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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아이의 타고난 성향

by 머니위너 2013. 7. 16.

<28m+>

 

한때 난 아이의 모든 행동에 ... 일까라고 습관처럼 되물었었다

 

아이의 어떤 행동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을것이라 여겼기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선천적(유전적)인 성향을 그닥 믿고싶지 않아하는 편인데

 

뭐랄까 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어서겠다.

 

긍정적인 성향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희망이 없지 않은가, 일단 정해진 것이라 정의되면.

 

그런데 요즘 난 자라나는 아이에게서 아이의 타고난 성향들을 발견한다. 

 

그간 괜한 부정을 했나 싶다.

 

아이를 키우면서 앞으로도 수없이 많은 나의 고집들이 깨지겠지.

 

최근 아래 두가지 사건? 통해 시은이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했다.

 

1. 자제력이 강한 아빠를 닮은 아이 (바른생활 시은)

 

 

시은아빠에게 듣고 이야기로 옮겨본다.

 

그날 엄마는 저녁에 약속이 있어 간만에 늦은 귀가를 하였고,

 

덕분에 저녁시간을 온전히 아빠가 시은이와 함께 보냈다

 

시은이 목욕후 여느때처럼 물마시는 동안 아빠가 뽀로로 DVD를 잠시 틀어줬는데,

 

평소 자제력이 신기하게 강했던 시은이, DVD를 꺼야할 시간이 되었을 때였다.  

 

 

아빠: (밝게 웃으며) 시은아, 이제 그만 봐야지, 내일 보자

 

시은: (순순히 평소때처럼 티비 앞으로 다가가 티비 전원을 끄며) ... 

 

 

그런데 이때 예상치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시은이 여느때와는 다르게 무척 시무룩한 표정으로 아빠를 쳐다보았는데,

 

순간 시은아빠, 시은이 눈에 가득 고인 눈물을 발견한 것이다.

 

 

아빠: (당황해서) 惜恩,怎么了,怎么哭了呢?시은아, 왜그래, 왜울어.

 

시은: 爸爸,抱抱我 아빠, 안아주세요. (아빠 품에 포옥 안기며

 

 

그렇게 한참을 아빠 어깨에 얼굴을 뭍어버리더란다

 

아빠는 좀 재밌기도 하고 좀 안스럽기도해서 아무말도 못했더랬고.

 

 

시간이 좀 지나 시은엄마 귀가후 이 이야기를 전해듣고 시은이에게 말을 걸었다

 

엄마: 시은아, 우리 시은이 아까 뽀로로 더 보고싶었었구나

 

시은: 보고 싶었어요 (또 울먹일듯)

 

엄마: 그럼, 아빠한테 조금만 더 보겠다고 얘기하지 그랬어

 

       시은이가 아빠한테 조금만 더 보고 끌께요, 하면 아빠가 더 보여주셨을거야

 

       아빠는 시은이가 뽀로로를 많이봐서 눈이 나빠질까봐 걱정하신거지만,

 

       시은이가 부탁하면 들어주셨을거야. (일단 이렇게 말하고 본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하고싶은 이야기 있음 다 해야해, 알았지.

 

 

참 혹시라도 아이가 무엇인가 강요당하고 있다는 오해는 받기 싫어 부연설명을 해야겠다.

 

나는 이맘때의 아이들은 원하지 않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믿기때문에,

 

그간 아이에게 무엇인가를 강요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시은이는 엄마가 화나는 모습에 익숙하지 않다.

 

게다가 강요라는 것이 아이에게 얼마나 부작용이 큰 지 나는 알고있다.

 

그렇기에 어떤일을 (충분히 설명해주어도) 아이가 원하지 않을때에는,

 

차라리 좀 떨어져서 아이의 떼쓰며 우는모습을 지켜보며 스스로 그치길 기다리는 편이다.

 

물론 때에 따라 아이가 상심할 만한 일이나,

 

엄마인 내가 미안한 일에는 잘 판단하여 충분히 안아주고 위로해주려 노력한다.

 

이쯤하면 내가 아이에게 티비를 끄라고 강요한 적이 없다는 것을 믿어주길.ㅎㅎ

 

 

 

그러니 시은이는 비교적 자제력이 강한 아이가 맞다, 아빠처럼.

