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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시은이 대모험

by 머니위너 2013. 7. 17.

제목은 거창하지만 사실 엄마랑 시은이만 재밌는 이야기다. 지난밤 잠들기 전 책 읽어달라고 조르는 시은이를 두고 입덧때문에 어질어질해진 난 엉뚱하게 색종이 한장을 곱게 반으로 접어줬다.  

 

엄마: 시은아, 이건 시은이 책이야. 시은이가 읽고싶은 이야기는 이 속에 있어.

시은: (호기심에 눈을 번뜩이며 반으로 접힌 종이를 펼친다) 무슨 이야긴데?

엄마: 응, 이건 리시....뽕... 이라는 친구 이야긴데 들어봤어?

시은: (내가 '뽕'하는 순간 이미 쓰러졌다) 크하하핳

엄마: 옛날에....리시뽕이란 친구가 있었는데 눈은 하나고 엉덩이는 네모모양에....

 

이렇게 짧게 리시뽕 이야기를 해주고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데 재미붙인 우리 시은이 하나 더 하나 더 한다. 책보며 읽어주는 것 보다야 입만 움직이는게 덜 귀찮은 나는 다시 이야기거리를 하나 생각해냈다. 이름하여 시은이의 대모험 1탄 (시리즈다).

즉흥적이어서 엉뚱하고 앞뒤는 안맞지만 어떠하랴, 아이만 즐거워하면 된다. 

 

엄마: 옛날에 시은이라는 친구가 있었어. 

시은: (벌써부터 무척 즐거원하는 아이)

엄마: 어느날 엄마랑 아빠랑 공원에 놀러갔는데 공원 저 쪽에 빨간 엉덩이 원숭이가 재주를 부리고 있는거야.

시은: 응.응.

엄마: 시은이는 그쪽으로 달려가서 한참동안 원숭이를 들여다봤어.

시은: (내가 하려던 이야기를 조금은 눈치챘을까) 엄마는? 아빠는? 같이 간거야?

엄마: 응 글쎄, 시은이가 재밌게 원숭이를 보면서 쭈욱 엄마 손을 잡고 있었던 것 같아. 

시은: (안도의 표정)

엄마: (놀라며) 그런데! 엄마손인줄 알았던 손을 보니 다른 아줌마의 손이였던 거야!!! 

시은: (아... 울상..) 엄마는?? (가슴에 손을대며)

엄마: (일단 안심을 시키며) 시은아 걱정마, 이야기 속의 시은이는 곧 엄마를 만날꺼야.

시은: ..

엄마: 시은이는 너무 무서워서 심장이 뛰고 울고만싶었어. 그런데 문득 예전에 엄마가 한 말이 생각난거야.

        밖에서 엄마를 잃어버리면 표파는 아저씨나 안내하는 언니한테 부탁해서 엄마한테 전화를 하라고 그랬거든.

        그래서 시은이는 용감하게 눈물을 참고 옆에 안내하는 언니한테 엄마에게 전화좀 걸어달라고 했어. 

        엄마 전화번호는 133.. (두세번 반복) 

시은: 133...

엄마: 조금있다가 엄마가 달려왔는데 엄마는 시은이가 너무너무 걱정이 되서 막 달려오면서 눈물을 흘렸어. 

시은: (엄마 목을 꼬옥 껴안고) 시은이도.

엄마: 시은이랑 엄마는 꼬옥 껴안고 집으로 돌아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데!

시은: (안도의 한숨)

엄마: 재밌어? 내일은 2탄 해줄게.

시은: 엄마 2탄은 시은이가 엄마 잃어버리는 거 하지마.

엄마: 알았어. 2탄은...... 시은이가 신데렐라를 만나는 이야기야.

시은: (또.... 해달라고 조름) 지금 해줘, 시은이 듣고싶어.

엄마: 안되, 엄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려면 잠을 자고 일어나야하거든. 그래야 더 재밌는 이야기를 할 수 있거든.

 

시은이 대모험 1탄, 너무 교육적인가? 아무튼 겨우겨우 시은이를 달래고 굿바이 인사를 했다. 뜬금없이 만들어 낸 이야기였지만 그런 허술한 이야기에도 즐거워해주니 흐믓했고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아이의 눈을 보고 표정을 살피며 해주는 이야기는 읽어주는 책과는 또 다른 수확이 있다는 것을 또 한번 느꼈다. 오늘밤엔 신데렐라와 시은이를 어떻게 만나게 해 주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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