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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처음 부끄러운 아이_101118

by 머니위너 2013. 7. 16.

시은이는 어제 처음으로부끄러움경험했.

 

엄마는 퇴근 후 여느때처럼 시은이와 함께 낮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오전에는 동네 친구 이이와 함께 미끄럼틀을 탔고 즐거웠다고 했다.

그런데 오후에 뭐했냐는 엄마의 질문에 시은이는 유독 대답하기를 꺼렸고,

일부러라고 생각될 정도로 산만한 태도를 보였다.

말하기 싫은것이 있는가보다, 눈도 피한다.

 

그림일기를 그리기에는 시은이의 이야기가 조금 불충분하다 여겼기 때문에, ,

나는 일단 시간을 넘기고,

저녁식사를 하며 아줌마에게 낮에 특별한 일이 없었는지를 물었다.

왠걸.

아줌마는 섭섭함이 담긴 하지만 살짝 웃어보이며 괜찮다는 표정으로,

오늘 시은이가 아줌마에게 미안한 일이 있다고 말한다.

 

이야기인 ,

시은이가 오후에 밖에서 동네 베프싸이오랫만에 만났는데,

신나게 놀다보니 어느덧 어둑어둑 집에 돌아갈 때가 되었고,

아줌마는 시은이에게 집에 돌아가자 했는데,

글쎄 시은이가 집에 안가겠다고 반색을 하며 아줌마 얼굴 한 대를 세게 때렸다고 한다.

당시 시은이도 아줌마도 안색이 변했고 (아줌마 말에 의하면),

시은이는 비록 바로 잘못했다 말하며 집으로 순순히 따라나섰지만,

아줌마의 섭섭하다는 말에도 끝끝내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는데 나는 솔직히 상당히 아줌마에게 미안해지며 얼굴이 달아올랐다.

이전에도 몇번 시은이로부터 아주 좋아하는 것을 빼앗거나,

시은이의 어떤 즐거운 행위를 저지할 때면,

스스로의 감정을 미처 통제하지 못하고 때리는 행위로 불만을 표출하곤 했었다.

하지만 매번 강도가 약해서였는지 어쨌는지,

아이는 잘못했고 미안하다고 괜찮냐고 말하며 기꺼이 사과했었다.

심지어는 때리려고 손을 올린 순간에서도,

몇번은 금새 후회하고 손을 내리는 기특한 경우도 있었다.

엄마는 안다, 아이에겐 몹시 힘든일이라는 것을.

  

이야기를 듣고나서- 이야기 하는 내내 시은이는 불편해하는 눈치다-

아빠도 나처럼 속으로 조금 실망단어는 싫지만- 스럽고 아줌마에게 민망했나보다,

아줌마를 때렸다는 대목에서 바로 시은이를 다그친다,

엄마는 아빠의 존엄도 염두해둬야 하기 때문에 가만히 듣고있다.

그런데 이야기 해야 하는데 아빠는 기대만큼 멋지게 해내지 못하고 말았다.

-아쉽게도 시은아빠는 사람은 좋은데 말솜씨가 없다-

나는 식탁 아래로 부드럽게 아빠손을 잡고 저지한 ,

시은이에게 나중에 엄마랑 얘기하고 일단 먹던밥을 먹으라고 한다.

내게도 아이에게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순간 머릿속엔 책에서 읽은 수많은 방안들이스쳐가고,

밥을 먹는 내내 나는 내가 아이를 훌륭하게 인도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곧이어 그림일기 쓰는 시간이 돌아왔다.

나는 일단 즐거운 싸이와 시은이를 그려넣었다.

아이가 신나한다.

아이는 내가 싸이 이름만 언급해도 수줍게 웃으며 좋아한다.

시은이는 왠일인지 오늘은 온통 검정색 옷만 선택했다.

일단 나는 싸이에게도 시은이에게도 아이의 선택에따라 검정옷을 입혔다.

