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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엄마의 고백_110824

by 머니위너 2013. 7. 17.

36m+

 

 

어제는 시은이 유치원 가기전 신체검사가 있던 날이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피검사를 한다고 혈액채취를 하는데,

 

아빠말이 몹시 힘들어했단다

 

종종 어리광을 피울때 징징거리긴 해도 울지 않는 아이인데,

 

15 정도를 자지러지게 울었다고 하니 말이다.

 

 

 

아빠에게 들은 내용으로 추측해보건데,

 

아이들이 많아 줄을 오래 것도 있지만,

 

피가 나오는 것을 보고 무척 놀란듯하다.

 

간호사가 혈관을 못찾는다고 시간을 지체하기도 했고,

 

줄서있던 아이들이 모두 겁먹어서 울었던 탓도 있고,

 

게다가 필사적으로 주사바늘을 거부하는 아이를,

 

간호사도 아빠도 하물며 아줌마도 강제로 팔을 붙잡고 결국 피를 뽑았다고 한다.

 

약도 한번 강제로 먹인적이 없는 아이인데 말이다.

 

시은이 주변은 엄마던 아빠던 아줌마던,

 

언제나 무엇이든 친절하고 충분하게 설명해주던 사람들 뿐이였는데,

 

이런 상황이 시은이는 무척 낯설고 공포스러웠던 하다.

 

 

 

퇴근후,

 

 

 

힘들다며 침대에 누워있는 아이에게 다가가니 아이가

 

마치 어른처럼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낀다.

 

 

 

시은: (입을 삐죽삐죽 터지는 울음을 참으며) 엄마, 아까 어디 갔었어?

 

엄마: (안스럽다) 엄마, 오늘 출근했었잖아.

 

시은: (원망스러운 눈빛이다) 그때, 안왔어~ 시은이 무서웠잖아.

 

엄마: (…) 아빠 있었잖어, 아빠가 엄마 대신이지~.

 

시은: (울음을 터트리며) … 엄마 시은이 좋아하잖아아~

 

엄마: (…안아주며) 엄마가 없어서 슬펐구나.

 

시은: ( 서럽게 운다) 시은이 속상했는데에~

 

엄마: (문득 속상하다는 말은 어디서 배운걸까라는 생각) 속상했구나, 미안해

 

시은: (엉엉 운다) 엄마 시은이 속상해…, 시은이 힘들어엉엉

 

     

 

그렇게

 

마음만 아팠던 아이는 결국 열이 오르더니,

 

다음날인 오늘은 결국 병원에 다녀와야했다.

 

이번달 편도선이 부은것이 재발한듯 하다.

 

 

 

기운없이 자는동안 신음소리 내듯 무섭다고 잠꼬대하는 아이가..

 

안스러워서 견디기가 참 힘들었다.

 

 

 

세돌이 지난 시은이를 보며 엄마로써의 나를 반성해본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시은이는 한번 예방접종을 엄마와 함께 갔다.

 

평소 아빠 시간이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아이가 아플때면 낮시간엔 주로 아빠가 병원에 데리고 갔고,

 

자주는 아니였지만 엄마가 주말에 종종 출근해야 때면,

 

시은이는 아빠와 단둘이 영화를 보던 공원에 가던 해야했다.

 

그럴때면 미안하고 안스러운 맘이야 있었지만,

 

언제나 아빠가 엄마를 대신할 있다고 믿었고,

 

매일매일 정시 출퇴근하며 퇴근후 시은이와 열심히 놀아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이에게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해왔다.

 

육아정보를 수집하고 관련서적을 펼쳐보는 것도,

 

육아에 대한 열띈 토론을 벌여보는 것도,

 

물론 아이가 주제였고 아이와의 관계를 위한 일이였지만,

 

사실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위한 이유가 컸던게 맞다.

 

그리고 그밖에도 일이 너무너무 많다고 나는 생갔했고,

 

시은이에게 시간을 할애하는 부분은 지극히 제한적이였다.

 

넘치면 줄이고 부족하면 채우는,

 

부끄럽게도 나는 그렇게 아이에 대한 사랑을 조절하고 있었던 같다.

 

 

 

시은이에게 이기적인 엄마였던 것이다.

 

 

 

나는 내가 일하는 엄마가 되는 순간부터,

 

아이와 충분히 함께 있어주지 못한다고,

 

미안한 마음에 아이에게 빈번히 물질적인 보상을 해준다거나,

 

아이의 말이라면 무조건 받아주며 예의범절을 가르치지 않는,

 

정작 아이를 위한것이 무엇인지를 망각하는 그런 어리석은 상황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수십번도 수백번도 마음속 깊이 다짐했었다.

 

그렇게 나도 아이도 강하길 바랬던 같다.

 

 

 

그러다보니 아이 엄마임에도 불구하고,

 

감사하게도 다른 한손의 꿈을 놓지 않아도 되었고,

 

그렇게 나의 역할이 많아질수록,

 

나의 시간이 제한될수록,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느끼며,

 

지독히도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기가 싫었던 같다,

 

피치못할 현실속의 나를 해명했고,

 

마치 미안하다고 하는 순간엔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것처럼,

 

아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품지 않기 위해,

 

그간 애써 아이의 그리움 외면해왔던 것이다.

 

안그래도 예민하고 섬세한 성향의 아이인데.

 

 

 

아이에게 참으로 미안하다.

 

 

 

매일 아침 출근할때나,

 

엄마 아빠 즐겨보겠다고 외출할때도,

 

언제나 쿨하게 엄마 아빠와 뽀뽀인사를 했던 시은이였고,

 

병원에 가서도 항상 의젓하게 주사도 맞고 목검사도 했던 시은이였는데,

 

쓰디쓴 한약도 씩씩하게 받아마시던 시은이였고,

 

엄마 저녁에 책본다고 아빠랑 자라고 하면 두말없이 오케이하던 아이였는지라.

 

엄마 눈엔 마냥 씩씩하게만 보였던 시은이였기에,

 

부족한 엄마는,

 

이제 고작 세돌이 아이에게 지나치게 어른스러워질 것을 기대했던 같다.

 

 

 

하루가 지난 오늘,

 

비록 나와는 다르게 아이는 금새 밝게 웃고 떠들며 그날의 기억을 지운듯 했지만,

 

보던 아이의 원망스런 표정이 왠지 쉽게 잊혀질것 같지가 않다.

 

 

 

지금은 아이 인생의 또다른 시점,

 

이렇게 난 잠시 반성하고 쉬어가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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