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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엄마, 화내지 마세요

by 머니위너 2013. 7. 17.


39m+


일단 내가 잘못한 것이 있어서 구차한 변명부터 좀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겠다.


나는 마땅히 화를 잘 내지 않는 엄마에 속한다.


아이들이야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 맞겠지만,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 난 세돌 시은이의 떼쓰기 패턴을 잘 파악하고 있고,


그에 대한 나름대로 자신있는 전략들이 있는 편이기 때문이다.


즉 대부분의 경우엔 내가 자신있게 대처할 수 있었고,


자만스럽게도 난 내 아이의 마음을 아주 잘 읽어낸다고 자부해왔다. 




역시 너무 자만해서일까?


이런 나는 종종 아이의 새로운 변화에 제 때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있고,


물론 비교적 쉽게 정신을 차리는 편이지만,


때때로 내가 평소 가장 끔찍하게 생각해오던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바로 내 감정즉 분노와 실망을 컨트롤 못하게 되는것.


마치 언젠가 내가 조언해주었던 그 어떤 엄마들처럼,


난 아이에게 해서는 안 될 말들을 퍼부으며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다.




반복되는 내용이지만 중요하니,


여기서 잠시 몇가지 아이에게 상처가 될 말들을 짚어보고 순화해보겠다.


기본적인 룰은,


판단없이 사실을 말하고느낀점을 이야기한 후앞으로의 희망사항을 말할것.



l  너 왜 또 그래?         ------- 언제나결코 라는 극단적인 단어는 No.  

              

l  엄마가 몇 번을 말했니?  ------ 과거나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언행은 No.


l  앞으로 또 이렇게 할꺼야? ------- 앞으로는 이러이러하게 했으면 좋겠어.  

                              

l  엄마 너 때문에 너무 힘들어.----- 과장된 감정으로 호소하지 말 것.


l  누구누구는 안그런데 넌 왜그래? –- 비교하지 말 것.


l  너 자꾸 이러면 엄마는 할꺼야.--- 상벌에 대한 조건을 달지 말 것.




그밖에 더 심한 말들도 있겠지만 가장 일반적인 내용만 적어봤다.





위의 예시를 보고 어디 무슨 말이나 하겠나 싶은 부모도 있겠지만,


난 이럴때 딱 한 가지만 묻고 싶다.


당신은 당신이 하는 말을 언제든 아이에게서 들을 준비가 되어있는지 말이다.


아무튼 위의 내용에 대해선 이미 다룬적이 있어 여기까지.




서론이 길었는데,


내가 시은이에게 커다란 실수를 하게 된 계기는 이렇다.


지난주 목요일날 밤,


시은이는 왠일인지 밥 생각이 없었다.


게다가 밥먹으라고 하는 엄마의 말도 듣는둥 마는둥 살살 약을 올리기 시작했다.


.


그래 좋다.


밥은 즐겁게 먹는것이 원칙이니 먹기싫음 배 안고프다고 안먹어도 상관없는데,


기어코 먹겟다며 입에 밥을 물고있는 시은이가 정말 밉상이였다.


게다가 난 평소 아이가 예의없이 구는것,


무엇인가를 안하는 것이 아닌,


기왕 하기로 한 것을 열심히 하지 않는 것에는 무척 화가나는 편이다.


그래서 아이에게 한바탕 화를 내버렸다. 


목소리도 평소보다 훨씬 높았다,


.


지금 생각해도 속상하다.




평소 엄마가 그리 화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시은이,


놀랬는지 한참을 울었고.


약 한시간 가량 한 마디도 하지 않고선 구석에서 혼자 놀더라.


나 역시 화가 쉽게 식지않아 거실에서 책을 읽고 있었고,


한시간 쯤 지났을때 시은이가 내게 언제나 하는 한마디를 했는데,


바로 엄마엄마 좋아’ 였다.


세상에.


난 그 말이 여느때와는 달리,


엄마날 버리지 말아요’ 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려서,


그 자리에서 울음을 쏟아버렸다.


그리고 시은이에게 말했다.


엄마가 소리질러서 미안하다고,


엄마가 시은이를 너무너무 사랑해서 화가 많이 났던 거라고 말이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려하니 중간 내용은 생략하고




물론 언제나처럼 난 그날밤 아이를 충분히 다독여주고 뽀뽀해주고 재웠지만,


다음날 아침 또다시 지옥같은 시간을 맞이하고 말았다.


아이가 힘들다고 유치원에 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난 예민한 시은이가 또 나에게 부리는 복수극 정도로 생각하고,


여느때와 달리 고집을 피우는 아이에게 불같이 화를 내고야 말았다.


혹시나 해서 머리를 만져보니 열도 없고 기침도 콧물도 없었다.


......


아무튼 꾸역꾸역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뒤를 돌아 나오는데,


2분만 더 있다 가라며 내 손을 놓지않던 아이의 슬픈 표정이 왠지 잊혀지질 않았다.




오후.


유치원에서 전화 한통이 왔다.


시은이가 오전 내내 설사를 해서 지금 의무실에 있으니 집에 데려갔으면 한다는 전화.

.

.

.

.

.

.


그 길로 회사 조퇴하고 나오는데 택시안에서 눈물이 났다.


자만하고 방심했던 나에게 화도 나고,


변화무쌍한 아이의 마음을 훤히 들여다 볼 줄 아는 것처럼,


잘난척하던 내가 정말 바보같았다.




집에 도착하니 이미 아빠가 시은이를 데리고와 물을 먹이고 있었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세돌까지 단 한번도 설사를 했던 적이 없는 아이라,


난 설사나 장염따위에 대한 어떠한 정보고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다행히 열은 없었지만,


아이가 풀이 죽어서 침대 위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니.


정말이지.


너무 미안하고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엄마라고 반갑게 맞아주는 시은이.


나를 더 많이 미안하게 했던 아이의 한마디를 마지막으로 적어볼까 한다.




엄마시은이도 엄마를 너무 많이 사랑해서,


 엄마가 화를 내면 시은이도 울어.


 그러니까 엄마 화내지 마.


 오늘 유치원에서 배아픈데시은이 한번도 안울었어




,


이건 그 후 이틀후 시은이에게 밥맛 살려주는 약을 먹이며 했던 대화다.


시은엄마이건 무슨약이야?


엄마밥 잘먹게 해주는 약이야.


시은그럼엄마도 약을 먹어야겠다.


엄마무슨약?


시은화 안나게하는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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