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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게임의 법칙

by 머니위너 2013. 7. 16.

<28m+>

 

지난밤 시은이와 숫자놀이를 때였다.

사실 아무생각 없이 시작한 놀이였는데

시은이가 상당히 치열하게 반응하는 바람에 역시 경쟁심에 불탔던,

놀이보다는 승부가 가려지는 게임이였다고 둔다.

 

자석 숫자1부터 0까지 한줄을 배열하고,

나머지 숫자들(5세트정도) 틈에서 같은 숫자들을 찾아내는 게임이였다.

처음엔 살살하려고 했는데,

시은이가 소리지르고 심지어는 엄마를 밀치고 하는 바람에 치열해져버렸다.

물론 내가 부축인 면도 없지않아 있지만..ㅎㅎ

 

매번 숫자를 찾을때마다 ,

엄마가 먼저 찾아야지~!

, 엄마 찾았다, 시은이는 못찾았어?

하며 살살 약을 올렸다.

초반에 몇번 져주었는데 져줄수록 기세가 등등해져서,

급기야는 엄마가 찾아낸 숫자 3 냅다 채가서 붙이질 않나,

엄마가 이미 찾아서 붙여놓은 숫자를 일부러 떼다가 다시 숫자들 틈에 썩은다음,

찾아내는 시늉을 하지않나 (시은이가 찾았다! 라고 외치며)

정말 아이의 숨겨져있던 승부욕이 몽땅 쏟아져나오더라.

아직 정당성의 개념이 없는 순수한 승부욕, 철없는 승부욕,

순간 살짝 다듬어줘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은 손에서 잽싸게 채가는걸 놓치않고 잡고있어봤는데,

우와 힘도 쎄더라, 응응응~ 떼쓰다가 울다가 하는 아이를 진정시키며,

엄마: (강하게 응시하며) 시은아, 시은아

        이거 엄마가 먼저 찾았으니까 엄마꺼야.

시은: (힘차게 고개를 저으며 떼쓰려한다) 아냐 시은이꺼야.

엄마: 자꾸 떼쓰면 엄마는 시은이랑 게임을 수가 없어.

시은: (모기 목소리로) … 싫어.

엄마: (진정된 시은이를 보며) 이거 엄마꺼야 시은이꺼야?

시은: …… 엄마꺼야.

엄마: 엄마가 먼저 집었으니까 엄마꺼지? 엄마가 이긴거야.

시은: ……

 

그때 시은이에게,

시은아 게임을 할땐 이기고 지고가 있는데 그것은 단지 게임의 일부일 뿐이야.

결코 잘하고 못하고를 나누는 기준이라거나 좋은사람 나쁜사람을 나누는 기준이 되지 않아.

그건 시은이가 크면 알게될거야.

그러니 이기는 횟수에 집착할 필요가 없지.

차라리 지는 것을 쿨하게 인정할 아는 사람이 멋져.

사람들은 대부분 이기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니,

그렇지 않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거든.

시은이도 언젠가는 알게될거야

 

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ㅋㅋ

시은이 수준으로 다시 바꾸어서,

엄마: 시은아, 이건 엄마가 먼저 집었으니 이번 게임에선 엄마가 이겼어

        엄마가 시은이가 이기는 것을 인정하듯이 (다른 내용은 너무 복잡하다),

        시은이도 엄마가 이기는 것을 인정해야해 

 

결국 시은이는 어렵지 않게 패배를 인정했지만,

내가 알려주고 싶은 내용을 충분히 전달했는지에는 자신이 없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흥분해서 게임에 임하긴 했고,

그리고 까짓것 져주지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게임에 임하는 아이의 재밌는 태도 덕분에 나는 정신이 버뜩 것이다.

백번 천번, 엄마인 내가 주는 것이야 어렵겠냐만은,

나는 앞으로 집이 아닌 바깥 세상에서 격을 수없이 많은 인생의 게임 속에서,

시은이가 슬퍼하지 않고 패배를 인정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승패에 대한 개념정리를 해주어야겠다 라는 그런 마음쯤.

 

아무튼 이번 게임을 계기로 아이 교육을 위한 한가지 방향을 잡은 셈이다.  

물론 생각이 움직이는 것처럼 아이 교육을 위한 방향은 계속 개선될 것이고

내겐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요는 져주지 말자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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