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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신애의 편지_110617

by 머니위너 2013. 7. 17.

9월이면 시은이가 드디어 유치원에 갑니다.

 

드디어.

 

드디어.

 

아이는 어린이가 되고 엄아품에서 떠나는 첫걸음을 합니다.

 

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지난 3 가까이 시은이는 아줌마 손에서 자랐기때문에,

 

드디어 아줌마를 벗어나는구나 라는 감격에 차마 눈물이 납니다.

 

이것이 진심입니다.

 

 

 

20088,

 

시은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아이아빠와 다퉜습니다.

 

회사를 관두고 아이를 것인지,

 

입주 아줌마를 써서 직장을 놓지않을 것인지,

 

비록 마음도 답이 없었지만 회사를 관두라고 못하는 아이아빠가,

 

저는 너무나도 미웠습니다.

 

 

 

그렇게 길었던 9개월하고 일주일이 지나고,

 

시은이는 한쪽눈을 빼꼼이 뜨고선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울었습니다.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어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엄마아빠 곁으로 주어서,

 

고마워서 감격스러워서 울었습니다.

 

 

 

산후휴가를 마치고 출근하던 ,

 

아직 엄마를 알아보지도 못하는 아이를 뒤로하고,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내려오며 눈물을 철철철 흘렸습니다.

 

닦아도 닦아도 마를것같지 않던 눈물이였습니다.

 

출근하여 회사동료를 대할때도,

 

고객을 만나거나 친구를 만날때도,

 

모두 한결같은 이야기만 합니다.

 

어떻게 자기아이를 남에게 맡기냐고……

 

아무렇지도 않은척 쿨한척 하면서,

 

속으로 한참을 울었야했습니다.

 

 

 

아이는 고맙게도 건강하고 사랑스럽게 자라주었고,

 

결과적으로 저는 비교적 괜찮은 아줌마들을 만났다고는 하지만,

 

지난 3년의 시간은 언제나 제겐 살얼음같았습니다.

 

첫번째 아줌마는 경력도 풍부하고 학력도 높은편에 문화수준이 높았지만,

 

그에 걸맞는 자존심에 자기생각이 강하여 언제나 존중받기를 바랬습니다.

 

남과 한집안에서 산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요.

 

남편과 사는것도 많은 이해와 관용이 필요한데 말이죠.

 

그래도 최소한 남편은 눈치 일은 없지요.

 

하지만 아줌마는 달랐어요.

 

한집안 사람이였지만 눈치봐야하는 사람이였어요.

 

지난밤 아줌마가 기분이 좋지않아보이면,

 

다음날 집을 나설때 마음이 마음이 아니였습니다.

 

혹시라도 아이에게 짜증섞인 말을 하는것을 볼때면,

 

…… 정말 힘들었습니다.

 

 

 

아줌마들에게는 언제나 마음속의 불평등이 있는것 같더군요.

 

나와 자기를 비교하곤 했습니다.

 

무척 다른 상황에 놓인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놓고 시은이를 놓고 자신의 처지와 비교를 하며 우울해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심지어는 시은이 물건은 선물받은거고 쓰던거 물려받은거라고,

 

종종 둘러대며 말해야했습니다.

 

시은이를 보며 자기아이가 떠오르는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날들이 많아지고 자연 우울한 시간들이 생기더라구요.

 

가장 두려운건 역시나 엄마없이 보낼 낮시간이였습니다.

 

 

 

성향이 남에게 싫은말 못하는 성격이라,

 

하지만 맘에 담아놓지는 못하는 성격이라,

 

딴엔 열심히 이해하고 넘어가려했고,

 

이건 아니다 싶은때에만 어떤방식으로든 이야기를 시도했지요.

 

진심은 통하는 법인지라 매번 별탈없이 아줌마를 달래고 넘어갔지만,

 

괜찮은척해도 그랬던 시간들이 제게는 더없이 힘들었답니다.

 

 

 

그렇게 아이 다루는 기술은 있지만,

 

자존심 강하고 돈귀가 밝혔던 첫번째 아줌마가 가고,

 

두번째 아줌마가 왔습니다.

