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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관여해주세요, 잘

by 머니위너 2013. 7. 17.

나는 블로그에 글을 쓰기전 휴대폰에 늘 간단한 메모를 하곤 한다. 그런데 때론 블로그를 펼치고 '내가 이 글을 썼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을때가 있는데.. 아마도 메모때문이리라. 지금 하려는 이야기도 그렇다.  

 

아이의 두 가지 마음이 충돌하는 이야기.

 

어제 아침,

요며칠 비가 와서 쌀쌀한 날씨에 시은이가 나풀나풀 나시 원피스를 입겠다고 한다. 비슷한 패턴으로 대화 시도.

 

엄마: 시은아 옷 골라야지. 오늘은 좀 춥구나.

시은: (옷장으로 달려가) 엄마 이 옷 입을래요!

엄마: 와,이거 시은이가 좋아하는 옷이지. 그런데 오늘 입으면 좀 춥겠는데? 낼모레 친구들하고 놀러가야하는데 감기오면 어쩌나.

시은: ......입고 싶은데..

엄마: 그래 그럼 맘대로 해.

 

여기서 '맘대로 해'의 어감은 매우 중요하다. 똑같은 '맘대로 해'라는 말이라도 어감에 따라 아이는 내가 실망하거나 포기하는 말투를 썼는지 진심 아이의 의견을 따르겠다고 한 것인지 눈치채곤 한다. 아침엔 시간에 쫒겨 내 인내심은 이미 달아나고.

 

시은: ..... 안입어!

엄마: (아이구, 애써 부드럽게) 왜~, 엄마가 마음대로 하라고 그랬잖아. 시은이가 입고싶으면 입어도 된다는 말이잖아.

시은: (이미 토라짐) 엄마가 그렇게 얘기하는거 싫단말야.

엄마: (애써 웃으며) 그럼 엄마가 어떻게 말하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아?

         시은이는 엄마가 시은이를 관여하는게 좋아 아님 시은이 마음대로 내버려두는게 좋아.

시은: 관여하는게 좋아, 잘~!

엄마: (ㅡ.ㅡ;;;) 그래 엄마가 좀 짜증을 냈지만 시은이 의견에 따른다는 말이였어, 시은이 옷이고 시은이 몸이니까. ^^''

시은: (좀 누그러지며) 그럼... 바지 입을래요.

 

 

녀석 참.

아이는 뭐든 스스로 함으로서 존재감을 알리고 싶어하는 나이이기도 한 동시에 여전히 엄마 아빠의 관심에 굶주려있는 나이이기도 하다. 아마 이맘때 아이를 둔 엄마들은 경험이 있을것이다. "그럼 니 맘대로 해"라고 이야기 했을때 정작 아이는 완전한 자유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두번째 이야기다.

오늘 아침 신발장에서 신발을 꺼낼때였다. 성격이 급한 아빠는 종종 시은이가 할 일을 미리해주며 친절을 베풀지만 녀석은 그에 쌀쌀맞을때가 있다. 바로 엄마가 까칠하게 한마디 덧붙일 때가 그렇다.

 

아빠: (시은이 신발을 꺼내주며) 시은아 어여 나와 신발 신자.

 

이럴때 엄마의 대응방식은 크게 아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시은아, 아빠가 신발을 꺼내주네~(라고 간접적으로 말하며 난 종종 아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받아낸다)

2. 시은아, 아빠 손엔 커다란 가방이 있고 엄마는 이미 시은이 가방을 들고있는데 신발은 네가 꺼내는게 어떨까?

 

시은: (급했다. 냅다 달려와서 짜증내는 말투로) 내가 할거예요!

 

잘하고 싶은 마음이 그래도 지배적인 아이는 요렇게 말하며 아빠를 흘려본다. 요런~

 

엄마: (머리를 쓰다듬으며) 시은아 엄마는 시은이가 스스로 신발을 꺼내기로 한 건 정말로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  

        시은이가 할 수 있는데 아빠가 맘이 급했나봐, 그치~

        그런데 그래도 도와주려고 했던 아빠를 흘겨보면 아빠는 좀 속상하겠다.

 

어떤책이였는지 생각은 안나지만 요맘때 아이들이 잘하는 이유는 어른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 내지는 혼나지 않기 위해서라던데. 까칠한 엄마덕에 잘하고 싶은 마음이 지나치게 커져버린 아이는 결국 아빠에게 신경질을 낸거다. 거기다가 엄마가 또 잔소리하니 입 한번 쭈욱 내밀어주신다.  

 

 

까칠한 육아, 재미난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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