이 불합리하고 인간은 비열하고 나약하기 짝이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남편이 조금 더 잘나서 돈을 잘 벌어왔으면 좋겠고 세상 기준에 아이가 월등해서 으쓱해지고싶다는 욕심이 없다면 그것은 거짓이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온종일 토해내도 부족할 만큼의 불만이 내 안에 쌓여있고 그것은 종종 건드리기만 해도 터질 것 같은 활화산이 된다. 그렇다. 나는 괜찮다는 말은 순 뻥인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결코 불행하지 않다. 우울하지만 꼭 우울하지만은 않고 슬프지만 슬픔이 다는 아닌것 같다. 부족한 것 같다가도 이만하면 됬지 싶고 세상에서 가장 슬픈 얼굴을 하다가도 엉뚱한 웃음을 지을 수 있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가 싶어 당장 죽을 것 같은 순간에도 밥은 넘어가고 몸은 배설물을 토해낸다. 사실은 그래도 살만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린 왜 행복하지도 않을까. 행복과 불행은 단지 내 마음이 기우는 방향에 불과한데 이는 바꿔 말하면 내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행복을 선택할 것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그 과정은 모두 다를테지만 나는 인간이면 누구나 어느 정도의 심리적 회복 탄력성이 있다고 믿는다. 즉 넘어지면 일어나고 다치면 치료하는 것이 인간이다. 제 아무리 세상이 나를 매몰차게 밀어내도 난 그 안에서 손바닥만한 내 역할을 찾아낼 것이고 때때로 불행과 행복이 기쁨과 슬픔이 동시에 내 마음에 머무는 것도 허용해야한다. 그것은 사실 꽤 자연스러운 일이기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그래도 행복하다. 지금도 남편과 끊임없이 다투지만 나는 남편을 꽤 사랑하고 세상 기준에 아이는 조금 부족해도 즐겁고 건강한 아이가 난 대견하기만하다. 그리고 그 어느날 이 모든 것이 잠시 무너져 행복하지 않다고 느껴지면 나는 또 괜찮지 않다고 말하겠지만 이 또한 지나갈것이란 진리를 잊지않을 것이다. 나는 투덜이고 불만은 또다른 관심이다. 난 불만없이는 사람도 세상도 사랑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원래 긍정론이 좀 얌체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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