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렴풋이 기억나지만,
엄마는 가끔씩 나에게 "고맙다"고 말했었다.
건강하게 자라줘서 고맙다.
아프지않고 자라줘서 고맙다.
엇나가지 않고 바르게 자라줘서 정말 고맙다...
다 자란 지금도 그렇고,
나의 결혼식 전날에도 그렇게 얘기해줬었다.
난 그런데 그 '엄마의 감사'가 늘 어색했었다.
어려서 아무것도 모를땐, 건강한것이 감사할게 뭐가있지?
우리엄마는 왜 그렇게 안타까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고맙다고 하는걸까...
조금 더 자라서 결혼식 전날 엄마가 나를 으스러지게 껴안으며,
눈물이 그렁그렁해 내 심장 구석구석을 울리며 내게 했던말.
건강하게 자라줘서 정말 고맙구나...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느끼는건 단지..
더이상 엄마를 자주 볼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아픔이였지,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마음으로 알 순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 말의 깊은뜻을 알것같다..
어제저녁 곤히 잠들어있는 시은이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난 정말 엄마와 같은말을 되풀이 하고있었다.
벌써 6개월이 되었구나...
지금까지 아프지않고 잘 자라줘서 정말 고맙다, 시은아...
그리고 그 언젠가,
시은이에게 나는 다시 또 '고맙다'라는 말을 할 날이 올테고,
그때 난 또다른 고마움의 의미를 발견하겠지...
삶이란 이렇게 반복되는 것인가보다.
가보지 않은 날에 대해선 난 아무것도 확신할 수가 없고,
난 단지 그것이 꽤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좀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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