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짧게 쓸 내용이 아닌데 오늘은 맘 난 김에 요약해본다.
눈물에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겠지만 공개된 장소에서 잣은 아이의 눈물은 어른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구태어 설명은 필요없겠고 결정적으로 이만저만 챙피한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이제와서 밝히는데 시은이는 얼마전까지 '울보'였다. (잠시 밝히지만 '창피'와 '울보'는 우리집 금지어다)
엄마를 닮아서 눈물이 너무너무 너무 많다.
상황1. 엄마, 친구랑 더 놀고싶어요, 우왕~~~
상황2. 엄마, 시은이 잘 할거예요, 우왕~~~
상황3. 엄마, 시은이 아직 엄마랑 뽀뽀 안했잖아요, 우왕~~~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은 아래 세 가지이다.
첫째, 아이는 소리내서 운다, 난 훌쩍훌쩍 우는 아이들이 조금은 위험해보인다.
둘째, 친구와 헤어지는게 서운한 일 외에 무엇을 사달라거나 꼭 해야겠다고 우는법은 없다.
셋째, 울고나서 금새 웃는다.
흠, 그냥 감정이 풍부한 것이려니 생각했는데 사실 좀 지쳤었다, 고작 몇개월.
그러다가 다시 맘을 다잡고 아이를 기다려주기로 한 지 약 6개월이 되었을까.
여기서 기다려준다는 것은 아이에게 대적하지 않고 우는 아이의 마음도 힘드려니 하고 일단 보듬어준다는 의미이다.
이제는 아이가 눈에띄게 달라졌고.
난 덕분에 또다시 긍정의 힘 내지는 소신을 가진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물론 감정이란 워낙 복잡미묘한 것이니 자기 감정을 잘 감지하고 충분히 전달하려면 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이제 아이는 대부분의 '분노'를 언어로 표현할 줄 아는것 같다.
우는것보다 말로 표현하고,
짜증이나면 짜증이나서 그런다고 이야기 할 줄도 안다.
화가 날땐 잠시 솜방망이같은 '미운말'도 하지만 곧 사과하며,
종종 친구한테 잘해주는 엄마를 보며 퉁명스런 얼굴로 "엄마 질투가 나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한가지,
눈물과 행위언어가 줄은 대신 아이의 '미운말'이 제법 늘었는데 (또래아이들과도 배운다),
예를들면 "엄마, 나빴어""엄마 마음 버릴거야" 이런 말들이고,
이런 말들로 아이가 선전포고를 할 때면 엄마 아빠는 살짝 긴장해야한다.
왜냐하면 아이의 선전포고가 끝나면 아이는 곧 고단수 심술을 부리기 시작하기때문이다.
아이는 일단 화가나면 화가 났다고 말하고 이유를 말한다.
그리고는 인상 잔뜩 찌뿌리고는 주저리주저리 투덜거리기 시작한다.
예: 안되겠어, 엄마 노래 부르지 마, 시은이 지금 기분이 안좋으니까 저쪽으로 가.
그런식으로 이젠 언어 고문을 시작한다. (단 욕설은 없다)
그런데 아이의 이런 표현방식은 사실 비교적 성숙하고 긍정적이지만 때때로 엄마 아빠를 지치게함으로...
난 얼마전 새로운 방법을 하나 발견해냈고 (야홋~!),
당분간일지언정 꽤 효과를 보는중이다.
간단히 소개하면 바로 '5분 침착법'으로,
아이가 선전포고 (엄마 나 화났어)를 하는 순간 아이에게 침착해질 것을 권하는 것이다.
방식은 아래와 같다.
시은: 엄마 나 화났어.
엄마: 블라블라...(화난것에 대한 공감 표현)
그래, 시은아, 화내도 좋아. 맘껏 화를 내자.
그런데 5분만 이따가 화를 내면 어떨까? (이것만 하고 화를 내자라는 식으로 방식을 바꿔도 좋다)
그땐 정말 마음껏 화를 내도 좋아.
물론 이유를 물어보기도 하는데 이땐 '정확'하거나 '재밌는' 이유 모두를 대도 좋다.
나는 아이가 받아들이기 더 쉬운 이유를 선호한다. (단, 거짓이유는 좋지않다)
혹자는 말 할 지도 모르겠다.
애들 화내는 것에 뭐 그리 민감하냐고, 애들이 상전이냐고.
정말 있더라 이런 사람들.
난 그들에게 이렇게 묻고싶다.
단지 우리가 어른의 머리로는 기억할 수 없을 뿐,
아주 아주 오래전 우리 모두 이런 시기가 있었다는 것을,
이제 시작인 아이들은 결코 어떤 어른들처럼 일부러 화를 내고 거짓을 말하고 심지어 가짜 웃음을 지을 줄 모른다고,
슬픔이 슬픔인지 분노가 분노인지도 모를만큼 아이들의 감정은 이제 겨우 처음이고 순수한 것인데,
그런 아이들이 감정의 홍수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혼란스러울 때,
과연 당신은 물에 빠진 아이를 외면할 수 있는지 말이다.
흥분했다.
주말이다, 해피 주말.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