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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이야기이다.
언제나 식사를 시작할때면 꽤 속도를 내는 아이는,
배가 어느정도 부르면 장난을 하기 시작한다.
손장난을 하기도 하고,
괜히 쓸데없는 질문을 하며 음식물을 입에 물고있기도 하며,
때론 반항끼를 발휘하며 약을 살살 올리기도 하는데,
마지막 경우라면 엄마는 참지 말아야한다.
참고로 맞벌이라는 사정으로 아이는 낮시간에 주로 보모가 키우기때문에,
시은이는 대부분 정시에 정량을 먹으며 자란만큼 자유로운 식사시간을 만끽하진 못한 편이다.
왜 그리할 수 밖에 없었는지는 이 글에서는 일단 생략한다.
보모에게 아이를 맡겨본 엄마라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을것이라 기대해보면서.
아무튼 이번에 엄마는 마음 단단히 먹고 아이에게 훈육을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엄마는 집에서 유일하게 엄격하고도 부드러움을 동시에 지닌 캐릭터이다 .
시은이는 엄마와 노는것을 가장 좋아하지만 동시에 엄마를 가장 무서워하니 말이다.
일단 훈육의 기본 마음가짐으로.
진지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은 가급적 적고 단호하게,
다짐받거나 비교하거나 비난하거나 짜증내지 말기,
사실위주의 평가 (느낌 전달, 희망하는 방향과 이유 설명 등)
훈육 후 아이 연령에 맞는 이해를 구하는 충분한 대화,
이때 지난 잘못보다는 다가올 예언의 칭찬과 격려에 촛점을 맞추기.
끝으로 진정을 담은 애정표현,
머릿속과 맘은 꽤 분주하지만 사실 내가 매번 훈육의 끝을 미리 예상하는건 아니다.
그래서 언제나 훈육하는 동안 난 가급적이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생각하며 또 생각한다.
내가 잘하고 있는것일까?
어떻게 하면 내 마음을 아이가 더 정확히 이해하며 받아들일까.
내가 틀리진 않았을까?
혹시 내가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있는것은 아닐까.
엄마: (장난하기 시작한 시은이에게 진지하게) 시은아, 밥 안먹어?
시은: (제대로 반항하며 딴청한다) …응응응~~
엄마: 시은아, 엄마 봐.
시은엄마는 대화할때 눈 맞추는 것을 매우 중시 여긴다.
특히 강조해야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눈을 피하면 안된다.
물론 절대적인 것은 없음을 명심해야한다.
아이가 어떤 잘못으로 수치심을 느꼈다거나 자존심이 상했을 경우는,
적당히 아이의 마음을 고려해 그리하도록 내버려둬야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시은: (엄마를 바라본다)
엄마: 밥 이제 두번만 퍼먹으면 되겠네,
시은이 다 먹을때동안 의자에서 내려주지 않을거야, 명심해.
시은: (또 딴청하며 흥얼거리다가 급기야는 반고의로 숟가락을 떨어트렸다)
엄마: (단호하고 무서운 표정으로) 숟가락을 고의로 떨어트린 것은 시은이가 잘못한거야.
다시 한번 고의로 떨어트리면 엄마는 시은이의 손바닥을 때릴생각이야. 알았지?
어서 남은 밥 먹어. 깨끗이 다 먹어야해. 다 먹은후에 엄마 부르면 엄마가 내려줄꺼야.
시은: (아줌마가 맘 약해져서- 이것이 아줌마를 쓰는 문제점이다- 숟가락으로 밥을 퍼주지만
시은이 여전히 장난하느라 입에 밥을 물고있다)
엄마: (좀 떨어져서 마음 가다듬느라 퍼즐을 맞추며) 아줌마, 그냥 내버려두세요.
시은이 스스로 다 먹을거예요.
시은: (좀 짜증이 났는지 낑낑거리며) 아줌마, 내려줘요~~~~, 아줌마~~~
이때 시은이 또 팔을 휘적거리다가 숟가락을 떨어트린다.
엄마: (다가와서 시은이 얼굴 바라보며) 엄마가 숟가락 다시 떨어트리면 어떻게 한다고 했지요?
(난 아이에게 훈육할때 일부러 존대말을 쓰며 화를 가라앉히기도 한다)
시은: (좀 긴장한 듯한 표정으로) 손바닥 때린다고 했어요.