그리고 즐거운 장면들을 그리고 나서,

나는 시은이에게 아줌마가 어딨는지 묻는다 -드디어 말해야 할 시간이 돌아왔다-

그리고는 별로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 시은이를 일단 두고,

천천히 아줌마를 그려본다.- 예쁜 아줌마를 그렸다, 시은이처럼 똑같이 머리를 묶은-

나는 시은이를 향해 손을 흔들며 웃고있는 아줌마를 그리다가,

아줌마 볼에 빨강칠을 해본다.

그리고 이내 눈물이그렁그렁한 아줌마 눈을 연출해본다.

 

엄마: 시은아, 아줌마가 집에 가자고 했어?

        시은이는 싸이와 노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서,

        집에 가고싶지 않았구나놀고 싶었지?

시은: 놀고 싶었어, 집에 안가 (일단 엄마가 마음을 알아주니 좋다)

엄마: 그런데 밖은 깜깜해지고,

         아줌마는 엄마가 퇴근해 돌아와 시은이를 찾을까봐 걱정이 됬나봐.

        그래서 시은이보고 집에 가자고 한건데 시은이가 아줌마를 아프게 했어.

시은: ……

엄마: 시은이가 놀고싶어했던 마음을 엄마는 충분히 이해해, 마음 알아.

        (대목에서 아이가 진심을 가까이 느끼도록 꼬옥 안아준다)

        하지만 아줌마를 아프게해서 얼굴이 빨간색으로 변했잖아, 많이 아팠나봐.

시은:  (잠시 망설이다 그림속의 아줌마를 어루만지며 혼잣말한다) 아줌마 미안해요.

엄마:  (잠시 울컥했고)

          그림속의 아줌마 말고 주방에 있는 시은이 아줌마한테 가서 미안하다고 해봐.

          아줌마가 기뻐하실거야. 시은이는 아줌마한테 그렇게 말하고 싶었잖아.

 

시은이 쪼로로 주방으로 달려가다 문턱에 선다.

그리고는 물끄러미 아줌마를 바라보며 조금은 뜸을 들이며 말한다.

"아줌마 미안해요."

나중에 아줌마가 해 준말에 의하면,

그 순간 아이의 표정은 정말 미안해서 어쩔줄 모르는 표정이였다고 한다. 

나는 수줍은 웃음 조금과 어색한 표정이 만연한 아이의 얼굴을 떠올려본다.

아이는 부끄러워서 고개도 제대로 못들고 미안하다는 말을 다시 한번 반복하며,

아줌마를 꼬옥 안아줬다한다.

하마트면 울 뻔했다.

   아줌마 역시 시은이를 꼬옥 안아주며 용감한 아이라고 칭찬해 주었고,

나는 사실 방에서 책보고있는 아빠에게도 일을 얘기하며 칭찬하고 싶었는데,

글쎄 우리 시은이는 다시는 언급하고 싶지 않은지 계속 딴청을 하더라.

평소 같으면 곁에서 덩달아 스스로를 칭찬했을 것을.

아이의 기분을 알아주기로 하고 다시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아이는 이번일이 참으로 부끄러웠던같다- 엄마의 단어선정이 옳은지는 모르겠다- 

아줌마에게 많이 미안했고,

너무 미안했기에 말을 못했던 아이는,

엄마눈에 이미 조금은 어른을 닮아 있었다.

  

, 이번일을 겪으며 몇가지 다짐한 것이 있어 적어본다.

  

다짐1. 앞으로는 가급적이면 칭찬이 만한 외에는 아이앞에서 아이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도록,

 아줌마가 고자질하게 종용하는것을 삼가하겠다.

다짐2. 아빠는 격려와 이해, 엄마는사랑과 훈육 위주로 역할담당한다.

다짐3. 아이도 알고있는(인정하는) 실수에 대해서 반복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한번에  따뜻하고 따끔하고 간결하게 한다.

 

물론 나도 가끔 생각한다.

시은이의 마음을 내가 읽었을 수도 있다고,

혹은 실제보다 아름답게 바라봤을지도 모른다고.

그래도 상관없다.

나는 한 아이의 엄마로써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려 충분히 맘쓴것이,

가장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모르지, 혹시 어떤 전문가가 지나다 내 글을 읽고 내게 바람직하지 못한점을 지적하고 싶다면,

     난 정말 기꺼이 지적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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