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돌이 된 아이는 종종 아빠와 다툰다.
흠 누가 그랬지, 남자는 아이라고.
아이를 갖기 전에는 비교대상이 없어 몰랐던걸까
시은이를 갖고부터 남편의 아이같은 면모가 두드러지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만큼 순수하다는 혹은 단순하다는 생각도 들고,
남자와 여자와 상황 대처능력이 과연 많이 다르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즉 남자는 상대의 공격성에 따라 그 대처방식이 다르다는 것,
남편의 세심하고‘비교적’다정한 아내 혹은 여자인 나를 대하는 방식과,
아직 자기중심적이고 때론 막무가내,
혹은 고집쟁이인 세돌 아이 시은이를 대하는 방식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
아주 재미난 현상이고,
또 덕분에 난 아이 대하듯 남편에게 조금 더,
아주 조금 더 너그럽게 져줘도 좋을것 같은 이유를 찾아 좋다.
혹시 태극권을 아는가?
나같은 무술 문외한이 그에 대해 잘 알턱이 없지만,
난 아이와 남편이 충돌할때마다 중국 무술 영화속 태극권의 한장면이 떠오르곤 한다.
부드러운 방어 위주로 살짝 물러나는듯 하지만 사실상 상대를 제압하는 모습이,
어렸던 그리고 지금의 내게도 무척이나 인상적인 장면이였다.
우습지만 심지어는 나의 인간관계론의 지론이 되어준 장면이기도 하다.
하하 (싱겁게),
아무튼 나는 남편이 아이와의 관계에서 하루빨리 그 이치를 스스로 깨닫길 바라며,
아래 공식을 만들어봤다.
부모의 입장 아이의 입장
1. 아이가 마땅히 해야하는 방향 -----50----- 아이가 절대로 양보하고싶지 않은 방향 (고집)
2. 아이가 마땅히 해야하는 방향 -------70--- 아이가 절대로 양보하고싶지 않은 방향 (고집)
3. 아이가 마땅히 해야하는 방향 -10---------- 아이가 절대로 양보하고싶지 않은 방향 (고집)
무슨 공식일까?
<
아래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겠지만,
일단 더 쉽고 짧게 공식을 풀어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고집불통에 청개구리인 우리 아이,
정녕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가 마땅히 해야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싶다면,
1단계: 일단 50대 50으로,아이의 욕구를 읽고 인정해줌으로써 아이가 동등하게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게하자.
2단계: 다음으로 20만 양보(타협)해서 아이에게 존중 이상의 만족감을 준다. 이 부분은 상당히 중요한데,
어른이나 아이나 상대가 조금 물러서주면 마음이 약해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단 이때 3단계로 가기위한 타협을 하는것을 잊지말자. (이 타협에는 상벌의 개념이 없다)
3단계: 3단계에서는 양육자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되 아이와 충분히 협의된 상태에서 10까지 수용하도록 한다.
이는 역시 협상의 방식으로 내가 이겼지만 상대에게 결코 패배감을 주지않는 전략이겠다.
(참고로 두살전의 아이들에겐 2단계까지 응용한 후, 문제의 사물을 시야에서 치우는게 더 좋을것 같음)
공식을 만들고 애써 설명해놓고 보니 말이 더 어려운것 같기도 하고,
이게 내가 뭐하는 짓인가 싶기도 한데..ㅎㅎㅎ
사실 딱 태극권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것 같다. ^^
자, 그럼 이제 이론의 꽃, 예시.
내가 지금 생각나는 몇가지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보도록 하겠다.
물론 그 유명한 감정코칭류의 대화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이런 말로 분류하는 것이 전문가 입장에선 불편할 수도 있겠는데,
독자 혹은 아이엄마의 입장에서 편의를 위해‘류’라는 표현을 일단 썼다)
물론 알고 있다.
아이를 조금더 친절하게 다루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걸린다는 것을 (일단 문장이 길어진다!),
하지만 길게 생각했을때 보면 처음에 적응기간에만 그렇고,
아이가 그 룰에 적응이 되면 나중엔 오히려 시간을 더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 내 경험이다.
그래서 나는 모두는 아니지만 육아서적들의 많은 이론들을 기꺼이 적용하는 편이다.
아이쿠, 또 배가 산으로 가겠다.
아래 몇가지 예시를 들었다.
