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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안그러면 눈물이 나니까_120907

by 머니위너 2013. 7. 17.

다섯살 아이들은 화가 나면 곧 잘 "엄마 미워""아빠 싫어"란 말을 한다.

 

흠, 마음이 건강하다는 신호다.

 

이제 불만을 울음이나 짜증으로 표현하지 않고 기특하게도 '섭섭함'으로 알린다.

 

그리고 그 다음에 나올 행동도 뭐 뻔하다.

 

이거 안해, 저거 안해, 안먹어, 안 가, 싫어......

 

라고 말하며 최대한 저항하며 자신의 소리를 낸다.

 

내가 마음이 아파요.

 

내가 속상해요.

 

난 그렇게 하고싶지 않아요.

 

난 마음이 불편해요.

 

난 사실은..

 

무척 화가 났다구요.

 

 

 

이때 부모들은 어떨까.

 

사실 우린 그 말이 '홧김'에 내 뱉은 말임을 잘 알고 있지만,

 

많은 경우 정작 어른답고 너그럽게 대응하지 못 하고,  

 

"나도 너 싫다 뭐~"한마디 툭 뱉어버리거나 "왜 또 그래~"해버린다. 

 

물론 때론 먼저 선빵을 날려 아이맘을 아프게도한다.

 

"너 그렇게하면 엄마가 싫어할거야" (몹쓸 예언)

 

 

 

시은이는 아빠에게 유독 까칠한데 예를들면:

 

예1. 잠들기 전에 다가와 부비면, 아빠 저리가, 따가워!

 

예2. 맛있는 음식이 한 개 남았을때. "엄마가 먹어!"

 

예3. 같은 일에 대해 엄마 아빠의 반응이 달랐을때. "엄마말 들을꺼야!"

 

물론 "싫어""미워""저리가"라는 말도 아빠에게 시작했고 아빠에게 더 자주하며,

 

아빠에게 말할 때 덜 후회하는 것도 같다.

 

아빠말에 의하면 이는 즉 아빠가 더 '만만한'이유일 수도 있겠지만,

 

아이는 사실 엄마를 더 엄격하게 느끼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시은이가 나에게 처음 "엄마 이제 안좋아 할거야" 라고 했을때.

 

난 사실 아이의 반항이 성장하는 모습으로 비춰져 마냥 기쁘고 반가웠다.

 

그래서 똑똑히 그 순간을 기억한다.

 

아이는 그 한마디를 내 뱉고는 금새 눈물을 보이며 내게로 안겼였다.

 

아래는 그때 내가 아이에게 해 준 말이고,

 

아이가 내 품에 안겨서 이야기를 듣는 짧은 시간동안 난 평온해진 아이의 심장박동을 느꼈었다.

 

 

 

엄마: 우리 시은이 화났구나. 너무 화가 나서, 마음이 폭발해서 잠시 엄마가 싫었나봐.

 

        엄마도 가끔 화가나면 다른사람이 미워지기도 하는데 그건 그 사람이 그런게 싫은거지 그 사람이 정말 싫은게 아니거든.

 

        시은이도 그런걸거야.

 

        그러니 그럴땐 "엄마, 엄마가 그렇게 하면 싫어요" 라고 얘기해보면 어떨까.

 

        그리고 엄마는 우리 시은이가 그렇게 말해도 시은이를 사랑해, 그리고 그런 엄마 마음은 변하지 않을거니 걱정마.

 

 

 

아빠는 어땠을까. (다행히 과거형이다)

 

얼마 전까지도 시은이가 아빠에게 화를내며 "아빠싫어!"라고 말하면,

 

아빠는 "나도 너 싫어!"라고 유치한 대항을 하곤 했었다.

 

이때 아이는 울음을 터트렸고 아빠는 멘붕~

 

그럼 내가 옆에서 혀를 끌끌 차며 "나도 당신이 싫어질라고 그래"라고 말했는데.

 

어제 난 우리집에서 시은이와 아빠 사이에 '희망의 빛'을 보았다.

 

 

 

앞서 내용은 기억에 없을 정도로 사소한 일이였고,

 

마침 시은이가 "아빠 싫어"라고 선언하는 순간 나의 남다른 촉이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은: 아빠 싫어!

 

아빠: 시은아, 아빠는 우리 시은이 사랑해.

 

        그런데 시은이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아빠는 많이 속상해. (엄마: 브라보~)

 

시은: (울먹) 아빠, 시은이가 화가나서 그렇게 얘기한거야. 안그러면 눈물이 나니까.

 

..

..

..

 

 

 

그렇게 아이는 자라면서 경험하면서 스스로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익히는가보다. 

 

나도 지나온 길인데 나도 경험했던 일이고 누구나 겪어야 할 과정인데,

 

엄마눈에는 '어떻게 그것을 다 알았을까' 마냥 신기하고 또 기특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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