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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설연휴 시은어록

by 머니위너 2013. 7. 17.

29m+


물론 이런류의 대화쯤은 요만한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한번쯤 나눠봤을테지만.




1. 


설 연휴 (참고로 보름 쉬었다),


뜻하지 않게 출장을 다녀온 아빠는 일문제로 머리가 좀 아프다. 


아빠: 시은아, 아빠 머리아파~ (어설픈 한국어로) 


시은: (막 잠자리에서 일어나 누워 발장난하며) 그럼 약발라야지이~!




2. 


아빠와의 가벼운 언쟁 후,


아이가 언쟁에 대한 건강한 생각을 가지도록 돕기위해 시도하는 중,  


엄마: (조금은 걱정스럽게 아이의 의도를 살핀다) 시은아, 아빠 엄마 좋아해? 


시은: (고개를 살레살레 흔들며) 아~니.


엄마: (실망스럽기도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럼, 엄마는 아빠 좋아해? 


시은: (역시나) 안좋아해.


엄마: ...(시무룩해서) 시은이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시은: (진지한 표정으로 엄마를 응시하며) 시은이가 엄마 좋아하니까!




3. 


스스로 낮잠을 자도록 돕기위해 시은이를 자기침대로 유도했다. 


엄마: 시은아, 낮잠자야지~


시은: 싫어 (시은이는 요즘 제 1의 반항기를 맞이하였다)


엄마: 엄마 그럼 블라블라(이모가 만들어준 인형)랑 잘꺼야~


시은: (아직 무반응) ..


엄마: (사랑스럽고 과장되게) 블라블라야, 우리 이쁜이 (이쁜이랑 말은 시은이가 가장 듣기 좋아하는 말이다)~


시은: (어느새 침대위를 비집고들어와 블라블라를 내팽개치며) 아냐, 블라블라 내려갈거야.


...


그리고 한 5분 정도 지났을까.


누워서 뭐하나싶어 들여다보니 엄마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갑자기 눈시울을 붉히며 말한다. 


"엄마, 아까 블라블라 이쁜이라고해서 시은이 슬펐잖아" 




4. 


즐거운 설 연휴,


나의 계획중의 하나는 계획을 깨는 것이다. 


맞벌이라는 이유로 그간 지나치게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던 아이에게 불량식품도 맛보게하고,


늦잠도 즐기고 엄마랑 목욕도 하고 또 낮잠 생략하고 놀기도 하고~ 등,


그리고 이번엔 시은이 안고서 TV(DVD) 보다가 잠시간이 놓쳐서 엄마품에서 잠들기가 미션인데,


일단 만화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인가를 선택했다. 


기름지고 달콤한 간식도 먹어가며 (결국 빼빼로 하나도 다 안먹었지만),


...


만화영화를 꽤 진지하게 보던중,


치히로가 돼지로 변한 엄마아빠를 떠올리며 빵을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시은이가 하도 진지하게 보길래 엄마가 말을 걸어봤다. 


엄마: 시은아, 재밌어?


시은: ....(몰두해보느라 느릿느릿 대답) 응 재밌어.


엄마: 그런데 저애는 왜 우는지 알아? (뭘 알긴 하는지 하도 궁금해서)


시은: 엄마랑 아빠랑 돼지로 변해서 우는거잖아~~ ^^;


아무튼 미션엔 실패했다.


시은이는 역시 그녀답게 잠잘시간이 되니 자겠다고 자기방으로 들어가더라....;;


자제력 강한건 꼭 꼬집어 말하자면 꼭 지 아빠네. 




5. 


연휴기간 스스로 밥먹기를 좀 가르쳐줄까해 이런저런 방법을 다 써보았는데, 


덕분에 난 식사때면 변하는 마귀엄마가 되었다. ^^


달래도 보고 굶겨도 보고 (한끼로는 어림도 없다),


엉덩이도 손바닥도 때려보고 심지어는 어두운 방에 가둬도 봤는데. 


결론은 역시 내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길지않은 과정이였으니 망정이지, 


아이들은 모두 성향이 다르고 (식탐이 있고없고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


대부분의 아이들에게있어 식사는 (당연히) 즐겁지 않은 놀이이다.


그간 부득이하게 아줌마와 단둘이 아니 아줌마가 먹여주는 밥을 먹어온 시은이는,


스스로 (긴시간)식사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워낙 식탐도 없고 입도 짧은 아이인걸 그나마 튼튼하게 키운건,


정말 우리의 노력이 반 이상이였다고 할 수 있다. 


과자나 케익 음료수도 그닥 즐기지 않는다. 


한개정도 한입정도에서 그치고 어쩌다 한번씩 먹는 아이스크림은 통틀어도 어른 한입이 될까말까이다. 


조금 핥다가 녹는 불상사가 생기니 엄마아빠 가 늘 대신 처리해줘야한다. 


그나마 막대사탕은 좀 사랑하는데 이것 역시 속도가 상당히 느리고 여느 아이들처럼 집착하지 않는다. 


사탕 하나를 두시간 반 먹었던 기록이 있다, 마지막에 남은건 내가 깨물어먹어줬다. 


아 사실 하고싶은 말은 많지만 시간 관계상 요점만 이야기하면,


연휴기간 식사때마다 시은이를 괴롭혔던 (그녀의 입장에서보면) 엄마에게 시은이가 자주했던 두마디,


"엄마, 화내지마세요" (그 음색은 어찌나 부드러운지, 웃음이 나오는건 어쩔수 없다)  


"엄마, 지금은 마귀엄마예요?" (식사때 외에는 천사엄마란다) 


아무튼 긴 시간 끌지않고 난 아이와 어른 모두 좀 더 마음이 편해지는 방법을 찾았으니 다행이라 생각한다. 


판단의 기준이 되어준 한가지 다른 생각이라면..


난 나중에 아이에게 식사에 대한 즐거운 인식이 자리잡지 못하게 될까 우려되는것이지,


혹여 아이가 밥을 못먹을까 말도 안되는 걱정을 하는것이 아니다.


시은이는 깔끔쟁이다. 


스스로 밥을 먹을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먹으면 또 엄청 깔끔떨며 먹는다),


아직 즐기는 법을 모르니 일단 원하는 만큼 즐겁게 먹게하겠다는 것이 내 달라진 생각이다. 

 


물론 난 때론 또다시 마귀엄마가 될 지도 모르지만.




6.


연휴동안,


시은이와 아빠,


시은이와 엄마는 따로따로 충분히 함께 늦잠을 즐겼다. 


아주 행복한 일이다. 


시은이는 언제나 잠들기 전 엄마 얼굴을 붙들고 연신 뽀뽀를 퍼붓는데,


종종 새벽녘에 잠든 상태에서 갑자기 고개를 내게로 휙돌려 뽀뽀를 해버리는 경우가 있다. 


'엄마 좋아' 내지는 '엄마 좋아서' 라고 중얼거리는 것도 잊지 않고.




잡아두고싶은 소중한 기억들이라,


이리 급히 몰아서 일단 써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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