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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약 먹이기_101124

by 머니위너 2013. 7. 16.

일단 잘 모르겠다, 다른집의 아이들은 어떻게 약을 먹이는지.

 

검색해볼까 했는데 뭐 별다르겠나 싶어 그냥 내 글이나 쓰려한다.

 

 

 

시은이가 얼마전 코감기에 걸렸다.

 

요즘 양약 (특히 물약)은 워낙 달콤하고 그 양이 적어서 별로 두렵지 않지만,

 

27개월 아이에게 한약 (편의상 한약이라고 한다, 정확하게는 중약이다 여긴 중국이니)을 먹이는 일은 쉽지가 않다.

 

아이가 첫 감기에 걸린 11개월때부터 지금까지,

 

시은이는 제법 꿀떡꿀떡 한약을 잘 받아먹는 기특한 아이였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마지막 한약을 먹은 오늘 아침까지도 시은이는 의젓한 아이로 남아있지만,

 

이번 감기약을 먹이는 과정에서 두차례 정도 우리는 난관에 부딪혀야했다.

 

 

 

우선 지금까지 감기약(한약)을 먹인 방식을 이야기해보면,

 

아빠는 좀 강행하는 타입,

 

조금 시도하다가 안되면 안먹겠다고 버티는 아이를 붙잡고,

 

억지로 입을 벌려 집어넣는 형식인데 (시은아빠 미안),

 

보기엔 참 잔인해보이지만 어느정도는 이해한다.

 

약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때문이다.

 

그리고 아줌마와 나는 아이가 원할때 먹이는 타입에 가깝다.

 

 

 

그렇다면 아이의 반응은 어떠할까.

 

사실 한약이라고 해도 그리 쓴 것은 아니다,

 

감초가 섞여있어서 달짝지근하면서 쓰다.

 

색감이 어두워 좀 기분 나쁘고 거부감이 들겠지만,

 

아이에게 얌전하게 마신 경험이 없는 것이 아니니 (초반기엔 정말 꿀떡꿀떡 잘도 삼켰다),

 

알고보면 그닥 고통스럽거나 어려운 일은 아닐것이다.

 

단지 갈수록 약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는 상황인데,

 

이는 어른들의 요란을 떠는 반응때문에 키워진 것이기도 함을 부인할 수가 없다.

 

 

 

아줌마와 나는 주로 아이에게 한약을 먹일때,

 

좋아하는 DVD 프로그램을 틀어준다거나 책을 읽어주며,

 

혹은 정신을 분산시킨 후 먹이는 방법을 선택한다.

 

좀 자랐을땐 더 복잡한 형식으로 협상을 했다.

 

정신을 분산시키는 방식은 갈수록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아이가 받아들일때까지 설득하고 기다려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번 감기때는 쉽지가 않았다.

 

한번은 내가 샤워를 하는 도중이였는데 아이의 비명소리가 났다 (내 귀엔 비명소리).

 

워낙 약먹기에 문제가 없었던 아이라 그 임무를 다른사람에게 맡겼는데,

 

아이가 약먹기를 거부한 것이고 마침 아빠가 쉽지 않으니 약 먹이기를 강행하는 중인 것이였다.

 

내가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땐 아이는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있었고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있었다.

 

아빠는 DVD를 보여주고 아무리 설득을 해봐도 시은이가 약먹기를 거부해서 어쩔수 없이 강요했다고 했다.

 

나는 일단 좀 화가 났지만 진정하고 우는 아이에게 물었다.

 

엄마: 왜 울어 시은아, 약 먹기 싫어? (그리고는 조금은 심술궂게) 아빠가 어떻게 했어? (이 말은 내가 옳지 않다) 

 

시은: 아빠가 때렸어...(으앙 하고 운다)

 

속으로 생각한다, 아이는 아빠의 마음을 몰라주고 때리지는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반감과 불만의 교차로 약먹기 강요를 때린것이라 표현한 것이다.