1. 아빠를 도울래요.
아빠가 영수증을 붙이고 있었다.
딱풀을 들고 종이에 멋지게 붙이는 폼이 시은이의 호기심을 급 유발했나보다.
시은: (눈 똥그래져 달려와 딱풀을 빼앗으며) 아빠,아빠 내가 도와줄게.
사실 아이는 돕는다는 생각보다는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하는것이 급선무였을 것이다.
아빠: (허둥지둥 놀라며 딱풀을 빼앗으려 시도) 안돼, 너는 잘 하기 힘들어.
시은: (딱풀을 뺏기기 싫어 몸을 뒤고 빼고선) 할래, 할 수 있어, 내가 할거야.
으앙…………………………………………
내 이럴줄 알았다.
시은이는 아빠의 강력한 대응에 또 좌절과 분노를 느끼고는 울어버렸다.
아빠는 또 아빠대로 투덜투덜, 내게 그럼 어떻게하냐고 한다.
이럴땐 어떻게 했으면 좋았을까?
아빠가 뭘 잘못했을까, 아빠도 억울하단다.
그럼 아이의 잘못이니 아이가 울게 내버려두어야 할까?
이럴땐 이렇게하면 어떻까.
A 운이 좋은 경우
조금만 생각해보면,
아이가 아빠를 돕는다고 하는것은 오히려 칭찬받을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지 아빠의 일을 망칠 수 있다는 ‘두려움’과 ‘번거로움’이 아빠로 하여금 시은이를 제지하게 한 것이다.
역시 순간적인 판단이다.
이럴때 아빠는“잠깐만!”이라고 말하며,
일단 아이가 딱풀로 영수증을 망가트리는 일을 막도록 주의를 환기시킨다.
“잠깐 시은아, (딱풀을 부드럽게 함께 쥐어 컨트롤 하며 동시에 낮은 목소리로)
우리 시은이가 아빠를 돕고싶은가보구나. -------------------- 1단계
아빠는 말만 들어도 정말 힘이나네. (일단 감정코칭으로),
그래, 아빠 좀 도와줘봐, 시은이가 도와주면 더 잘 할 수 있을것 같아.
안그래도 풀을 붙여줄 사람이 필요했는데 말야.
그럼 너무 많으니까 딱 한개만 붙이는데 도와줄래?”---------- 2단계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역시 시은이 신이났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딱 한개만 붙이고 그에 따른 적당한 칭찬의 말을 들은후,
의기양양하여 엄마방으로 들어온다. ------------------------- 3단계
<o:p> </o:p>
3단계에서 운좋으면 때로는 10을 양보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운이 나쁠땐 10을 양보하거나 때에 따라선 공식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B 운이 나쁜 경우
2단계를 무사히 넘어갔는데,
3단계에서 아이와의 협상이 어긋났다.
아이가 막무가내로 더해야겠다고 한다.
이런 경우 솔직히 난 두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아이가 선천적으로 개구진 경우도 있겠지만 이 아이에겐 이런 평화로운 협상이 익숙하지 않다.
물론 어렵겠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이제부터라도 대화방식과 협상에 주의하면서 아이를 대한다면,
아이가 개선되는 것도 꼬맹이와의 전쟁이 줄어드는 것도 난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아이는 꾸준히 변화하고 학습한다, 변화한다는 것은 즉 언제든 좋아질 수도 나빠질 수도 있음을 뜻하는데,
적어도 부모가 노력하는 만큼은 희망을 걸어봐도 좋을것이라고 난 믿는편이다.
둘째, 말 그대로 ‘특수상황’이다.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은 언제나 존재한다.
즉 내 아이만의 스타일이나 우리 가족관계의 특수상황 혹은 전후상황과 사물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럴땐 공식대로 하지 않아도 좋고 공식을 응용하기만 해도 좋겠다.
이와같은 예는 아래 따로 들어보겠다.
C 특수상황
아이들은 때때로 정말 생떼을 부릴때가 있다.
언젠가 바쁜 아침시간에 있었던 일인데,
사실 아이가 생떼를 부릴때는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일 때가 있다.
조금만 주의하여 아이의 감정을 살핀다면 금새 알 수 있다.
예를들어 이미 다른데 불만이 있는 경우.
먹고싶던 사탕을 못먹게 했더니 일단 맘속에 불만이 자리잡고 있다가,
아이는 조금후 신발신을때 복수극을 펼친다.
