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m+
엄마랑 아빠랑 지낸 즐거운 주말 시간이 다 지났갔다.
이제 다시 유치원에 가야한다는데,
난 좀 가기 싫어졌다.
엄마아빠랑 노는것이 아직 조금 더 재밌는것 같다.
아침에 나의 이쁜 검정구두를 신겠다고 했는데,
엄마가 못그러게 해서 많이 상심했다.
안그래도 기분이 별로였는데,
유치원에 가니 사방이 온통 친구들 울음소리로 쩌렁쩌렁 울린다.
흠.
못참겠다.
아무래도 오늘은 나도 좀 울어야겠다.
오늘이 유치원 간지 다섯번째 날이다.
지난주에는 하도 아이가 기특해서 주말 이틀을 모두 김밥 둘둘 말아 공원에 놀러갔다.
감기가 잘 안떨어져서 걱정했는데 기침도 많이 좋아졌다.
그런데 유치원 가는 어제하고 오늘,
시은이가 울고 말았다.
어제 아침 집을 나설때,
시은이는 이미 잔뜩 심술이 나있었다.
이유는‘검정두구’때문,
유치원에서 가급적이면 아이들이 뛰어놀기 편하게 (중국 유치원엔 실내화가 없다),
운동화나 단화를 신기라고 했거늘,
시은이가 약간 굽이 있는 게다가 검정색인 구두를 신겠다고 아침부터 투정이다.
-여기서 잠깐-
최근 나의 자부심인 일급 인내심이 도전장을 받고있는데,
바로 시간에 쫒기게 될 때 나의 인내심이 바닥이된다는 점이다.
워낙 어릴적부터 미리 준비하는 습관이 길러진터라,
난 특히 시간관념이 강한편이다.
그런 내가 평소 내 시간을 내 맘데로 컨트롤 할 땐 느끼지 못했던 점을,
육아 도우미 없이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며 이번에 깨닫게 된 것이다.
내가 아무리 부지런히 준비해도 지각할 수 밖에 없는 현실.
바로 직장맘의 또 한가지 비애였다.
유치원에서 아이를 받아주는 시간은 정해져있기 때문에,
미리 아이를 들여보낼 수가 없는데,
내가 회사에 지각하지 않기 위해서는,
아이를 유치원에 들여보내고‘뛰어야만 하는’그런 상황인 것이다.
아니 어쩔땐 뛰어도 지각이다.
남을 기다리는건 책한권 들고 여유롭게 한시간도 기다릴수 있는데,
난 정작 나의‘지각’을 용납할 수가 없어서,
아이가 조금이라도 협조를 안 해주면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짜증을 내는 것이었다.
… 반성하고…
아무래도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다.
일단 내가 지금 상황을 받아들이고 마음을 편히 갖는것이,
아이에게 지나치게 성숙하기를 요구하는 것보다 낫겠지 싶다.
이야기가 또 길어졌는데,
아무튼 난 시은이를 겨우겨우 설득하여 운동화를 신겨 유치원에 데리고왔다.
기분이 영 별로였던 시은이,
교실앞에 다가오자 마침 큰소리로 울며 엄마에게 매달리는 꼬마친구를 보더니,
자기도 울먹이기 시작한다.
힘든시간이지만,
머리로는 이미 알고있다는 듯이 훌쩍이며 선생님에게 안겨 교실로 들어간다.
그래도 다행인건 저녁시간 엄마를 만날때 아이 얼굴은 무척 밝았다.
그리고 오늘,
지난밤 아빠가 시은이를 충분히 설득시켜,
일단 검정구두를 안신기로 약속했기에 집에서는 무난히 출발했다.
물론 더 어릴때처럼 난 아이가 검정구두를 볼 수 없게끔 숨겨놓을 수도 있었지만,
그러면 문제는 더 간단했겠지만,
앞으로 나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문제를 피하는 것 보다는,
직접 부딪혀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점차 스스로 해결해야할 일들이 많아질텐데 말이다.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는 잡는 방법을 가르치라는 말도 있잖은가.
그렇게…
그닥 나쁘지 않은 컨디션으로 오늘도 막상 교실앞에 섰을 때였다.
안녕하고 돌아서려는데,
내 손을 꼭 붙들더니 앉았다가란다.
시간을 벌고 싶은가보다.
앉아서 (난 이미 지각) 내 손을 꼼지락꼼지락 만지다가,
곧 입을 삐죽삐죽 거리더니 울음을 터트린다.
울먹이며 나보러 선생님에게 물어보란다.
아마 엄마도 유치원에 다녀도 된다는 것을 물어보라고 하는듯 하다.
시은이는 유치원에 엄마와 다니고싶어한다.
맘이 안좋았지만,
시간을 좀 더 두고 달래는 것이 혹시 역효과를 가져올까봐.
나는 단호하게 말하고 시은이를 선생님에게 넘긴다.
심하게 울진 않아 교실에 들어선 후 곧 눈물을 멈추는것 같았지만,
갑자기 내일은 어떤말을 해줘야하나.
머리속이 분주하다.
그래도 콧물도 기침도 많이 나았으니까.
울어도 조금 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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