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돌에서 다섯돌 사이,
시은이가 가장 쉽게 눈물을 보였던 때는 뭐 사달라고 할 때도 아니고 군거질 하겠다고 할 때도 아니고 친구와 놀고 난 후 헤어짐에 아쉬워서일때였다. 그런 녀석이 요즘은 '헤어짐'에 쿨해졌다. 종종 헤어짐이 아쉬워 다른 트집을 잡으며 성을 내긴 해도 이젠 좀처럼 울지 않는다. 심하게는 두달정도 길게는 반년정도 엄마 아빠를 힘들게하더만. 그래도 역시 이해해주니 언제나처럼 넘어왔다.
그런데 요즘은 딴걸로 운다.
두가지 즐겨 우는 이유가 있는데 그 첫번째는 선생님한테 혼났다고 느껴질 때 (사실 좀 주의를 준 것 뿐) 그리고 다른 한 경우는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이고 우는 경우이다. 흠 물론 늘 그런건 아니지만 좀 완벽주의 성향이 있음은 분명하다.
예를들어,
선생님이 "시은아, 빨리 먹어야지" "시은아, 수업시간엔 집중해야지" "시은아 손 싰을땐 물을 계속 틀어놓으면 안되" 등등 지적을 해주면 아이는 속상해한다. 심할땐 울고 약할땐 우울해한다. 그런데 그냥 우울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 저 기분이 안좋아요" 한다는데 그렇게 말하면 '바쁜' 선생님은 어찌 처리해야할지 좀 막막한 듯 하다. 한두번도 아니고.
또 한가지 예로는 선생님이 농담으로 "시은이 자꾸 그렇게 떠들면 옆반으로 보낼거야" 아빠가 "시은이 얼굴에 혹났데요" 등등 진지한 말투로 이야기 할 때면 아이는 대부분 진지하게 받아들이곤 하는데 곧 "시은이는 그렇게 농담하는거 싫어요"라고 말하며 울기도하고 속상해도 한다.
그래서 아빠와 엄마 시은이는 당분간 집에서 두가지 연습을 하기로 했다. 지적하고 농담할때 쿨하게 웃어 넘기는 연습. 여느날처럼 종이에 이쁘게 적어서 식탁에 붙여놓으니 든든하니 좋다. 아이가 다짐하는 모습이 더 이쁘다.
시은: 엄마 나 은서(라는 친구)처럼 씩씩해질거야. 은서는 아무리 혼나도 울지도 않거든. 은서를 배워야겠어.
여기서 잠깐.
선생님의 표현에 의하면 꼭 한 반에 한 두명 주목받는 아이가 있는데 주로 선생님 말씀에 잘 따르고 학습면에서 타 아이들보다 많이 앞서있는 경우의 아이들, 신기하게도 그런 아이들은 선생님의 사랑에 힘입어서일까 아이들 눈에도 빛나보이는지 인기도 더 많은편이다. 그런데 은서는 그런 아이 중 한 명이 아니다. 오히려 개구져서 매일 선생님한테 혼나는 아이인데 시은이가 그 아이의 '장점'을 보고 배운다고 하니 그 모습이 난 무척 이쁘기만 하다.
일기가 제법 손에 잡힌다 요며칠. 꾸준히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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