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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릴리라는 아이가 있었어

by 머니위너 2013. 7. 17.

39m+



퇴근하기 전 하나 더 써야겠다.


요즘 또 변덕스럽게 글이 땡겨서.



며칠전 시은이가 엄마로 인해 억울한 일(설사)을 당한 사건 이후,


새롭게 고민하게 된 문제인데.


바로 아이의 속마음을 내 맘데로 추측하는 것 말고,


아이로 하여금 말해내게 하는것


어떤 사람은 물을지도 모르겠다.


세심하게 아이를 관찰하고 아이의 감정에 공감하면서,


자주자주 대화하면 되지 않겠냐고.


이론상은 그렇다


그런데 난 언제나 내가 아이를 충분히 세심하게 관찰하고,


아이와 자주 대화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라는 것.



그간,


한가지 내가 잘 몰랐던 것이 있다


당최 몇살까지의 아이들이 그럴지는 모르지만,


시은이 또래의 아이들은 싫거나’ ‘불편한’ ‘자기를 긴장하게 한


사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하고 싶지 않아한다는 (말하기를 기피한다는) 사실.


물론 나의 즉흥적인 이론이다.



게다가 돌아보면 충분히 이전에도 비슷한 예가 있었다


더 어릴적 낮에 친구와 다툼이 있어 저녁에 엄마가 캐물을때도,


시은이는 몰라라고 대답하며 대답하기를 피하거나,


오히려 자기와 상대의 입장을 바꾸어 이야기하기도 해서 황당했던 기억이 있다


또 한가지는,


엄마가 화를 냈던 혹은 손바닥을 때렸던 슬픈 기억을 지우고싶었는지,


모두 아빠에게 덮어씌웠던 기억.




유치원에 가서도 계속된다.


유치원에가서 무엇을 먹었냐는 질문에 상당히 대답하기 귀찮아하고,


친구들하고 사이좋게 지내냐고 묻는 직접적인 질문에 몰라라고 일관한다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마치 놀이치료나 동화치료를 할 때처럼,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아이들이 책을 읽으면서 혹은 모래놀이를 하면서,


심리적으로 편안한 상태가 되거나,


혹 자기가 격었던 일과 비슷한 상황을 연상시킬만한 여건이 되면,


감정을 말이나 놀이로 표출해내고,


선생님은 그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고 또 그러한 마음에 공감해주는 작업.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며,


난 시은이에게 새로운 접근방식의 이야기식 대화를 시도해봤다.  



난 왜 언제나 서론이 길까.


이제 본격적으로 어제밤 시은이에게 해 준  릴리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이렇게 이야기에 흥미롭게 반응한 적이 있었을까 싶은 정도로,


아이는 또 또 하며 이야기를 재촉했다.



이거 이거 퇴근하기 전에 올릴 수 있을까.




엄마: 옛날에 릴리라는 아이가 있었어.


      릴리는 가을에 유치원에 입학을 했지.


      조금 긴장되고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재미있을것도 같았어.


      그래서 첫날 릴리는 울지 않았어.


시은: (허겁지겁) 시은이랑 똑같네? 시은이도 안울었어.


엄마: 그래, 시은이도 안울었지? 시은이도 릴리처럼 용감했어.


시은: ,~ (이야기를 재촉하는 중


엄마: 릴리는 유치원 생활이 재미있기도 했는데,


      또 한편으로는 엄마가 너무 보고싶었어


시은: 시은이도, 시은이도 엄마가 너무 보고싶었는데 (이때 뽀뽀한번 해 주시고)


엄마: 그래, 엄마도 시은이가 보고싶었어.


시은: 그래서, ,~


엄마: 하지만 릴리는 유치원에서 친구들하고 노는것도 너무 재미있었어.


시은: 시은이도.


엄마: 시은아, 엄마도 어렸을때 그랬어.


      유치원에 가서 친구들과도 놀고싶고 엄마랑도 함께 있고싶고.


      좋고 싫은 두가지 감정이 함께 있었는데 그건 정상이야, 누구나 그래.


시은: (좀 어려운 듯) ,또 얘기해줘.


엄마: 어느날 릴리는 아침에 엄마한테 혼나고 울었는데 사실 릴리는 배가 아팠었거든.


      엄마가 화를 내니까 말을 할 수가 없었어.


시은: (아주 효과적이다, 내 팔뚝을 껴안으며) 엄마, 엄마 좋아.


엄마: 오전 내내 설사를 하는데 변기통에 빠져버릴까봐 정말 무섭고 다리도 아팠어.


시은: , 다리가 아파서 선생님을 불렀어. (그담엔 좀 못알아들었다..;;)





이렇게 길고 긴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이처럼 반응이 좋을지 몰랐다


누군가에겐 틀림없이 지루할만한 평범한 이야기가 시은이는 왜 그리 좋았을까.


사실은 본인의 이야기이기 때문이였고,


좀 늦었지만,


이야기를 통해 엄마가 시은이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시은이는 신이났고,


또 난 덕분에 내가 미처 헤아리지 못한 아이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릴리의 이야기


시은이와 똑같이 유치원에 입학하고,


시은이와 똑같이 엄마를 많이 사랑하는,


시은이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은 예감이다.



물론,


아이가 원할때까지.


그리고 그 다음에는 또 다른 버젼이 나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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