엄마: (더이상 말하지 않고 매를 가지러 간다)
시은: (울기 시작하며) 엄마, 손바닥 때리지마세요. 시은이가 잘못했어요.
엄마: (매를 가지고 와서) 손바닥 쫙 피세요.
그렇지 않으면 엄마는 다른곳을 더 아프게 때릴지도 몰라.
시은: (움츠린 두 손을 쑤욱 내민다, 잠시 울음을 그치고 입술을 깨문다) 엄마, 화내지마세요.
엄마: 찰싹~! 자, 이제 남은밥 다 먹어요.
시은: (울음을 터트리며 뭐라뭐라 한다)
엄마: 울지말고 이야기해, 엄마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어.
시은: (울음을 그치고 울먹이는 얼굴로) 엄마, 밥 먹을거예요..
순식간에 남은밥을 긁어먹고 다시 엄마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엄마는 이제 됬다는 표정으로 시은이를 의자에서 내려준다.
좀 지나, 시은이 거실서 아줌마와 좀 놀다가 엄마방 문을 두드린다.
시은: 엄마, 들어가도 되요? (하도 어른스러워 물어보니, 아줌마가 시킨것)
엄마: (따뜻하게 웃으며) 응, 들어와 이쁜이.
시은: (역시 아이다, 환한 얼굴로) 엄마랑 놀려구.
엄마: 그럴까? 뭐하고 놀까? 뭐하고싶어?
시은: … 수건놀이 할까? (흥분하며 아빠를 끌어들인다)
미친듯이 즐겁게 셋이서 수건놀이를 하다가,
술레가 되어 도망치는 시은이를 어느순간 내 품에 꼬옥 안으며,
엄마: 시은아, 엄마 안미워?
시은: 안미워.
엄마: 엄마가 시은이 손바닥 때렸는데?
시은: 그래도 안미워.
엄마: (뽀뽀 진하게 하며) 시은이는 엄마를 이해하는구나, 이쁜이.
근데 엄마는 왜 시은이 손바닥을 때렸어?
시은: 시은이가 밥을 잘 안먹었거든.
엄마: 그래 맞아, 게다가 시은이는 숟가락을 일부러 떨어트렸어.
엄마는 시은이의 그런 행동이 잘못됬다고 생각해서 때린거지,
시은이가 미워서 때린건 아니야, 알지?
때론 밥은 배부르면 먹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
하지만 음식물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건 잘못된거야.
그리고 그건 아줌마나 엄마를 존중하는 태도가 아니야.
시은: (아는지 모르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이렇게 한단락을 마치며,
난 다시 배운게 많다.
처음에는 밥을 다 먹여야한다는 생각뿐이였는데,
인내심을 갖기위해 퍼즐을 맞추며 곰곰히 생각하니,
나의 목적은 아이가 밥을 다 먹는것이 아니라,
아이가 잘못을 스스로 느끼고 시정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울어도 좋다, 아니 차라리 울어야한다.
아이가 흘린 눈물만큼 아이는 그 순간을 기억할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마음을 먹고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경험했다.
밥은 어느날 배부르거나 먹기 싫은때 덜 먹어도 좋다.
단 음식물을 입에 물고 장난을 치는 행위는 옳지 않으며,
밥을 준비해준 엄마나 아줌마를 존중하지 않는 행위이다.
그래서 오늘은 더더욱 밥을 다 먹이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기억속에 이 순간이 어떻게 기록되는가이다.
어른들이 승복하는 것으로 기억되거나,
자기자신이 잘못하여 체벌을 받아 눈물을 쏙 뺐던 것으로 기억될텐데,
난 후자이기를 바랬기에 여유롭게 아이가 울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울지않고 천천히 밥만먹고 의자에서 내려줬다면 그닥 효과적이지 않았을것이다.
물론 훈육은 이게 끝이 아니겠지만,
소리치지 않고 때리지 않고 (손바닥 한대쯤은 일종의 의식일 뿐이라고 변명해본다),
성공적으로 목적을 달성하는 일은 정말이지 마음을 많이 쏟아야 가능한 일이란 것을,
이번에도 깊이 체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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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만 있으면 아이는 35개월이 되는데,
요즘 시은이는 밥을 정말 잘 먹는다.
장난치지도 않고 자기 의자에 앉아서 이쁘게 즐겁게 밥을 먹는다.
사실,
아이에게도 어른들처럼 밥맛있는 날들과 밥맛없는 날들이 있는것인데,
가끔 내가 너무 예민해지나 반성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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