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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나는 잘못하지 않았다구요

by 진실한토마토 2013. 7. 17.

요즘 녀석은 더이상 쿨하게 잘못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시원하게 '네'하고 대답하는 경우는 거진 드물고 한참 뜸들이거나 '싫어요'나 '그래도 이렇게 할래요' 심지어는 '엄마가 뭐라고 하는거 싫어요'까지 말하는건 차라리 다행, 엄마가 꾸중하는게 싫지만 말해내지 않고 내리 짜증만 내는 경우도 있다. 이럴때 부모는 대략 난감하다. 게다가 '관중'이 있는 경우라면 더욱 곤란하다. 왜냐하면 이런 경우 엄마 아빠 뿐만 아니라 아이도 어느정도 주변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간단한 예로 엄마 아빠의 체면 문제가 있을것이요. 더해서 아이가 이를 역이용하는 경우도 있을것이니 말이다. 아무튼 그래서 돌발상황에선 아이를 일단 '문제의 장소'에서 벗어나라고 하는것인가보다. 같은 이유로 영향을 미칠만한 '문제의 사람'에게서도 멀어지는 것이 낫겠다.  

 

요녀석의 일상엔 유사한 예시가 수없이 많다. 하루에도 몇 번 아이는 비슷한 패턴의 반항을 하고 최소한 아직까지는 나역시 비슷한 패턴으로 대처해도 꽤 효과적다. 물론 녀석이 이에 '내성'이 생긴다면 나역시 다른 패턴을 강구할 것이고.

 

명확한 잘못(실수)임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

 

일단 여기서 실수와 잘못에 대한 옳고 그름의 판단여부는 배재하고 아이는 종종 마음 속으로 쭈욱 '잘못(실수)'이라고 여겨왔던 문제를 갑자기 부정할 때가 있다. 예를들어 아이가 신발을 신다가 뭔가 마음에 들지않아 신발을 던져버렸다. 우리는 이럴때 감정코칭을 할 수 있다. 단 유아 사춘기의 녀석들에겐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감정코칭을 해야 할 듯. 바로 '무조건' 노우 라고 할 때이다.

 

엄마: 1. 엄마가 시은이가 입고 싶었던 신발 못신게 했더니 화가 났구나?

        2. 그 신발은 망가져서 시은이가 신고서 혹시 넘어질까봐 걱정되서 그랬던거야.

        3. 그런데 그래도 신발을 던지는건 좋지않아.  

 

시은: 아냐, 좋아. 던질거야!

 

괘씸한 녀석, 예전엔 1,2,3번까지 다 듣고도 고개를 끄덕이던 제법 부드러운 녀석이였는데 요즘은 3번 유형의 한마디면 금새 까칠녀로 변신하곤 한다. 쳇! '무조건' 일단 노우라고 말하고 보는거다. 이때 나는 일단 목구멍까지 솟아오르는 짜증 내지는 분노를 삼키고 다시 다음 단계로 진입한다.

 

여기서 잠깐, 이때 분노를 삼키는 나만의 소박한 방법 하나를 공개하면 난 아이에게 분노할때면 곧잘 내 아이를 '남의 아이'로 상상한다. 잠시 아이를 '손님'대하듯 어렵게 여기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게 될 일이 생각보다 많은 듯. (만약 당신이 하나님을 믿는다면 아이를 하나님이 잠시 내게 맡긴 귀한 사람이라고 여겨도 좋겠다) 또 한가지 기억해 둘 것, 사실 아이는 이미 본인의 잘못을 알고있을지도.

 

다시 돌아와 어찌됬든 아이가 '무조건' 일단 노우라고 말한다면,

 

엄마: 시은아 괜찮아, 지금부터 잘하면 되.

 

라고 말하며 난 더이상 '네 잘못이잖아'라고 아이를 몰아붙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이가 잘못한 사실이 사라졌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그럴때 아이는 그때 기분 정도에 따라 일단 '괜찮아'라는 엄마의 한마디에 울컥하며 "그럼, 안아줘요" 라거나 "그럼, 용서해줘요" 라는 식으로 투정부린것에 대한 복구를 시작하기도 하는데 요 단계에서 끝나면 딱 좋고.

 

하지만 상황은 결코 우리가 기대하는대로만 흘러가진 않는다. 아이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떤 경우 녀석은 더 강하게 반발할지도 모른다.

 

시은: (울거나 분노하며) 그래도 엄마가 잘못한거야.

 

아. 요거 강적이다. 이런 경우 물론 처음으로 돌아가 이론대로 아이의 기분은 수용해주되 잘못임을 다시 되새겨주며 그냥 울리거나 분노하게 내버려두는 경우도 나쁘지 않겠지만 최근 혹시나 하며 해봤던 한마디가 우리집에선 꽤 효과를 보고있어 블로그에 소개한다.  

 

엄마: (안아주며) 시은아, 엄마가 더이상 우리 시은이 잘못했다고 하지 않을게.

        그런데 엄마가 한가지만 물어도 될까. 

        시은이가 지금 다시 좀전으로 돌아간다면 다시 신발을 신는다면 어떻게 하고싶어? (그래도 던지고싶어?)

시은: ...... 던지지않을거지.

엄마: 그래 그럴거구나, 이쁜 시은이.

 

 

모르겠다 누군가는 애키우는게 뭐이리 복잡하냐고 말할지도. 하지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정리해보면 결코 복잡하지도 많은 시간을 소요할 필요도 없는 정황이다. 단지 요렇게 풀어헤쳐놓으니 난해하고 복잡할뿐. 요는 간단하다. 아이 스스로조차 인정하는 뻔한 잘못(실수)임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잘못하지 않았다고 버티며 과한(위험한) 행동을 할 경우 아이에게 다시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하겠냐고 되물어 볼 것. 

 

물론 예외는 있고 엄마는 단지 최선을 다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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