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엄마 힘들지.
오늘은 아빠가 시은이 픽업하고 외출했다.
목욕물을 받으려는데,
시은이가 옆에 있어주겠다 한다.
욕실 의자를 시은이에게 양보하고,
난 쭈그리고 앉아서 시은이 욕조에 물을 받고있는데,
시은: 엄마
엄마: 응?
시은: 힘들지?
엄마: (기특한 맘에 웃으며 쳐다보는데)
엄마: 여기앉아,엄마
물론 자기 의자를 내준건 아니였고,
변기통 뚜껑을 내리고 그곳을 가르키면서..ㅎㅎ
2. 아빠들이 나와서 그래
아빠가 해준 이야기.
유치원에서 아이 픽업하고 놀아오는 길에,
시은: 아빠, 엄마 언제와?
아빠: 곧 올거야, 차가 막혀서 그래.
시은: 차가 왜 막혀?
아빠: 퇴근시간이니까.
시은: 퇴근시간인데 왜 막혀? (@.@)
아, 아빠들이 몽땅 나와서 그런거야.
* 참, 이 이야기를 들으며 난 아빠에게,
아이의 질문속 ‘왜’의 참뜻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3. 손수건
유치원 가기 전날밤,
엄마: 시은아, 내일은 어디가?
시은: 할머니네?
엄마: 아니지, 내일은 유치원 가지.
시은: …
엄마: 시은이 유치원 가는거 좋지?
시은: 좋아… (눈을 비빈다)
시은: 근데… 엄마가 보고싶어.
엄마: (내 마음도 덜컹)
흐르는 눈물을 닦는 모습이 정말 너무 슬퍼보여 가슴이 아프다.
문득,
처음으로 혼자가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하며 흔적조차 없는 기억을 되짚어본다.
나는 동화책에서 힌트를 엊어,
시은이 손에 손수건을 쥐어주며,
시은이에게 엄마가 보고싶을때면 꺼내보라고 말해주었고,
다음날 아침 일찍,
시은이는 직접 가방에 손수건을 접어넣었다.
한발짝 뒤에서 지켜보는데,
기특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4. 가끔 확인하고싶은 사랑
아빠가 싱가폴로 출장을 갔는데,
몸보다는 맘이 지치고 긴장을 했는지 입술이 심하게 부르텄다.
부르튼 내 입술을 시은이가 그만 실수로 툭 쳤는데.
엄마: 엇. (아픈 인상을 쓰며)
시은: 엄마, 입술 왜그래?
엄마: 엄마, 입술 아파 시은아.
시은: 엇, 미안미안, 시은이 몰랐어.
엄마: 괜찮아, 좀 아팠어.
시은: 나 뽀뽀하고 싶은데.
엄마: 아랫입술에다 하자.
시은: (아랫입술에 뽀뽀하며) 입술 빨리 나아야하는데.
엄마: 곧 나을꺼야, 괜찮아.
시은: 엄마가 아프면 시은이 마음이 아파.
엄마: 내일이면 괜찮아질거야, 우리 시은이가 엄마말 잘 들어주면.
시은: 엄마
엄마: 응?
시은: 엄마도 시은이가 아프면 아파?
엄마: 그럼~, 시은이가 아프면 엄마는 너무 마음이 아파서 울지도 몰라.
엄마: 그럼 안되는데, 시은이 아프지 말아야겠다.
아이도,
가끔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가보다.
사랑하는 내 아이.
네가 뛰다가 넘어지면,
엄마는 온 몸이 저려오고,
네가 감기라도 걸려서 힘들어하면,
엄마는 진심으로 진심으로 대신 아프고싶단다.
사랑하는 내 아이.
5. 엄마, 바느질 하지마.
지난밤 시은이 물려받은(친구딸에게) 바지를 좀 기워주려고,
바늘을 꺼냈다.
이쁜 바지인데 무릎에 기름때가 조그맣게 남았길래,
그곳에 예쁜 꽃을 수놓아주려했다.
그런데 바지가 좀 두꺼워서 바늘이 둔해지는 바람에,
손가락을 바늘에 찔려버린 것.
피가 동글동글 맺히는 것을 보고,
놀란 시은이 달려가서 휴지를 챙겨와 닦아준다.
이쁜아이.
그리고 밤에 잠자리에 들 때쯤(오늘은 엄마가 재우기로 함),
엄마에게 소곤소곤 하는말.
“엄마, 이제 바느질 하지마.
시은이는 가짜꽃 안좋아해.
시은이는 진짜꽃 좋아하니까, 꽃 수놓지 않아도 되.”
이쁜아이.
너 때문에 엄마는 지금 시간가는 것이 아깝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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