 

엄마: 시은아, 아빠는 시은이를 때린것이 아니라 약을 먹이려고 한 것이야,

 

         약을 먹어야 감기가 낫고, 감기가 나아야 시은이 좋아하는 물놀이 가지.

 

전에도 말한적이 있지만,

 

나는 아이에게 훈육할 때 침착하기 위해 몹시 애쓰는데 이럴때면 늘 가슴이 뛴다.

 

내 생각이지만 아이는 물놀이 이야기를 하니 마음이 좀 움직인것 같았다.

 

나는 이때다 싶어 '물놀이' 관련 동화책을 가지고 와서 아이를 내 무릎에 앉혔다.

 

곧 아이는 다시 한약을 꿀꺽꿀꺽 받아먹었고 그에 상응하는 칭찬을 받았다.

 

이렇게 첫번째 약 거부 사건은 종결이 되었고,

 

미리 말해두지만 두번째 약 거부 사건은 더 쉽지않아 나를 굉장히 곤혹스럽게 만들어버렸다.

 

 

 

시은이는 그 다음날 아침에도 순조롭게 약을 먹었는데,

 

다시 저녁이 되어 마지막 약을 먹고 자야하는 시간이 되었을때였다.

 

아이는 이번에 필사적으로 약을 거부했는데,

 

먹지 않거나 먹고서 곧 뱉어버리는 방식을 선택했다.

 

참고로 약은 같은 약이다.

 

난 때론 약이 바뀌면 아이에게 그럴만한 이유와 권리가 있다고 여겨,

 

그 약 맛을 보고 먼저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본다 (시도한다).

 

그리고 약이 너무 진하다 싶으면 물을 좀 더 타기도 한다.

 

아무튼 시은이는 같은약을 거부하고 있었다.

 

휴.

 

 

 

첫번째 시도, 난 시은이가 평소에 좋아하는 뽀로로 DVD를 틀어주었다. 실패.

 

두번째, 또 물놀이 이야기를 하며 설득 책을 보여줬다. 실패.

 

세번째, 시은이가 평소 약속에 약한편임을 알기에 그럼 5분만 놀다가 다시 마시자고 했으나 역시 실패.

 

네번째, 더이상 안되겠다 싶어서 시은이에게 나름 설명을 하며 나도 약먹이기를 강행하기로 한다.

 

           시은아, 네가 스스로 약을 먹겠니, 아니면 엄마가 강제로 약을 먹일까. 예전엔 이 방법이 통한적이 있으나 역시 실패.

 

           곧바로 뱉어낸다, 약먹이기를 강행하니 아이가 드디어 울음을 터트리며 괴로와한다 (뭐가 그리 괴로울까, 같은 약인데 싶다)

 

           아무튼 우는 아이를 볼때 엄마맘은 말할 수 없이 불편하다.

 

마지막, 엄마는 지쳤고 아무생각 없이 말한다, 뽀로로도 재미없고 물놀이도 싫고 억지로 먹긴 또 싫으니 어떻게 할까.

 

           DVD 다른거 틀어줄까, 장나라 팡팡 동요 볼래?

 

           정말 아무런 희망을 갖지 않고 한 말인데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곧 DVD를 교체하고 아이에게 약 먹이기를 시도했다. 

 

           드디어 아이는 약을 먹는다.

 

           아이는 역시 존중받고 있는 느낌을 좋아하는 것 같다.

 

 

 

무슨 약을 그리 요란스레 먹이느냐 여기는 사람도 있을수 있겠지만,

 

다른것이 아닌 약이기 때문이였고,

 

나는 아이에게 아이로 인해 내가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가 않다.

 

아이가 억지를 쓰거나 떼를 쓸 때 부모가 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이 아이에게 온다면,

 

그렇게 되면 내겐 더이상 아이에게 훈육을 할 수 있는 권위(권위라는 표현이 맞을까) 가 남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은이 약 먹이기에 관해선 일단 아이의 의사에 따라주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으나,

 

아이가 성장하는 시기 따라 대처하는 방식도 다를듯 하다.

 

 

 

쓰고싶던 글을 썼으니 이제 일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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