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m~40m+
길게 쓰면 길어질 이야기들,
한없이 이리 두면 나중엔 메모를 보고도 내용이 떠오를 것 같지 않아,
맘먹고 간략하게 정리해봤다.
1. 팔이 길어지면 어떻하지?
아침시간,
잠이 덜 깬 눈으로 문득 내게 말을 건네는 시은.
시은: 엄마, 시은이 팔이 자라서 방에 구멍이 나면 어떻하지?
엄마: (하하…) 시은이 팔이 길어져서?
시은: 응, 시은이 팔이 길어지면 방바닥에 구멍이 나고 말거야.
2. 너그러운 시은
시은: 엄마, 뽀로로 볼래.
엄마: 어느 대목 보고 싶은데?
시은: 물고기 잡는거, 물고기 잡는거 볼래.
엄마: 물고기 잡는거? 와~그거 찾으려면 어렵겠는걸.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있는 DVD라서 그 중 한 대목을 찾기란…;;)
시은: 천천히 해, 괜찮아 엄마, (여전히 미소 지으며) 천천히..
너그러운 너 ;;;
3. 딱 잘됬어.
목욕 중,
자기 욕조에서 쪼물쪼물거리는 시은,
욕조물이 넘칠것 같아 엄마가 물을 거둬가는 것을 보더니 선심쓰듯 한마디:
“잘됬어, 마침 물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중이였는데, 딱 잘 됬어”
4. 쑥스러워서
어쩌다가 자기 실수로 침대 난간에 머리를 박고서는,
시은: 엄마, 아퍼… (흑흑흑)
엄마: 아이쿠, 시은이 머리 아팠겠구나.
시은: 엄마, 침대 때찌해줘.
엄마: 그래, 때찌 때찌,
시은: … (기분이 좀 나아진 듯) 엄마, 나 이제 이 침대에서 안잘거야. (허걱…)
엄마: 그런데 시은아 침대가 하는말 못들었어?
시은: 뭐?
엄마: (침대에 귀를 대고) “아야아야 아퍼, 난 가만있는데
시은이가 갑자기 머리를 들이박아서 깜짝 놀랬잖아~~”
시은: … (눈은 동그랗게 뜨고, 할 말을 잃은듯)
엄마: 어떻하지? 침대도 아프다는데? 시은이는 할 말 없어?
시은: 쑥스러워서 안되겠어.
5. 바닷물이 노래졌어
역시 뜬금없이,
시은: 엄마, 바닷물이 노래지면 어떻하지?
엄마: 글쎄, 바닷물은 어떻하다가 노래졌지?
시은: 그건 말야.
사람들이 거기다가 자꾸 발을 싰어서 그런거야.
6. 엄마, 운전 배워
“시은이 누가 운전해서 시은이 데리고 가지?”
라며 종종 시은이 아빠가 시은이한테 협박을 하는데,
어느날,
시은: 엄마, 안되겠어.
엄마: ??
시은: 엄마, 빨리 운전 배워야겠어.
엄마: …@.@
시은: 엄마, 지금 운전 배우러 가자.
7. 어떻하지?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나와 신나게 춤을 추는,
시은이가 즐겨 따라하는 율동 동요 DVD가 있는데,
시은: 엄마, 빨리, 빨리, 머리 묶어줘.
저거하고 똑같이 두개로, 나비삔도.
엄마: (언제나처럼 주섬주섬 끈과 삔을 찾아서 머리를 묶어주고)
시은: (신나게 율동 중, 다음 곡으로 화면이 바뀜)… 엉??!!
엄마, 엄마, 나도 머리띠, 머리띠.
엄마: (가까운 거리의 머리띠를 집어주며) 여기~
시은: (다시 다음곡으로 바뀌자 울상을 지으며)
엄마, 어떻하지? 왜 자꾸 머리가 바뀌는거야?
8. 엄마 뭐해?
분주한 아침 시간,
하루중 가장 폭발하기 좋은 민감한 시간,
졸린 눈을 비비고 유치원 갈 준비를 하는 떼쟁이 시은이,
녀석의 기분을 적당히 맞춰가며 마지막으로 시은이 운동화를 현관에 내려놓고는,
오늘도 무사히를 외치려다,
슬쩍 슬로우모션으로 두 주먹 불끈쥐고 녀석의 머리를 쥐어박으려 하는데,
녀석 낌새를 알아챈 후 힐끔 뒤돌아보며 한마디,
“엄마, 지금 뭐해?”
9. 뜻밖의 ‘좋아!’
거의 비슷한 감정 상황에선 언제나 같은 고집을 피우길래,
시은엄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최대한 부드럽게 “시은아, … 해 줄래?” 하고 녀석에게 도전장을 던졌는데,
아이의 뜻밖의 한마디,
“좋아!”
10. 안경 사 주세요.
할로위 데이에 유치원에서 행사가 있다길래,
시은이에게 몇가지 소품을 사 줬다.
그런데 그날 유치원에서 돌아온 시은이 문득 안경을 사달라고 한다.
워낙 무엇인가를 사 달라고 하는 경우가 적은지라,
나는 반갑게 그 ‘안경’이 무엇인지 한참을 추궁한 끝에,
다음날 내 마음대로 가면 무도회 쯤에 쓰고 나갈 안경 가면을 사다주었다.
빙고~~~~~!!
유치원에서 돌아와 안경가면(정확한 명칭을 모르겠다)을 발견한 시은,
신이나서 어쩔줄 몰라하며 한마디 한다.
“엄마, 너무 고마워” (존대말 반말을 섞어하는지라)
이 날‘너무’라는 말은 내겐 백번의 ‘고맙다’는 말보다 소중했다.
11. 시은아~
언제더라,
내가 녀석에게 잔소리를 마구 퍼붓는 중이였으리라.
시은이 듣는둥 마는둥 하다가 냉정하게 한마디 한다.
“엄마, 내 이름을 ‘시은아~’라고 부드럽게 불러주세요”
12. 양치기 소년
잠들기 전,
시은이에게 언젠가 해 준 적 있는 양치기 소년 이야기를 해 주려는데,
녀석 진지하게 한마디 묻는다.
“엄마, 근데 왜 양치기 소년은 자꾸 양을 그려달라고 구래에?”
(어린왕자 이야기와 혼동 중)
13. 그쪽 손은?
시은 엄마 한손에 과일을 들고 시은이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중,
엄마: 시은아, 엄마대신 버튼 좀 눌러줄래?
시은: (녀석이!) 엄마가 해.
엄마: (과일봉지를 보이며) 시은아, 엄마는 무거운 것을 들고 있어서 도움이 필요해.
시은: 그럼 그쪽 손은?
14. 착각 공주
엄마와 시은 유치원 친구들에 대해 이야기 하던 중,
엄마: 시은아, 시은이네 반에선 누가 제일 까불이야?
시은: 동동이.
엄마: 그럼 시은이는 까불이 동동이 좋아해?
시은: 응, 좋아해.
엄마: 까불이라도 상관없어?
시은: 응, 동동이는 나를 위해 큰 애들하고 싸우거든.
퇴근 시간이 다가오니 오늘은 여기까지 써야겠다.
집에 가면 컴퓨터와 TV는 잊고 사는지라,
내가 블로그에 머무는 시간은 길고도 짧은 내 근무시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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