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특별한 일이 없는한 낮시간에 집으로 전화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시은이와는 전화로 이야기를 나눈적이 거의 없었다.
할머니 댁은 전화번호도 외우더만.
아무튼 임신때 난 이런 다짐을 한 적도 있었다.
아이가 좀 크면 점심때마다 전화해서 엄마가 곁에 없어도 아이를 늘 그리워 한다는 것을 말해줘야지.
하지만 난 쭈욱 전화를 하지 못했는데.
혼자 아이를 보시는 아줌마에게 감시하는 느낌을 덜 주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고,
어떤 타이밍이 시은이가 전화받기에 괜찮은 때인지,
휴, 난 배려가 지나친 엄마임이 분명했다.
그러다가 얼마전부터 난 시은이가 내게 자발적으로 전화하도록 유도해보았는데,
퇴근후 자주 시은이에게 이야기하는 방법이였다.
시은아, 낮에 밥먹고나서 엄마 보고싶으면 엄마한테 전화해.
아줌마한테 엄마한테 전화한다고 말하면 아줌마가 엄마 목소리 들려줄거야.
물론 아줌마는 알아들을 수 없도록 한국어로 이야기했다.
그래.
기대하고 싶었던 것이겠다.
아이가 낮시간에 언제 나를 떠올려 줄 것인가.
그렇게 말한지 며칠이나 되었을까,
난 드디어 오늘 점심 전화 넘어로 시은이의 달콤한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두돌지난 조그맣고 귀여운 딸아이의 전화 목소리를 듣는 일이란,
그것도 예고없이 다른 어른의 첫 인사말 없이 수화기를 들자마자 들려오는 아이의 목소리.
엄마.
엄마 보고싶어서 시은이가 전화했어.
엄마 밥 먹었어?
시은이 밥 많이 많이 먹었어.
엄마 보고싶어.
시은이 이제 뭐할건데? (엄마)
시은이 이제 잘꺼야.
엄마 안녕.
저녁때 돌아오니 아줌마 말이,
오늘은 시은이가 점심을 먹은 후 전화기 주변을 이리저리 배회하다가,
문득 전화기를 들더니 하는말이,
엄마 보고싶으니까 전화번호를 눌러달라 였단다.
그리고 아이는 스스로 그것이 자랑스러웠는지,
내게 했던 첫 한마디 역시 시은이가 전화했다는 말 이였던 것이다.
이제 곧 엄마 번호 누르는 법도 가르쳐주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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