(사탕을 못먹게 한 후: 안되고 되고가 분명한 일도 있다는 것은 따로 포스팅을 하려한다)
시은: (상당히 기분이 안좋은 채) 나 샌들 신을거야.
엄마: 지금은 겨울이라 추워서 안되.(이때는'우리 시은이가 샌들을 신고 싶은가 보구나'라고 말하는데 별 의의가 없겠다)
시은: (뚱…) 신을거야, 샌들.
엄마: (난 아이가 고의적으로 고집부릴때는 간단히 이유만 말하고 별 대꾸를 하지 않는다)…
시은: (엄마의 표정을 살핀후 화난 엄마를 보니 기분이 또 안좋다) 샌들줘어, 우왕..~~~
엄마: (다시한번) 샌들 오늘은 못신고나가, 너무 신고 싶으면 집에 돌아와서 잠깐 신어봐도 좋아.
그리고 지금은 유치원에 갈 시간이라는 것을 시은이는 알고있어, 어서 신발 신자.
시은: (뒤집어진다, 예상한 바다)
엄마: (이런 경우는 물러서면 안되며 달래서도 안된다, 적어도 세돌 아이에게는) 신발 신어.
유치원에 갈거라면 신발을 신고 집에 혼자 있을 생각이라면 신지 않아도 좋아.
시은: (훌쩍이며 마지못해 신발을 신는다, 물론 시간이 좀 허비되었다)…
시은이는 비교적 엄마의 방식에 적응되어있기 때문에(이럴때 엄마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
오래 고집을 피우는 경우가 드물다.
사실 별로 떼도 쓰지 않는 편이지만 그래도 때때로 벌어지는 우리집 전쟁,
특히 시간에 쫒길 경우 나 역시 신경이 예민해져있는 편이라 시은이가 좀 더 어른스러워지길 바라는 욕심이 있고,
그걸 알아채렸는지 아이는 오히려 더 어린아이처럼 굴때가 있는데,
난 이럴때면 언제나 비장한 각오를 해야한다.
옳게 판단하기 위해 정신을 차리고,
감정폭발을 막기위해 심호흡을 해야한다.
언어선정에 조금더 신경쓰려하고 목소리는 가급적 더 낮춘다.
아무튼 최악의 경우라야봤자 아이가 울어버리는 상황뿐,
한더 최악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상처주거나 욕설을 퍼붓지 않는 이상 말이다.
물론 시간에 쫒길땐 정말 가슴이 뛴다.
까짓 늦어도 좋다라고 생각하는 편이 덜 위험하다.
흠 다른 예시 여러개를 더 들고싶지만 시간 관계상 여기까지 해야겠다.
우리 아이는 달라요.
라고 말하는 부모들이 있을것으로 안다.
일단 나는 다시 강조하고 싶다.
천사아이던 악동아이던, 어떤 기질의 아이들이던지 아이들은 끊임없이 모방학습을 하며 변화한다.
천사아이도 악동이 될 수 있고 악동아이도 때론 천사아이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확율상 난 천사아이가 때때로 악동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은 하지만.
아무튼 정말로 내가 그런 악동들을 잘 이해하고있을지도 의문스럽지만,
난 감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
수많은 육아서적들에 쓰여있는 아이 존중 대화법이나 감정코칭 심지어는 나같은 사람이 만들어낸 위와같은 공식등,
만약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자기아이를 사랑하는 만큼의 열정을,
가급적이면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리고 지속적으로 육아학습에 쏟고 실천한다면,
더 많은 아이들이 더 많이 행복한 어른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하고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가정을 세워본다.
아무튼 이 글에서도 아이의‘감정'을 우선시 여기는 육아 생각을 엿볼 수 있겠다.
아이의 마음을 읽고 조금 그러하도록 내버려두는 것.
그리하면 아이는 이해받는다고 느끼고,
이해받는다고 느낀 아이는 심리적으로 안정적이라는 것,
이렇게 아이의 욕구가 채워지면 아이는 더 쉽게 스스로를 자제하고 타인과 협상할 수 있게 된다는 것.
그렇게 자기통제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은 또한 수학적 능력이 월등하다는 어느 보고도 있다는,
엄마들이 좋아할만한 반가운 정보도 마지막으로 흘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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