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니 시은이가 뾰루퉁하다.
아빠말이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빠가 좀 꾸중을 했고
시은이는 그것이 분해 집에 돌아오자마자 신발을 벗어던지며 신경질을 부렸다고한다.
무엇을 꾸중했던 것일까.
시은이에게는 12개(기억이 맞다면) 의 게임말이 짝이 되어야 게임을 할 수 있는 어떤 장난감이 있다.
크기는 손가락 두개 합친것 만하니 조그맣고 가벼운 게임말이다.
아무튼 그 중 하나만 빠져도 게임을 할 수 없음은 말 할 것도 없겠다.
그런데 글쎄 그 중 하나를 시은이가 친구에게 선물로 줬단다.
며칠 전 시은이는 나랑 그 게임을 하다가 문득 게임말 하나를 포장지에 쌓아서 나에게 선물했다.
난 받는척 하며 고맙다고 말하고 다시 그 게임말을 제 자리에 놓았는데
그걸 시은이가 또 다시 포장해서 유치원 가방에 넣은것이다.
물론 난 그 과정을 다 지켜보고있었고 구태여 저지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어제 어김없이 학부모들로 붐비는 유치원앞에서 아빠가 시은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시은이 반 아이중 량요우위라는 친구 엄마가 그 게임말을 손에 들고선
시은이에게 “이거 네가 준거니?”라고 물었고 시은이는 씩씩하게 “네, 선물이예요!” 라고 대답했던 것이다.
마침 경황이 없던 시은이 아빠는 차마 뭐라 설명하지 못했던 것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시은이에게 자초지경을 묻다가 자연스레 아이를 탓하게 된 것이다.
물론 아빠는 아빠만의 방식이 있는데 아이가 느끼기에 엄마와 비교해보면 상당히 거칠은가보다.
언제나 아빠와는 쉽게 불꽃이 튄다.
난 집에 돌아와 일단 퉁퉁거리는 아이를 안아주며 그 마음을 달래준 후 아이에게 아래와 같은 질문을 했다. (저녁 식사 시간)
엄마: 시은아, 우리 시은이도 엄마처럼 친구한테 선물하는게 좋은가보구나?
시은: 응, 좋아.
엄마: 엄마도 어렸을때 그랬거든.
시은: (만족스럽게 웃는다, 준비됬다는 뜻)
엄마: 그런데 시은아 엄마가 질문 하나 해도 될까?
시은: 응.
엄마: 시은이한테 지금 예쁜 양말 두 짝이랑 색연필 두 개가 있다면 시은이는 어떤것을 친구한테 선물하고싶어?
시은: 양말! 양말이 좋아!
엄마: (…쿵… 일단 설명을 미룬다)
엄마: 그럼… 요기 요 젓가락 두 짝이랑 숟가락 두 개가 있는데 엄마가 시은이한테 친구한테 선물해도 좋다고 허락하면
시은이는 어떤거 하고싶어?
시은: (잠시 망설이더니…) 숟가락 할래.
엄마: 왜 그런지 물어봐도 되?
시은: 시은이가 밥을 먹어야하니까.
엄마: 아, 그렇겠구나~! 그럼 저기저 나머지 게임말은 어떻하지? 또 선물하고싶어?
시은: 아니 아니(고개를 저으며) 그럼 우리가 게임을 못하지~
아빠는 쭈욱 곁에서 우리둘의 대화를 듣다가 한번은 피식 웃더니 또 다시 진지해진다.
엄마는 덕분에 아이마음 한 번 더 이해하고 아이는 이제 또 한가지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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