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줄 때였다.
양 쪽에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아파트 단지내를 걷다가 우린 갈림길을 발견했다.
난 왼쪽길과 가까웠기에 시은이는 자기몸을 왼쪽으로 기울이면서 왼쪽으로 가려했고 그런 아이를 오른쪽에 있던 아빠가 무의식적으로 자기쪽으로 끌어당겼다. 이때 짜증이 난 시은이는 곧 칭얼거리며 엉덩이를 뒤로 젖혔고 난 어른이니 당연 두 사람이 가는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요또래 아이들에겐 이런 비슷한 상황이 적지않게 벌어진다. 어른들이 보기엔 별 일 아닌일에 아이는 끝끝내 고집을 피우다가 결국 폭발하거나 발작을 한다.
시은: 저쪽으로 갈래~!
뾰루퉁해서 다시 왔던길을 돌아갈 자세다. 하지만 난 이에 굴복하기 싫다. 이유는 당장 유치원 시간에 쫒기는 것이 첫번째요. 힘겨루기에서 물러난 후 부작용이 따를것을 우려해서가 두번째 이유다. 이럴때 양보하면 보통 아이는 안정을 찾는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트집을 잡는것을 난 종종 봐왔다. 오호라, 이거 먹히네. 또 해봐야지. 하며. 하지만 양보하지 않는다고 꼭 아이에게 대적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엄마: 아 그래, 우리 시은이 저쪽으로 가고싶었는데, 그치~ (나도 좀 억울한 표정을 지어본다)
아, 이런 말투는 가족끼리 참 어색하고 뻘쭘하다. – 실제로 종종 이런 말을 하는 나의 표정은 그 내용만큼 온화하지 못 할 뿐더러 늘 해내는건 아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요 화법은 거의 대부분 통한다. 곧 거짓말처럼 시은이는 평정을 찾고 그녀의 엉덩이도 제자리로 돌아간다. 솔직히 말할까. 이렇게 아이가 고집 피우며 짜증을 낼 때면 내 속은 울컥한다. 뭐 이런 녀석이 다있을까.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 같으니라고. 내 뱃속에서 나왔지만 진짜 못됬다. 누굴 닮아 그러나. 별별 생각이 다 나지만 그렇다고 화를 내거나 손을 대면 아이와 난 결국 제자리걸음만 하게되더라. 아니 심지어는 관계가 더 악화되기도 할 것이다. 그리하여 난 어렵게 나를 누르고 아이의 감정을 수용해주기로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난 아이에게 굴복하여 되돌아가지 않아도 되었고 그렇다고 아이의 기분을 무시해 아이를 분노하게 하지도 않았다. 여기서 우리가 믿어야 하는 점 한가지, 사실 이런 경우 요맘때 아이들은 스스로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잘 알고있다. 그래서 그닥 잔소리 해 줄 필요가 없다. 몰라서 안하는 것이 아니라 싫어서 안하는 아이들이다. 게다가 엄마아빠의 감정섞인 잔소리는 오히려 아이의 반항심리를 자극한다.
그런데 우리 인생의 가족극에는 등장인물이 꼭 둘만 있는게 아니다. 겨우 뒤로 내빼 되돌아가겠다는 아이의 엉덩이를 돌려놨더니 아빠의 폭탄같은 한마디.
아빠: 시은아, 뭘 그런거가지고 그래. 시간 없으니까 그냥 가자.
녀석 다시 뿔났다. 난 다시 같은 방식으로 잠시나마 들썩거린 아이의 엉덩이를 진정시켜야했다. 일분도 안되는 시간안에 일어난 일이다. 물론 녀석이 좀 까칠하긴 하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아빠말이 백번 천번 맞다. 어떻게 가면 어떤가 유치원에만 도착하면 됬지. 시간도 없는데 별 쓸데없는 것 가지고 트집잡는 딸아이가 몹시 못마땅하다. 아, 까탈스런 녀석 눈치보기 정말 힘들다. 다른집 애들은 괜찮아보이는데 말이다.
하지만 역시 그건 아빠의 입장에서 봤을때다.
“오늘 아침 엄마와 아빠와 유치원에 갈 때였다. 조금 걷다가 갈림길이 나왔는데 난 엄마쪽으로 가고 싶었고 이미 다리를 엄마쪽으로 뻗고 있었다. 이런 된장. 아빠가 불쑥 내 의견은 묻지도 않고 내 팔을 힘껏 끌어다가 아빠쪽으로 당긴다. 아, 이건 아니다. 다시 왔던길로 돌아가서 다시는 그러지 못하게 만들어야겠다……”
이미 수년이 지났지만 한땐 우리도 아이였었다. 하지만 우린 아이들의 마음을 기억하지 못하고 추억할 뿐이다. 즉 난 내 아이를 잘 모른다. 아무리 사랑하고 신뢰해도 내가 믿는것은 아이의 당장이 아니라 미래일 뿐 현재의 아이는 언제나 새로운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우린 아이에게 꼬리표를 달아선 안 될 것이며 엄마이고 아빠라는 이유로 아이의 감정까지 지배하는 것은 옳지 않다. 모든 아이는 엄마 아빠에게 잘 보이고싶다. 단지 그 방법을 잘 모르고 표현방식이 각기 다르겠지만 아이들은 감정을 무시당했을때 꽤 속상하다. 그러니 적어도 내 품안에서 내 아이를 울리지 말자. 세상으로 나가면 속상하고 억울할 일 투성이일것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