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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닦아주세요_101029

by 머니위너 2013. 7. 15.

얼마전 퇴근후 시은이와 물감놀이를 할 때였다.

 

아주 어릴적 장난으로 해본것 빼고는 최근에 시작한 물감놀이가 시은이에겐 처음이다.

 

엄마: 시은아, 오늘은 엄마가 시은이하고 물감놀이를 할거야.

 

        옷에 물감이 묻을수도 있으니까 이거 (미술용 앞치마) 입고 그림놀이 하자~ 좋아?

 

시은: (어리둥절) 좋아!

 

앞치마를 입혀주니 특유의 장난끼서린 목소리로 '이게모야~, 이게모야~, 아줌마꺼랑 똑같네' 한다.

 

아줌마 밥할때 쓰는 앞치마를 말하는가보다.

 

곧이어 손에 물감이 닿자 '하오 량~ 하오 량~ (차가워 차가워)' 하더니.

 

본격적으로 호기심 가득한 눈을 반짝인다.

 

 

 

그런데 생각치못한 일이 발생했다.

 

아주 어릴적부터 도우미의 손에 자라서 그런지 시은이는 너무 '깨끗' 했던 것이다.

 

입주위에 음식도 별로 뭍혀본 적이 없고 옷도 아주 깨끗하게 키웠다.

 

이부분은 누가 뭐라해도 혹은 다시 돌아간다해도 우리에겐 최선의 선택이였다.

 

도우미 (입주 아줌마)를 써본 분이라면 알까.

 

또 모르지, 선천적인 것일지도 (아줌마는 엄마가 깔끔해서 그런단다)...

 

 

 

아무튼 시은이는 손에 뭍어버린 '찌찌'가 싫었다.

 

처음 몇번은 엄마 따라서 손바닥도 찍고 동그라미도 그리고 하더니,

 

슬슬 바지에 손이 간다, 닦고싶은가보다.

 

엄마는 맘먹고 양손에 몽땅 물감칠을 해버렸다.

 

시은이 깜짝 놀라더니 양손을 털면서 하는말 '엄마 닦아, 엄마 닦아'....

 

엄마: 시은아, 괜찮아. 물감은 충분히 놀고나서 닦으면 되.

 

시은: (양손을 퍼득이면서) 엄마, 손 닦아주세요.

 

내가 그나마 택한 방법은 시은이의 양손을 종이에 찍으며 닦는 것이였다.

 

 

 

잠시후 난 다시 내 양 손에 초록색 물감을 잔뜩 칠한후 재밌어보이게 종이에 찍어보였다.

 

시은이는 어린이 답게 (두돌 아이는 어린일까) 욕심난 표정으로 나두 나두 하지만,

 

곧이어 또 손을 파닥파닥 거린다, 그야말로 날아갈것처럼.

 

 

 

결국 우린 도깨비 놀이를 해야했다.

 

난 초록색으로 물든 양손을 시은이에게 들이대며 잡아먹겠다고 으름짱을 놓았고,

 

시은이는 눈이 똥그래져서 즐겁게 (미친듯이) 도망다녔....지만,

 

도망다니면서도 잊지않고 '엄마, 손닦어, 엄마 손닦어'를 연신 반복했다.

 

 

 

아이는 깨끗한게 좋은가보다.

 

난 단지 좀 덜 깨끗한 것에서부터 혹은 깨끗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부터,

 

시은이를 이해시킬수밖에 없을것 같다.

 

두 돌 아이에겐 아직 기회가 많다.

 

 

 

우린 시은이의 그런 모습을 보고 허탈웃음만 지을 뿐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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