 

이번엔 직접 면접을 봐서 데리고 사람이라,

 

사람은 곧고 양심이 바른사람이였습니다.

 

교육관도 비슷한 부분이 많았고,

 

무엇보다도 아이를 존중해주는 아줌마가 좋았습니다.

 

 

 

그런데 자라온 환경이 많이 다른지라,

 

생각의 차이가 많더군요.

 

그래도 대부분 생각에 따라해주려했지만,

 

가끔씩 의견차이로 불필요한 언쟁을 해야했어요.

 

불필요했다라고 말하는 이유는,

 

바로 말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때론 생각은 같은데 아줌마가 대화에 서툴어 무심코 한마디씩 뱉던 말들이,

 

정말 가관이였거든요. ^^;;

 

그것이 자기 단점이라고 처음부터 말하긴 했지만,

 

정말 아이를 대할때와 어른을 대할때 말하는 방식이 천지차이였을뿐 아니라,

 

기분 좋을때와 그렇지 않을때의 말하는 방식에도 차이가 컸습니다.

 

극단적이고 고집스런 성격이라고 본인도 그랬지요.

 

그래도 심성이 곧고 정직한 사람이라는 것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기에,

 

믿고 쭈욱 맡겼습니다.

 

 

 

아이아빠가 출장에 가는날에는,

 

제가 일부러 시간을 쪼개서 아줌마의 말동무가 되어주었습니다.

 

아줌마의 어린시절, 학창시절, 가족들과의 사이,

 

그리고 인간관계대 대한 생각, 미래에 관한 이야기들,

 

모두모두 들어주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건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지만,

 

아줌마에게 보이고 싶었습니다.

 

세심하게 챙겨주고 관찰하여 감동을 있다면 감동을 주어,

 

마음을 다하여 진심으로 시은이를 돌봐주길 바랬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아줌마의 기분상태에 대해선 촉각이 곤두서야했습니다.

 

낮시간에 시은이와 우울한 시간을 보내지 않길 간절히 바랬습니다.

 

 

 

그렇게 힘들지만 다행스런 시간들이 지나고,

 

얼마전부터 아줌마는 둘째를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아줌마에게는 고향에 9 딸이 있는데,

 

언제나 입버릇처럼 아이에게 해준게 없고 미안해서,

 

늘상 시은이하고 비교하며,

 

나중에 둘째를 낳아 보상해주고싶다는 말을 왔습니다.

 

아줌마의 현실적인 상황을 충분히 이해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들로인해 아줌마는 무척 고민스런 시간들을 보내게되었습니다.

 

아이를 낳게되어 일을 놓게되면 수입이 없게될뿐만 아니라,

 

지출은 늘어나게 될테니 말이죠.

 

이해할 있었지만 긴시간 문제로 미간에 주름진 얼굴로 근심에 있는 모습이,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쉽지않았습니다.

 

우려했던데로 시은이에게 반응하고 있었죠.

 

아이가 묻는말에도 성의없이 대답하고 해야하는 일도 미루곤 하더군요.

 

알고 있습니다.

 

누구 말처럼 내가 잘해주어서 너무 잘해주니까 편해서 그러는거라고는 하지만,

 

그리하지 않을순 없었습니다.

 

원래 미운사람 떡하나 더주는 성격입니다.

 

게다가 그는 아이를 내가 없는 시간동안 돌봐야하는 사람이였으니까요.

 

 

 

그런데 며칠전 결국,

 

못참고 불편한 마음을 터트렸습니다.

 

몇개월 남지 않았는데 전처럼 해줄순 없겠냐고,

 

니마음 복잡한건 아는데 자제해줄 없겠냐고,

 

너도 인간인지라 우울한 시간들이 있을수 있음은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해야하는 이유는,

 

네겐 아이를 돌보는 것이 다름아닌 직업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잊지말라고.

 

그리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알고있습니다.

 

시은이가 아줌마의 위치를 알고 언제부터인가 아줌마에게 개구져졌습니다.

 

엄마는 시은이를 제압할 있는 위치에 있지만,

 

아줌마는 언제나 시은이를 따라주는 편이고 그렇지 않은날에는 땡깡을 피웠습니다.

