짖어봐 조지야 - 줄스 파이퍼 작/ 보림 출판사
가급적이면 이 글을 보기전 이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고,
여건이 안된다면,
나의 블로그 메모판 책 게시판의 펌글을 읽어보면 더 좋을것 같다.
줄거리 얘기하는 것을 난 참 좋아하지 않지만,
누군가 내가 보지 않은 영화 줄거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 해주면 난 정말 참을수 없어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가급적이면 짧게 이야기 해 보겠다.
조지는 강아지다.
엄마는 어느날 조지에게 짖어보라 말하고,
조지는 실망스럽게도(그림속의 엄마의 표정을 살피면 재밌다)
고양이, 오리, 소 각각의 소리를 낸다.
조지가 걱정이 된 엄마는 조지를 데리고 의사 선생님께 데리고 간다.
증상을 들은 의사 선생님의 의연한 태도도 꽤 인상깊다.
의사 선생님은 곧이어 조지 입속에서 동물들을 한마리씩 꺼낸다.
고양이, 오리, 소 순으로.
이 점은 정말 반전이다.
역시 조지의 표정을 주시해서 보길 바란다.
엄마는 당혹스러웠지만 기뻐하며 의사와 동물들에게 각각 뽀뽀를 한다.
병원에서 나온 엄마는 너무나 조지가 자랑스러워,
사람이 많은 곳에서 조지에게 다시한번 짖어보라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책은 또 한번의 반전의 여지를 남기고 엔딩.
난 이 책을 읽기전 이 책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었다.
아니 다른책 같았으면 한번 훑어볼 만도 했는데,
이 책은 훑어보지도 않았다.
첫 페이지를 펴니 그림도 단순하고 글도 많지 않은것이 그 이유였다. (만만하게 본건가)
아무튼 정말 잘한 일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을때 한가지 부탁하고 싶은게 있다.
동화책도 그렇고 난 모든책을 읽을때 서평을 읽지 않길 권한다.
평론은 우리의 생각을 꽤 그럴싸하게 정리해주는 것 같지만,
사실은 우리가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간다.
책을 읽기전 그리고 책을 읽은후,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스스로 생각하거나 토론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더 좋겠다.
그리고 마지막에 비평을 들어도 늦지않다.
아니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는다.
아무튼 내 글을 읽는 순간 책의 내용은 이미 알아버렸으니,
다른것을 귀뜸해주고 싶다.
2(3)세 아이와6(7)세 아이의 대답은 물론 많이 다르겠지만,
이 책을 아이에게 읽어줄때 아이에게 질문을 하며 읽어주는건 어떨까.
나는 아이에게 책을 읽으며 끝없는 질문을 하는데,
물론 책마다 다르고 질문은 선별해서 해야한다.
확인하는 형식은 좋지않고: 이아이착하지? 못생겼지않니? 이러면 안되지 등.
그리고 가급적이면 아이에게 끌려가도록 한다.
한 페이지가 끝나지 않았다고,
아이가 책 넘기는 것을 저지하는 것은 좋지않다.
나는 질문을 할 때 대부분 사고를 통한 대답을 기대하기보다는,
아이의 즉석적인 반응을 통해 아이 느낌을 알고 싶어서이며,
또 한가지 이유는 아이가 내 이야기에 더 집중하도록하여,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싶은 이유에서이다.
아이는 실제로 읽었던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읽음으로서,
어느순간 그 이야기를 스스로 복술할 수 있다.
그리고 시은이의 책읽는 성향중 하나는,
한가지 책을 최소한3~4번 그 자리에서 반복해줘야 만족해한다.
그래서 내겐 수많은 기회가 주어지는데,
이야기를 좀 바꿔서 들려주기도 하고,
질문을 나눠서 해보기도 한다.
이 글의 중점은 이게 아닌데 글이 길어졌다.
다시 돌아와서,
나는 강아지 조지가 야옹이라고 짖었을때,
순간 이런이런 이 책 보통이 아니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며,
기대감에 부풀었다.
사람이든 책이든 무엇을 말하고 싶은것인지,
단번에 알 수 없을때 난 늘 집중하고 흥분한다.
황당하고 또 놀라웠지만,
난 이 시점에서 시은이에게 질문을 했고,
놀라운 발견을 한다. (내겐 아이의 모든것이 놀랍다)
엄마: 시은아, 이건 강아지야 고양이야?
시은: 고양이지.
엄마: 시은아, 이건 오리야 강아지야?
시은: 오리야.
엄마: 시은아, 이번엔 소야 강아지야?
시은: 소잖아.
나는 소름이 좀 돋았다.
그래서 서평을 좀 찾아봤지만,
솔직히 비슷하거나 조금 생각하면 알 수 있는 이야기뿐이 없어 좀 실망했다.
난 이 책엔 보이는 것 이상의 것이 담겨있다고 생각했다.
서평에서 이야기하듯 정체성을 찾는 문제가 중심을 이루고 있지만,
2(3)세 짜리 아이는 우리와 다른 그 무엇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다.
순간 얼마전 봤던 아이의 사생활DVD 속의 몇 가지 실험이 생각났다.
2(3)세 아이와6(7)세 아이의 시각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이였다.
2(3)세의 아이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이해하였기 때문에,
그 안에 개개인의 개성이 각각 살아있었으며 쉽게 영향받지 않았고,
6(7)세의 아이는 이미 사고가 꽤 굳어져(매체나 어른들의 영향이 크다),
모두 유사한 답을 선택하거나 외부 환경에 의해 크게 좌우되었다.
아, 정말 재밌는 발견들이다.
이쯤에서 나는 또한번 다짐한다.
아이에게 너무 많은것을 쥐어주지 않겠다고,
옳고 그른것을 스스로 판단하도록 내버려두고,
좋은것과 그렇지 않은것 역시 스스로 취하도록 돕겠다고.
그럴려면 수많은 순간에,
나는 아이를 기다려줘야하고,
믿어줘야하며 때론 눈을 감아야 할 것이다.
한권의 책을 통해 정말 많은 것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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