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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이모와 함께 했던 주말_101123

by 머니위너 2013. 7. 16.

한국에서 시은이 이모가 놀러왔다.

공항에 마중나가 40분 가량 기다렸을까 

시은이,

이모 준다고 집에서 가지고 나온 손바닥만한 나무 물고기를 줄곧 꼬옥 쥐고있다가, 

지쳐버렸는지 엄마에게 넘기려는 순간.

저 멀리 이모가 손을 흔든다. 

엄마: 시은아, 이모네. 어여 가서 물고기 선물해야지. (왜 물고기를 선물하고 싶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이모 만난지 벌써 일년이 다 되어가는데 신기하다 서로를 향하는 그 그리움은 닿는가보다, 

시은이는 지친 엉덩이를 일으켜(주져앉아 있던중) 이모에게 달려간다.

정말 씩씩하게도 잘 달린다 

곧이어 그 둘이 손잡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달았을때,

시은이는 이제 손땀이 말라 뽀송뽀송해진 물고기를 이모에게 건넨다.

시은: 이모, 선물이야 물고기 

하며 수줍게 웃는다.

낯설어하지나 않을까 내심 걱정했는데 내겐 감격의 순간이 아닐수 없다 

사랑하는 조카 얼굴 한번 보겠다고 시간 쪼개 쪼개 주말하고 하루더 시간을 낸 언니.

밤운전 위험하니 시은이 안데리고 나올거라고 말했던 것이 오히려 조금 미안해지는 순간이였다.

  

흥분한 시은이의 열혈 한국어는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엄마 이외의 사람에게'엄마말'이 통한다는 것이 신기한 것일까.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이모와 쫑알쫑알 말이 많다.

즐거운 시간.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들 때까지 나는 아주 오랫만에 언니와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는 깊고 끝이없어 밤이 무척 모자라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를 기꺼이 알아주는 사람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말없이 이해하고 양보하는, 

우직한 언니의 동생사랑.

순간 시은이에게도 언니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시은이는 지나치게 흥분을 했는지, 

가장 좋아하는 물놀이를 가기로 해놓고 그만 감기에 들어버렸다.

그래도 좋단다. 

어제는 한번도 거르지 않던 낮잠도 거르더니 저녁까지 땀흘리며 논다.

소꿉놀이에 이모 미끄럼타기(이모 몸에 올라가 미끄럼타기), 

까르르 까르르 즐거운 웃음이 끊이질 않고,

넷이서(아빠, 엄마, 시은이, 이모) '동대문을 열어라, 수건 돌리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도 원없이 해봤다 

  

그리고 이모가 돌아가야 하는 오늘이 왔다.

시은이 잠자는 이른 아침 

우린 가볍게 이별 인사를 나누며 일상의 아침을 시작했다.

늘상 오는 하지만 익숙해지기 정말 싫은 헤어짐의 순간이다. 

 

언니를 보내고 돌아오는 출근길, 

지갑을 열어보니 내것이 아닌 지폐가 수 장 들어있다.

시은이 목도리 하나 사주고 싶다더니 이모가 넣었나보다.

  

그 순간 

나는 세상에서 가장 길고 깊게

하품을 했고, 

    하품을 하니 뜨거운 눈물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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