 

엄마앞에선 곧잘 혼자서 해내는 것들을,

 

아줌마앞에선 울기도하고 화내기도하고,

 

그렇게 아줌마를 힘들게 하고 있었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습니다.

 

아이가 상처받지 않게 훈육하고 동시에 안전감을 주는,

 

아줌마에게 그런 아이를 다룰 고도의 능력을 요구할순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가지 깨달았습니다.

 

훈육이 필요한 연령의 아이에게 보모는 교육적으로 좋지 않구나 라는걸요.

 

아줌마는 아이에게 훈육을 수가 없습니다.

 

매를 수도 없고 화를 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줌마의 훈육은,

 

부모이거나 선생님이 아닌경우 아이에게 날카로운 상처가 수도 있기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줌마가 있는 최선의 훈육은,

 

아이가 했을 경우 세심하게 설명해주고,

 

그래도 안되면 그냥 울도록 내버려두는것이였습니다.

 

그것도 쉽지않은 일이죠.

 

그리고 어린 아이에게 사회적인 계급에 대해 알리고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아줌마를 존중하라고 가르치고 애썼지만,

 

집안에서 언제나 일하고 있는 사람은 아줌마이니 쉽게 이해할순 없었을겁니다.

 

아줌마도 엄마도 일을 하고 정당하게 다른사람에게 급여를 받는,

 

동등한 사람이라고 가르치기엔 아이는 아직 너무 어린듯하였습니다.

 

 

 

아무튼 저는 그날,

 

아줌마에게 맘에 품고있던 생각들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그만 3년동안 참았던 눈물을 울컥하여 보이고 말았습니다.

 

자식을 남의 손에 맡기고 걸었던 살얼음 길이,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는지,

 

하루하루가 얼마나 길고 아슬아슬했는지,

 

당신은 모를거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아줌마는 더이상 자기 해명을 하지않고,

 

내게 부끄럽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걱정말라고 남은시간 열심히 하겠다고,

 

내마음을 알아주겠다고 했습니다.

 

 

 

다음날,

 

출근하기 ,

 

다소곳이 개어놓은 옷가지 위에,

 

신애가 쪽지를 놓았더군요.

 

어제 입니다.

 

 

 

 

 

你们上班都很辛苦

 

출근하느라 힘들죠.

 

 

 

姐,我相信你说的每一句话。

 

언니, 저는 언니가 했던 모든 말을 믿어요.

 

我会好起来的(开心的)。

 

괜찮아질거예요. (즐거워질거예요)

 

同时,我希望你们每天都开开心心过。

 

그리고 저역시 언니네가 매일매일 즐겁길 바래요.

 

相信我,也相信你自己。

 

믿어줘요, 그리고 언니를 믿으세요.

 

快乐的过好每一天。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내세요.

 

姐,你知道吗?

 

언니, 그거 알아요?

 

你真的很好。

 

언니가 얼마나 좋은사람인지.

 

自信,宽容,美丽

 

자신있고 마음넉넉하고 예쁘고.

 

几乎完美。

 

거의 완벽에 가깝죠.

 

你的愿望都会实现的。

 

언니의 소망은 모두 이루어질거예요.

 

 

 

2011616

 

 

 

그렇게

 

드디어 시은이가 유치원에 갑니다.

 

이제 정말 독립시키는 기분 (이른가요?),

 

뭐랄까 자랑스러우면서도 섭섭한 마음도 듭니다.

 

 

 

시은이가 강단있는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강자에 강하고 약자에 너그럽기를 바랍니다.

 

따뜻함과 냉철함을 동시에 지니고 현명하게 대처하길,

 

하지만 무엇보다도 시은이가 행복한 아이로 자라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선 아이를 많이 웃게해야 것이고,

 

그러기 위해선 아이의 마음을 따라가야 하겠죠.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의 인생에서 엄마는 한걸음 물러나있어야겠고요.

 

문득 마음이 움직여 단숨에 글을 봅니다.

 

삶이 이렇네요.

 

달콤쌉싸름.

 

달콤쌉싸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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