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자라면서 점차 어른들의 입맛에 맞춰진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좀 더 선택적으로 어른스러워지길 바라고,
아이들은 무분별하게 어른들의 못난 점까지도 학습해버린다.
이럴바엔,
차라리 우리가 아이에게 아이답기를 권하고 그러하도록 내버려둔다면,
흉내낼 수도 없는 아이들의 뛰어난 상상력과,
티끌만큼도 가식이 없는 아이들의 천진함을,
어쩌면 어른이 된 우리도 아직 간직하고있지 않았을까.
뭔가 서운한 마음이 가시질않는다.
시은이가 유치원에 간 지 내일이면 딱 일년이 된다.
즉 시은이가 작은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일년째 되는거다.
그간 아이는 몸과 마음이 부쩍 자랐다.
자주 엄마를 애먹이기도 했고,
반면 엄마에게 커다란 감동들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 중 난 이 글에서 인사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아이들을 관찰해보면 유독 인사성이 바른 아이들이 있다.
천성적인 면도 있겠고 그 부모가 인사성이 바른면도 있겠다..는 것이 대표적인 이유겠다.
하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그 둘 다 아닌 경우에도 인사를 잘 하는 아이들이 있다.
바로 어른들에 의한 인사이다.
부모가 곁에서 "인사해"라고 명령하고(권하고) 아이는 앵무새처럼 표정없는 인사를 하는 경우다.
이런 경우 대부분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즉 언제나 아이에게 인사하기를 시켜야한다.
물론 이 중 꽤 습관이 되 언젠가는 스스로 인사를 할 지도 모르지만,
이런 아이들은 어쩌면 부모가 없는 상황에선 인사하기를 거부하거나 선택적으로 인사하게 되지 않을까 의심해본다.
한편 난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라는 말도 같은 각도로 이해한다.
예의란 본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배려인건데 타인에 의해서 반복적으로 강요된다면,
그 예의의 본질이 사라지게되진 않을까.
한번은 놀이터에서 어떤 또래 남자애가 시은이를 고의적으로 때린적이 있다, 그리고 시은이는 울었다.
이런 상황이야 빈번하고 난 이런 경우 가급적이면 끼어들지 않는편이다.
게다가 아이가 좀 많이 자란 지금은 더더욱 아이 스스로 해결하길 바라는 편인데,
그 때 그 남자아이의 엄마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고 아이 엄마는 곧 남자아이에게 사과하라고 지시했다.
얼떨결에 남자아이는 시은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고 글쎄 그 순간 남자아이 엄마는 환하게 웃으며 한마디 한다.
"잘했어, 내 아들!"
물론 그 아이엄마는 아이가 사과한 것에 칭찬과 격려를 한 것이겠지만,
아마도 왜 사과를 해야했으며 사과의 목적이 무었인지를 까맣게 잊은것이 분명했다.
이 과정에서 아이 엄마는 시은이의 우는 얼굴을 단 1초 쳐다봤을 뿐이고,
남자아이의 얼굴엔 엄마가 시킨일을(사과) 한 것에 대한 기쁨과 만족감만이 가득할 뿐이였다.
당연히 시은이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고 난 시은이에게 다가갔다.
엄마: 시은아, 놀라고 아팠지.
시은: 응. 엉엉..
평소같음 마음을 알아주면 곧 울음을 멈추는데 더하기만 할 뿐이였다.
엄마: 우리 시은이 많이 화가 났구나?
시은: 응..엉엉, 용서하지 않을거야..엉엉...
엄마: 그래, 그렇구나. 그럼 어서 용서하지않겠다고 이야기 해봐.
그 순간 곁에 있던 그 남자아이 엄마의 얼굴은 흙빛이 됬고 뭐 이런 엄마가 다 있냐는 눈빛으로 한참을 뒤돌아보며 떠나갔다.
물론 나중에 난 아이에게 지금은 용서할수 있겠느냐 물었고 아이는 용서했다고 말했다.
다시 인사성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와서.
시은이는 인사성이 바르지도 또 그렇다고 인사를 하지 않는 그런 아이도 아니다.
기분이 좋은날은 큰소리로 인사하고 그렇지 않은 날엔 인사를 해 내지 못할 때가 많다.
하물며 낯선 사람에겐 더더욱 그렇다.
이럴때 아이아빠는 마음이 조급하여 시은이에게 인사하라고 강요하고,
아이는 반발심에 짜증을 내거나 울음을 터트리곤 했다.
시은이는 결코 "말 잘 듣는" 아이가 아닌것을 다시 강조하며. (물론 난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고 본다)
그래서 난 일단 인사 권하기를 멈추고,
한동안 그런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아이의 인사하는 모습을 잘 관찰해보았다.
커다란 몸집의 어른들을 대하는 아이들의 진짜 기분은 과연 어떨까.
일단 아이와 어른들의 눈높이는 다르다.
난 몇번이나 아이가 수줍게 인사를 했는데 어른이 그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넘어가는 상황을 목격했고,
그때마다 쭈구리고 앉아서 시은이에게 "시은이는 인사를 했는데 ...가 잘 안들렸나보구나"라고 말하여
아이의 마음을 짚어줬다.
그리고 그런 경험이 많아질수록 아이의 목소리는 작아져만갔고,
아이아빠와 난 더이상 아이에게 같은 방식으로 인사하기를 권하지 않았다.
그리고 비교적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1. 가급적이면 아이가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유치원에 가는길에 미리 인사를 잘하자 라는 운을 띄워준다.
2. 아이가 큰 목소리로 인사할 수 있도록 격려한다.
"시은아, 엄마는 시은이의 예쁜 목소리를 들음 기운이 나, 어때? 오늘 아침 선생님에게 너의 예쁜 목소리를 들려주겠니?
3. 아이가 인사에 실패?했을때 이렇게 말해준다. "상관없어 시은아, 시은이가 용기내서 인사를 한 것이 중요한거야"
4. 인사가 좀 되니 인사하지 않는 친구와 비교하며 우월감에 젖을때 한마디 "시은아, 눈을보고 웃는것도 인사야,
친구가 이쁘게 인사하네"
좀 우쭐해서 하는 말이지만,
사실 난 시은이 반 아이들에게 좀 인기있는 어른에 속하는데,
그 비결은 두가지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첫째 수시로 눈높이를 맞춰(쭈구리고앉아) 이야기 할 준비가 되어있다.
둘째 모기같은 아이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반응한다.
난 원래 아이들을 그닥 좋아하지 않았는데 내 아이가 좋아서 다른 아이들도 좋아진 것 같다.
모두 내 아이의 친구고 이웃이 될 사람들인데 어찌 무관심 할 수 있을까.
그 유명한 말도 있잖은가.
내가 대접받기 바라는 만큼 상대도 대접하라는.
예의의 기본이리라 되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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