 

다소 답답하게 또 때로는 고집스럽게

 

그렇게 정해지거나 정해놓은 룰을 지키는 것을 잘하며 (아이 치고는),

 

열어봤던 서랍장을 잊지않고 닫는 편이며 삐뚤어진 상자를 제 위치에 되돌려놓거나,

 

널부러진 장난감들을 상자에 담는다

 

나는 지금 이런 시은이의 아이답지 않은 자제력을 자랑하고 있는것이 결코 아니다. 

 

장점과 단점은 손바닥과 손등의 관계쯤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런 아이의 성향이 반가운 것만은 아니니.

 

 

 

2. 쉽게 상처받는 엄마의 마음을 닮은 시은 (소심한 시은)

 

 

어제 낮, 주말에 만나기로 한 친구 아들의 작은 선물을 하나 구입했다.

 

물론 시은이에게 줄 작은 도장도 하나 사서 주머니에 넣어두었고.

 

기쁜 맘으로 저녁에 퇴근해 문을 열고 들어올때였다.

 

 

여느때처럼 시은이 반가운 얼굴로 엄마 왔다~~~ (하며 먹던밥을 계속 먹는데),

 

순간 엄마 손에 들린 선물을 발견하고는,

 

시은: (눈 똥그래져서) 엄마, 그거 누구꺼야?

 

엄마: (아무 생각없이 역시 밝게 웃으며) , 이거 낼모래 만날 **오빠 선물이야~

 

라고 말하고 돌아서는데 글쎄

 

시은이 우왕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우리 시은이 요즘 엄마를 많이 당황시킨다.

 

글쎄 울면서 하는말이 엄마, 그거 오빠 주지마세요, 시은이꺼예요

 

 

 

예상치 못했던 결과였다.

 

울어버릴줄이야.

 

이전에 동네 친구들에게 선물줄때도 꽤 쿨했던 아이였는데.

 

 

 

아무튼 그 상황을 종료하기 위해 난 비장의 도장을 꺼냈고,

 

이건 시은이 선물이야 하며 주니 다시 웃음꽃이 활짝 폈다.

 

난 시은이가 기분좋은 틈을 타서 다시 선물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꺼내본다.

 

엄마: 시은아, 아까 그 선물은 낼모레 ** 오빠한테 줄꺼야.

 

시은: (다시 입을 삐죽삐죽)

 

엄마: 시은이도 이모들한테 선물 많이 받았잖아

 

시은이 선물 받을때 (기분이) 어때, 좋아?

 

** 오빠도 무척 기뻐할거야.  

 

시은: …

 

엄마: (분위기 전환하며) 우리 토요일날 시은이가 직접 **오빠한테 선물 주는거 어때?

 

시은: (선물쪽으로 급 달려가더니) ** 오빠, 이건 내가 주는 선물이야.

 

하며 거울보며 연습을 한다. ^^;;;;;;

 

난 다시 아이에게 이쁜마음이라 칭찬해주며 웃어버렸다.

 

 

사실 이맘때 아주 많은 아이들이,

 

선물을 빼앗기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면에서는 다를것이 없다.

 

단 시은이가 평소에 잘 울지 않는다는 점을 미루어보아,

 

아이가 상당히 속상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최소한 이전에는 없었던 일이라 내겐 꽤 신선한 발견이였다. 

 

시은이는 소심하게도(일반적으로 난 소심하다는 말을 나쁘게 쓴 적이 별로 없다),

 

그 어린 마음에 순간 상처가 된 것이다.

 

 

 

문득 난 아이가 나를 많이 닮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소심한 마음에 다른사람 마음을 참 많이도 의심했다.

 

늘 사랑받으면서도 잃을까 두려웠고,

 

내 멋대로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고는 슬퍼하며 상처받았다.

 

그렇게 내게서 떼버리고 싶은 편협된 성향들이 떠오르니 난 아이에게 미칠 영향때문에 조금 불편하다.

 

하지만 이러한 아이의 타고난 성향을 부정하지 않기로 한다.

 

물론 부정한다고 변하는 것은 없다. 

 

차라리 내가 가장 잘 아는 분야라 여기고 더 열심히 모나지 않게 아이를 이끌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마치 내게도 수많은 내가 있어서 끊임없이 진화하는 것처럼,

 

내 아이도 그럴것이라 믿는다.

 

 

아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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