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이 없다는 것은 정말 나답지 않은 일이다.
좋아하는 삼겹살과 샤브샤브를 떠올려도 입에 군침이 돌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그렇지 않은 것 보다도 훨씬 더 고통스러운 일이였다.
시은이를 갖고 아홉달 한주 동안 난 거의 한번도 무엇인가가 먹고싶어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엔 고작 독감 정도로 아프고나서 또 악몽이 되풀이 되고있다.
아무것도 먹고싶지가 않다.
참 기분나쁜 일이다, 건강하지 않은 이 기분.
문득 건강에 대해 돌아본다.
서른 넘은지 좀 된 것 같은데 정말 몸이 예전같지만 않다.
이제 난 건강해서 뚱뚱한 편이 골골해서 마른것보다 행복한 것이라는 데 한 표를 던지게 되었고,
한때는 마음의 고통이 세상에서 제일 견디기 힘든 것이라고,
정신의 병듬이야말로 마땅히 예방해야하며 일단 걸리면 치료가 어려운 난치병이라고 우겼것만,
정작 치료가 불가능한 병은 육체의 병이라는 것도 잘 알 것 같다.
그것이 얼마나 어린아이 투정같은 것이였는지.
마음은 기력을 다 했을 때에도 결코 생명의 불씨를 꺼트리는 법이 없지만,
육체의 죽음이란 마음이 더이상 몸을 욕심내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영혼에게서 멀어지는 의식이라는 것도,
이제 아주 조금은 알 것 같다.
할머니가 가시는 날,
그 날이 언제가 되었던 조금이라도 편안히 육체의 고통없이 그렇게 가셨으면 좋겠다.
그렇게 눈 감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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