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에 든 생각인데 어린왕자의 조종사가 그린 1호 그림 말이다. 어른들은 알아보지 못한다고 실망했던 그 그림. 아이를 갖고 아이가 말을 할 수 있게 된 후 어느날 호기심에 같은 그림을 그려 아이에게 보여준 적이 있었다. 아니 우리 아이 뿐만 아니라 아이 친구들에게도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몇번을 물어도 돌아오는 대답은 단 한가지였다. '모자', 그도 그럴것이 '보아 구렁이'가 뭔지조차 모르는 아이가 태반이고 또한 '뱀'은 알아도 '코끼리'를 삼킬 수 있는 '뱀'에 대한 인지적 정보가 없는 한 어떤 아이도 그 그림을 '보아 구렁이'로 보긴 어려울 듯.
사실 나도 당신들처럼 '어린왕자'를 사랑한다. 내 청소년기 심지어는 대학시절까지 붙들고 살아온 책 중 하나가 바로 '어린왕자' 이니. '어린왕자'엔 인생 전반에 관한 철학이 담겨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이며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인지 간접적으로 끊임없이 내게 의문을 던졌던 책이 바로 '어린왕자'였다.
그런데 그런 '어린왕자'는 어른이 되어가는 과도기에 있는 청소년이나 이미 어른이 된, 하지만 여전히 삶의 진리를 추구하는 어른들이 보는 동화가 맞더라. 물론 보아 구렁이 그림에 대해서는 나도 작가의 의도를 어느정도 이해한다. 흠. 만약 가능했다면 혹은 '어린왕자'가 전 세계적인 명작 소설이 되어 대대로 사랑을 받을 줄 작가가 미리 알았다면 문화적 요소를 고려해서 어쩌면 다른 쉬운 예를 들지 않았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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