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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바나나 막대사탕_101101

by 머니위너 2013. 7. 15.

주말 저녁 왕징 (북경의 한인타운 정도)에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습관처럼 한인 마트에 잠시 들렀는데,

 

시은이가 알록달록 꼿혀있는 막대사탕 더미에 마음을 뺏겨버린 것이다.

 

 

 

사실 시은이는 아직까지 한번도 막대사탕을 먹어볼 기회가 없었다.

 

내가 시은아빠에게도 늘 하는 말이지만,

 

난 시은이가 나쁜습관 (식습관을 비롯해 첫 음주 경험) 역시 가급적이면 엄마아빠를 통해 첫 경험을 했으면 한다.

 

덕분에 시은이는 이미 맥주맛도 본 적이 있다. (맵다고 곧 뱉어버렸지만 그당시엔 달라고하니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막대사탕은 정확히 아직 경험해 본 적이 없고 기회도 없었다.

 

아무튼 드디어 올 것이 온 것이다 싶었다.

 

 

 

시은이는 막대사탕이 꼿혀있는 동그란 박스에서 제일로 길다란 사탕을 꺼내더니,

 

곧 '시은이꺼야' 말하며 그것을 꼬옥 잡고 구석으로 사라졌다. 

 

난 시은이를 쫒아갔고 일단 시은이에게 막대사탕을 달라고 했다.

 

순순히 줄 리가 없었다.

 

아이가 첫 단계에 고집을 피울땐 엄마도 쉽게 이론을 벗어나기 때문에 내게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난 아직 시은이에게 막대사탕을 경험하게 하고 싶지가 않았다.

 

시은이가 유치원에 가서 친구들과 교류하게 되면 자연히 만나게 될 '막대사탕'이였고,

 

그때가 되면 막대사탕이 치아에 안좋다는 이야기를 시은이가 왠지 이해해 줄 것만 같았다.

 

앗, 유치원, 유치원이 내게 힌트가 되었다.

 

최근 시은이는 곧잘 유치원에 가고싶다고 떠들어댄다.     

 

난 별 기대없이 시은이에게 말했다.

 

엄마: 시은아, 막대사탕은 시은이가 유치원에 가면 엄마가 사줄거야. 어때?

 

시은: 좋아!

 

시은, 흔쾌히 단번에 대답해주었다.

 

 

 

그런데 막대사탕을 놓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안에서 시은이는 아직도 단념이 안되나보다.

 

언제 유치원을 가느냐, 막대사탕을 달라는 말을 반복하길래 엄마 또 한번 계획없이 한마디를 내뱉었다.

 

엄마가 집에가서 막대사탕을 만들어주겠노라고! 

 

아빠는 왜 책임지지도 못할 말을 하냐며 이제 어떻할거냐며 웃는다.

 

 

 

드디어 집에 도착.

 

역시나 시은이는 막대사탕을 잊지 않았다.

 

집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막대사탕 타령이다.

 

난 조금만 기다려보라며 주방에 가서 바나나를 꺼냈다.

 

그리고 칼로 동그랗게 썰어서 길다란 젖가락에 꼿았다.

 

그게 .... 끝이다.

 

내가봐도 막대사탕이라고 내놓기엔 너무나 터무니 없었지만...

 

두근두근 거리는 맘으로 나는 바나나 막대사탕을 뒤로 감추고 시은이에게로 다가갔다.

 

 

 

엄마: 시은아, 엄마가 바나나 막대사탕을 만들어왔어, 짜잔~~~!!

 

시은: 우와~~~~!!!! 막대사탕이다, 바나나 막대사탕~~~~ 우와~~~!!!

 

이럴때 아이가 천진난만하다고 하는걸까.

 

시은이는 감사히도 바나나 한개를 기꺼이 먹어치웠고,

 

게다가 너무 즐거워서 바나나 막대사탕이라는 자작곡까지 만들어 흥얼거렸다.

 

 

 

나는 꽤 만족스럽게 시은이 아빠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바나나 막대사탕이 언제까지 효과가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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