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돌 하고도 한달이 된 딸아이.
부쩍 안아달라고 떼를 쓴다.
맞벌이 부부의 특성상 함께하는 시간만큼은 늘 아이에게 더 많이 애정을 표현하려했던 나,
며칠전 가족들 (남편과 도우미) 에게 '시은이 길들이기'를 선포했다.
임신때부터 여러 육아서적과 인터넷 자료를 접하면서 나름 소신있게 시은이와 교류하려 애썼으나,
한국 나이 미운 세살이란 시기에 다달으니 드디어 실행해야할 잔인한 훈육들이 많아졌다.
'잔인한'이란 표현은 사실 내게 해당한다.
사랑하는 아이에게 절제와 예의범절을 가르치기위해,
아이가 안전하다는 전제하에 떼쓰는 아이의 눈물을 무시해야하며,
울며불며 고집피우고 부적합한 요구를 하며 눈물콧물 얼굴이 빨개지며 바닥에서 파닥거리는 아이를 보며,
맘 약해지지않고 때리지않고 *욕하지않고,
낮은톤으로 중요한 사실만을 말하며 냉정하게 훈육한다는 것은 정말 여느 엄마에게든 힘든일일 것이다.
* 여기서 욕하지 않는다는 말에는 여러가지 뜻이 포함된다.
비아냥거리지않고 과거나 미래에 대해 언급하지않고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않고,
소리 지르지않고 위협하지 않고 마음 상하는 말 하지 않는것.
(예: 이러면 엄마는 시은이 싫어, 앞으로 뭐가되려는거니,
너 도데체 왜르러니? 너 엄마가 우습니? 너 혼난다 등등)
물론 나역시 육아정보에서 얻은 종합적인 결론이다.
자, 그럼 이제 실천에 들어가야겠다.
이번주 초에 시은이를 데리고 교외에서 하룻밤 지냈다.
체력적으로는 무척 힘들었지만 물론 즐거운 시간들이였다.
두시간 넘게 운전해서 집앞 지상 주차장에 도착했을때부터,
시은이의 투정이 시작?다. (참고로, 시은이는 차안에서 두시간 잤다)
나와 시은아빠 손엔 짐이 잔뜩 들려있었고 시은이는 여느때처럼 철없이 안아달라고 내 다리를 붙잡고 매달린다.
이리 타이르고 저리 타일러도 안되더라.
결국 아빠와 엄마는 마음을 굳게먹고 우는 시은이를 내버려둔다.
급기야는 바닥에 머리를 박고 구른다...
콧물 눈물이 범벅이 되어 흙투성이가 되었다..
주변에 사람들은 무슨 구경거리라고 모여서 쳐다본다.
아이는..
울며불며 외친다..
엄마 안아줘요, 엄마 도와줘요, 엄마 이리와요..
가슴이 그야말로 찢어진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는 몇미터 떨어져서 바닥에 구르는 시은이에게 일어나라고 말한다.
시은이는 울며불며 비틀비틀 몇걸음 걸어오다 또 뒤집어지기를 반복.
10분정도 지났을까, 내겐 한시간 같다.
힘든시간..
엄마와 아빠는 결국 일단은 시은이를 안고 집으로 가기로한다.
어렵게 버텼는데 우리가 져버린거라고 순간 생각했다.
여기서 우리가 주의했던 점은,
아이를 다른사람이 보는 앞에서 꾸중하지 않는다는 것,
아이의 연령이 많을수록 더욱 해당하는 금기사항이다.
아이의 자존심도 지켜주어야한다는 것이 이유.
아이를 안고 돌아오며 난 참지못하고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 집으로 들어와서 바로 훈육에 들어갔다.
아빠가 하기로했다.
엄마 (다른 한쪽은)는 절대로 아빠와 생각을 일치해야한다.
다르더라도 아이앞에서는 표현하거나 언쟁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아이가 절대 엄마에게 도망오는 일은 없어야한다.
가급적이면 낮은톤으로,
그리고 엄하게 눈을 똑바로 처다보며 말한다.
아이와 아빠와의 대화는 대강 이렇다.
아빠: 시은이 울지말고 이리와봐, 뭘 잘못했는지 알겠니?
시은: 엄마한테 안아달라고했어요.
아빠: 안아달라고 한 것이 잘못이 아니라 안아줄수 없는 상황에서,
안아달라고 떼쓴것이 잘못이야. 엄마아빠 손엔 무거운 짐들이
들려있어서 시은이를 안아줄 수가 없었어, 알겠니.
시은: 알겠어요, 시은이가 잘못했어요.
아빠: 시은이는 혼자 걸을 수 있기때문에
앞으로는 정말 다리가 아프다거나 잠깐 엄마아빠를
안고싶어서가 아니면 엄마아빠는 시은이를 안아주지 않을거야.
(이 대목에서 아이는 입을 삐죽거리며 엄마를 찾아 달려온다,
울음이 터질것 같? 엄마를 안으려는 시은 두팔을 지긋이 잡고)
엄마: 시은이, 아빠한테 가, 아빠 말씀 아직 다 안끝났어.
엄마도 아빠랑 같은 생각이야.
(기특한 시은이 울지도 않고 다시 아빠한테로 간다)
아빠: 시은이 앞으로는 엄마아빠한테 떼쓰며 안아달라고 안하는거야.
알았지?
시은: 알았어요.
아빠: (엄마, 아빠에게 시은이 안아주라고 속삭인후) 그래, 알았어.
시은이가 잘못한거 알았으니까 이제 ?어.
이리와 아빠가 한번 안아줄께.
(금새 기분이 좋아져서 아빠에게 달려오는 시은,
아빠를 안고 또 엄마에게 달려와 엄마를 안는다)
엄마: 시은아, 엄마아빠는 시은이 많이 사랑해.
그런데 시은이가 엄마아빠를 좀 더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엄마가 시은이를 안기싫어서 그런게 아니라,
엄마손에 물건이 많아서 그랬던 거야.
사랑해, 이쁜이 (엄마가 시은이 부르는 애칭)
이렇게 일단락이 나고 사실 중도 (아이를 안고 들어온것)에
포기한게 아닌가싶어 우려했었는데 다행히 시은이는 이날이후로 안아달라고 떼쓰는것을 안한다.
한번은 그러더라, "엄마, 시은이 잠깐만 안아준 후 내려줄수 있어요?"
두돌짜리 아이가 어디까지 알까...
했던 노파심들이 이젠 하나하나 사그러든다.
시은이는 자기가 잘못했던 부분을 스스로 얘기하고 사과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개선되었고
여전히 수시로 엄마 얼굴을 흐뭇히 바라보며 엄마 사랑해요 라고 말한다.
어떤 전문가는 말하더라 아이에게 절대 다짐을 받지 말라고,
다짐이란 것은 보통 강요에 의해서 듣게되기때문에,
아이는 역으로 혼나지않기위해 이를 이용하게 된다는 것이 이유이다.
일리가 있는것 같아, 다짐받는것은 가급적이면 자제한다.
아이에게도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고
스스로 잘못을 깨닫게하게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같다.
가슴아픈 하지만 정말 뿌듯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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