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대시 중에는 고향을 그리워하거나 가족,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 하는 시가 유독 많은데,
그 중 아이들이 곧 잘 외우는 시들이 있다.
길이는 길지 않고 뜻은 심오하지만 운율감이 있어 아이들이 외우기 쉽고 또 발음 훈련에도 도움이 되서인지,
막 말하기 시작한 아이들에게 노래처럼 많이 읽어주는 시들이다.
마찬가지로 시은이도 별뜻없이 두살경에 십 여 수의 시를 외웠는데,
물론 세 살이 되어 다른 관심사가 생기니 대부분 잊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밥먹다가 그 중 '정야사' 라는 시를 읊어달라길래,
난 반가운 마음으로 오랫만에 역시 외우는 몇 안되는 시 중 '정야사'를 읊어주면서 이번엔 그 뜻을 설명해주는데.
침대 앞 달빛이 밝으니,
서리가 내린 듯하구나.
머리를 들어 밝은 달을 바라보다
고개를 숙여 고향을 생각한다.
사실 설명해주면서도 내가 왜 아이에게 이런 어려운 시를 설명하고 있을까..란 의문이 들긴 했다.ㅎ
시은: 엄마 왜 고향을 생각해?
엄마: 응, 사람은 어른이 되면 집을 떠나기도 하거든.
시은: (또 표정이 변하기 시작한다, 시은이 특유의 난감하고 울고싶은 표정) 왜~? 왜 집을 떠나. 나 안떠날꺼야....(운다)
엄마: 엄마봐, 시은아 엄마랑 외할머니랑 함께 살어?
시은: (콧물을 흘리며 고개를 살레살레 흔든다) 아니.
엄마: 엄마가 집을 떠나 외할머니랑 헤어졌으니까 엄마가 시은이랑 함께 살 수 있는거지.
시은: (몰라몰라..표정..;;) 나 집 안떠날꺼야.. 엄마랑 살거야...우왕...;;
잘난척 하다가 난감해진 엄마,
아이를 안아주며 달래기 시작했다.
엄마: 아니야 아니야 엄마랑 함께 살아도 되지, 그건 시은이가 원하는데로 하면 되.
시은: (훌쩍거리다가 고개를 들며) 근데 그럼 엄마도 할머니가 보고싶어 ?
엄마: (문득 울컥하는 나) 그럼~, 엄마도 외할머니 보고싶지.
시은: 그럼, 엄마랑 나랑 아빠랑 외할머니랑 함께 살까?
엄마: ㅎㅎㅎ
왠지 흐믓해진 나는,
또한번 아이가 성장을 멈춰버렸으면 하는 발칙한 상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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