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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공주는 왜 안 예뻐요_120824

by 머니위너 2013. 7. 17.

"일본공주는 왜 안예뻐요?"

 

시은이가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내게 던진 질문이다.

 

 

 

이 질문은 두가지를 말해주고 있다.

 

첫째, 시은이가 공주에 대해 꽤 집착하고 있다는 점.

 

둘째, 최근 내가 시은이에게 일본공주에 대한 평가를 했다는 점.

 

 

 

시은이의 또래 여자 아이들은 요즘 공주에 열광한다.

 

만 네살.

 

그간 바비인형도 공주 머리삔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던 아이가 갑자기 공주에 빠졌다.

 

물론 여전히 바비인형은 찬밥이지만,

 

공주치마와 공주 머리삔은 좋아 어쩔줄 모른다.

 

 

 

왜 그럴까.

 

난 사실 쭈욱 공주 이야기를 시은이에게 읽어주지 않았다.

 

계기는 좀 엉뚱한데,

 

한번은 쇼핑몰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꼬마애 둘이서 나눈 대화를 듣고였다.

 

꼬마1: 넌 백설공주도 몰라?

 

꼬마2: ...

 

꼬마1: 어떻게 그것도 몰라?

 

꼬마2: .... (울먹)

 

 

 

백설공주가 뭔데..........?

 

 

 

그후 난 대략 만3세 이전까지 공주를 비롯해 이솝우화 한국전래동화 등등 고전은 가급 시은이에게 읽어주지 않았다.

 

계기는 그렇다치고 이유는 무척 많았다.

 

1. 공주는 모두 예쁘다라는 편견

 

2. 공주는 모두 선하다는 편견

 

3. 공주의 계모는 사악하다는 편견

 

4. 공주는 꼭 왕자가 구해준다는 편견 등

 

그래서 난 일부러 세계 각지의 다른 용감하고 지혜로운 공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는데..

 

역시 아이는 예쁜공주만 선호했다. 흠.

 

 

 

고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1. 선과 악에 대한 편협함

 

2. 명확한 결론

 

3. 한국전래동화속 남녀불평등

 

4. 현실감 결여

 

 

 

난 만 3세 이전의 아이에게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창작동화나 그림이 예쁜 동화, 생활동화가 맞다고 생각한다.

 

아주 엉뚱하거나 혹은 매우 현실적인 그림책.

 

마치 우리가 아이를 다룰때 이 두가지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만 3세가 지나면서 난 점차 아이에게 공주 이야기도 들려주고 명작동화도 보여줬다.

 

왜....?

 

이제 아이는 점차 옳고 그른것에 대한 기초적인 판단을 하기 시작한다.

 

하물며 명작은 명작 나름의 훌륭한 면이 적지않다.

 

일단 그 긍정적인 면만 본다면.

 

예를들어 공주 이야기일 경우 아이는 공주의 긍정적인 면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 꽤 유익하다.

 

1. 공주처럼 예쁘게 말하기.

 

2. 공주처럼 사랑스럽게 웃고 친절하기.

 

3. 공주처럼 바른자세로 앉고 예쁘게 걷기.

 

 

 

이솝우화나 다른 명작동화에서는 아래와 같은 이점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이맘때부터는 책을 읽어주는 사람의 역할도 작지않은데,

 

책을 읽으면서 아이와 대화하고 아이가 어떤 느낌을 가질지 어떤 생각을 할 지,

 

여러각도로 사고할 수 있도록 물음을 던져 준다면 좋을것 같다. 

 

1. 이야기가 다양하고 풍부하다.

 

2.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지혜로움을 배운다.

 

3. 명작에선 언제나 선이 승리하기때문에 선을 권하기 쉽다.

 

4. 전래동화에서는 역사적인 배경을 엿보고 조상들의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5. 감동이 있다. (단 아이는 그 감동을 이해하기 어렵다)

 

 

 

아...

 

일본 공주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이렇게 이야기가 길어졌다!

 

예상할 수 있겠지만,

 

난 아이에게 공주가 모두 예쁘다 라는 편견을 지워주기 위해서,

 

일본에겐 유감스럽지만 '일본공주는 예쁘지 않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아이는 그 말을 듣고 흘린것이 아니라 맘에 담아둔 것이다.

 

 

 

딴 이야기 하나 더 해야겠다.

 

얼마전 시은이는 자기가 백설공주라며 친구와 가볍게 다퉜다.

 

나는 그때 시은이에게 너는 백설공주가 아니고 시은공주라고 이야기해주었는데,

 

아이는 구태여 자긴 백설공주란다.

 

그때 난 문득 아이에게 '명작속의 공주'란 즉 '예쁜사람"을 가르킬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잠자는공주 인어공주 백설공주 다 좋지만 시은공주가 되진 않겠다고 했다.

 

곧 내가 인어공주도 에리얼이라는 자기 이름이 있다고 하니,

 

그럼 시은이는 어디갔냐고 하니 그럼 '시은백설공주'가 되겠다고 한다.

 

아이들의 세상이란...

 

 

 

다시 일본 공주 이야기로 돌아가면,

 

나는 이제 시은이에게 있어서 공주란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다.

 

시은이가 말하는 공주라는 뜻에는 이미 백설,인어공주 등 숨겨진 의미가 있다.

 

즉 예쁜여자=미인 이라는 뜻과 통한다. 

 

그리고 반드시 그에 걸맞는 복장과 치장을 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니 시은이가 들은 일본 공주에 대한 정보는 참으로 신선한 것이였겠다.

 

일본공주는 못생겼다니.

 

왜 공주가 안이쁘다는 것일까? 의문이 든 것이다.

 

재밌다.

 

아이는 그렇게 앞으로도 쭈욱 자기안의 세계를 넓혀 갈 것인데,

 

그때마다 얼마나 신선할 것이며 얼마나 흥미로울 것인가.

 

 

 

참.

 

난 아이의 질문에 이렇게 생뚱맞은 대답을 해줬다.

 

 

  

"그건, 시은아.

 

 일본 공주의 아빠가 못생겼기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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