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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나는 점심시간

by 진실한토마토 2013. 7. 22.

중국인 동료중 샤오문이란 친구가 있다. 한때 요가 선생님을 하다가 지금은 호텔 세일즈 부문에서 일한다. 나이는 서른 초반 남자친구는 최근 없고 차분한 성격의 그녀이다. 그리고 나는 얼마전 처음으로 그녀에게 그녀가 고아라는 말을 들었다. 그녀 고등학교때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시고 대학은 검정고시, 그 후로도 쭈욱 남동생 학비와 생활비를 대주다가 일년전 남동생이 비로소 학교를 졸업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주 샤오문은 남동생을 고향에서 북경으로 데리고 왔다.  

 

남동생에게는 5년간 사귄 아직 학생인 여자친구가 있다. 여자친구네 집에서는 직장도 집도 없는 샤오문의 남동생을 못마땅해하고 교제를 반대하는 중. 샤오문은 고민 고민하다가 결국은 남동생을 북경으로 데리고 온 것이다.

 

그녀는 최근 누구의 말도 귀담아 듣지 못한다. 아니 안들린다고 한다. 자기문제가 크고 스스로 고달프니 마음에 여유가 없다는 샤오문, 오늘은 점심에 그녀와 비빔밥을 먹었다.

 

현란한 색을 자랑하는 야채들은 서로 엉키고 짤리고 뭉그러지면서야 비로소 제 맛을 자랑하고 제 아무리 갖춰진 재료라도 참기름이 겻들여진 양념장이 없다면 비빔밥이 아닌것을, 나는 비빔밥을 먹으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결국 그녀는 시원한 된장국 한 그릇을 마저 다 비우고서야 비로소 입을 연다. 힘들다고. 남동생이 부담스러워 모질게 다그쳤다고. 무엇을 하고 있어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생각이라고. 힘들다고. 짜증난다고.

 

그녀는 후덥지근한 식당 모퉁이에 앉아 휴지조각으로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았고 나는 차마 그런 그녀의 눈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슬픔은 슬픔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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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에게 말해주었다. "샤오문 문제를 떨어트려놓고 생각해보자. 너에게 있는 문제를 몇 가지로 나눌 수 있을까. 크게 두가지쯤? 첫번째는 남동생 문제 두번째는 네가 염려해하는 장래 문제 (진로와 결혼문제), 나는 네가 남동생에게 모질게 말한게 잘한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충분히 모질지도 않은걸. 너는 여전히 남동생의 숙식을 해결해주고 있잖아. 남동생은 아직 죽을만치 서럽진 않을거야. 그리고 잠시만 5년~10년 후 쯤을 생각해봐. 지금 좀 모질게 한 것이 남동생을 더 성장하게 해 줄거라고 난 믿어. 그런데 네가 갈등하는 것처럼 일자리며 숙식이며 다 누나가 해결해 준다면 5년~10년 후에 남동생은 어떤 모습일까? 남동생은 여전히 네게 기대고 너는 여전히 그런 남동생을 부담스러워할테지. 남동생 역시 네 보살핌에 익숙해져서 안일함에서 벗어나기 힘들지도 몰라. 그때가 되면 남동생이 오히려 널 원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해봤어? 넌 제대로 발목 잡혀서 네 인생을 저당잡힐지도 몰라. 그리고 억울하겠지만 더이상 남동생은 네게 고마워하지 않을지도 몰라. 지금까지가 딱 좋다는 뜻. 잠시 모진것이 길게 봤을때 너와 남동생 모두에게 좋은것임을 잊지마. 가벼워지도록 해봐. 모두다 각자의 인생을 사는거야. 정 남동생이 걱정이되면 그 애의 건강만 챙겨줘. 종종 맛나는거 사주고 격려해줘. 하지만 물질로 사랑하는 마음을 대체하지는 마. 적어도 지금은. 다 지나가길. 편안한 마음으로 문제를 바라보자. 나도 늘 그렇게 노력하니까. 때때로 중심을 잃을때도 있겠지만 그때가 되면 지금처럼 털어놓고 다시 시작하자."

 

 

눈물나는 점심시간,

지난날 샤오문에게 딸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할때면 그녀가 눈을 반짝이며 들어줬던 이유를 난 이제 좀 알 것 같다. 어떤 이야기였더라. 한번은 눈물을 글썽이며 '시은이는 좋겠구나'라고 말했던 그녀의 한마디가 오늘은 참으로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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