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600 느리게 사는법 한번은 아이가 길다란 플라스틱 용기에서 과자가루를 먹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동그란 원기둥 형태의 용기) 그 모습은 마치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 속 여우의 모습 같았는데 난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아이에게 도구를 사용해보면 어떻겠냐고 먼저 제안했고 시은이와 과자가루와의 사투는 그렇게 시작됬다. 원기둥이 깊어서 숟가락을 넣어도 잘게 부숴진 과자가루는 온전히 담겨지지 않았다. 녀석은 아직 용기를 기울일 마음이 없었고 끙끙대며 수차례 숟가락질을 해 댔는데 그 모습은 정말이지 흡사 실험실의 원숭이와 같았다. 순간 난 아이가 무척 답답하게 느껴졌고 왜 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왜? 저 간단한 것을 못할까? 어쩜 저렇게 간단한 것을 못할까? 저 비슷한 것은 해내더니 왜 저건 또 못할까? 왜 머리를 쓰지 않을.. 2013. 7. 17. 현실적인 이야기 짧지만 굵은 메세지를 담은 편안한 글이 좋은데 오늘은 주저리주저리 길게도 써봤다. 한번은 정리해 볼 만한 생각이였기에. 1. 흔들려도 좋다 나는 세상의 모든 엄마가 자녀를 키우는데 최선이고 마치 아이가 성장기에 사춘기를 거치듯 엄마 역시 심하게 흔들리는 시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흔들리는 과정이야말로 끌려가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 아닐까. 수많은 육아 전문가 내지는 준전문가들의 '이렇게 하지 말라'는 훈계에 우리는 뜨끔해하며 반성하지만 어떻게 그들이 '이렇게 하지 말라'라는 결론에 도달했는지는 한번쯤 생각해 볼 만 하지 않은지. 그것은 그들 역시 '엄마'라는 점에서는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똑같이 흔들리고 반성하고 깍이고 내려놓고를 반복하지만 그래도 구태여 다른점이라면 마침내 소신을 지켜낸 점(소신을 지키.. 2013. 7. 17. 엄마 사진도 찎으세요 신나게 놀고난 다음날 함께 여행사진을 들여다보던 시은이가 내게 물었다. "엄마, 왜 사진속에 엄마는 없어요?" 문득. 내 어린시절 사진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며 가슴이 먹먹해 견딜수가 없다. . . . 내 얼굴도 많이 담아야겠다. 시은이가 다 자라 어릴적 지 엄마 모습이 어땠는지 들여다 볼 수 있게, 먼 훗날 아이가 아이를 낳고 지를 보듬어 키우던 엄마모습이 간절히 그리울 때, 마음껏 꺼내볼 수 있도록. 사진 많이 찍어야겠다. 눈물이 난다. 2013. 7. 17. 보아 구렁이와 모자 아주 오래전에 든 생각인데 어린왕자의 조종사가 그린 1호 그림 말이다. 어른들은 알아보지 못한다고 실망했던 그 그림. 아이를 갖고 아이가 말을 할 수 있게 된 후 어느날 호기심에 같은 그림을 그려 아이에게 보여준 적이 있었다. 아니 우리 아이 뿐만 아니라 아이 친구들에게도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몇번을 물어도 돌아오는 대답은 단 한가지였다. '모자', 그도 그럴것이 '보아 구렁이'가 뭔지조차 모르는 아이가 태반이고 또한 '뱀'은 알아도 '코끼리'를 삼킬 수 있는 '뱀'에 대한 인지적 정보가 없는 한 어떤 아이도 그 그림을 '보아 구렁이'로 보긴 어려울 듯. 사실 나도 당신들처럼 '어린왕자'를 사랑한다. 내 청소년기 심지어는 대학시절까지 붙들고 살아온 책 중 하나가 바로 '어린왕자' 이니. '어린왕자'엔 .. 2013. 7. 17. 울다 웃으면 흠.흠. 똥구멍에 털난다. 남을 비난하는 말이 아니라면 차마 내뱉지 못할 말은 없다. 그런데 이 말의 유래는 무엇일까? 단지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함이라면 순서가 바뀌어야하지 않을까? 웃다가 울면 이렇게. 아무튼 유래는 모르겠지만 최근 난 나름 이 말의 심오한 뜻을 이해해냈다. 아이는 종종 울다웃기도 웃다울기도 하는데 그 어떤 경우던 어른의 울다웃는 내지는 웃다우는 상황과는 사뭇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는 온전히 그 순간의 감정에 충실해서 웃거나 울지만 어른의 경우는 매우 다양하다. 순수하게 울고싶어서 내지는 웃고싶어서 울고웃는 경우를 포함해 울지못해 웃는경우 웃지못해 우는경우 웃어야해서 웃는경우 울어야해서 우는경우 등등. 오늘 아침 아이가 물었다. 시은: 엄마, 왜 울다가 웃으면 똥구멍에 털이나? .. 2013. 7. 17. 잃어버린 자존감을 찾아서 지난밤 아이에게 책을 읽어 줄 때였다. 아기 동물들에 관한 책이였는데 귀여운 흰곰과 검은곰이 서로 부둥켜안고 있는 그림을 보다가 아이가 말한다. 시은: 엄마 여기 흰곰은 란란이고 (최근 가장 친한 친구의 이름이다) 검은곰은 나야. 나는 문득 검은곰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져서 아이에게 물었다. 엄마: 시은인 검은곰이 흰곰보다 좋아? 시은: 아니. 흰곰이 더 좋지. 엄마: (내심 속상해짐) 근데 왜 흰곰을 친구하라고 해? 시은: 내가 흰곰하면 란란이는 기분이 안좋아지거든. 엄마: 그럼 시은이 기분은? 여기서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할까한다. 시은이 반의 한 내성적인 성향의 친구 이야기이다. 한번은 다른아이 둘을 포함해 넷이서 우리집에서 밥을 먹을 때였는데 여자아이들답게 공주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그 내성적인 아.. 2013. 7. 17. 시은이가 우는 이유 네돌에서 다섯돌 사이, 시은이가 가장 쉽게 눈물을 보였던 때는 뭐 사달라고 할 때도 아니고 군거질 하겠다고 할 때도 아니고 친구와 놀고 난 후 헤어짐에 아쉬워서일때였다. 그런 녀석이 요즘은 '헤어짐'에 쿨해졌다. 종종 헤어짐이 아쉬워 다른 트집을 잡으며 성을 내긴 해도 이젠 좀처럼 울지 않는다. 심하게는 두달정도 길게는 반년정도 엄마 아빠를 힘들게하더만. 그래도 역시 이해해주니 언제나처럼 넘어왔다. 그런데 요즘은 딴걸로 운다. 두가지 즐겨 우는 이유가 있는데 그 첫번째는 선생님한테 혼났다고 느껴질 때 (사실 좀 주의를 준 것 뿐) 그리고 다른 한 경우는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이고 우는 경우이다. 흠 물론 늘 그런건 아니지만 좀 완벽주의 성향이 있음은 분명하다. 예를들어, 선생님이 "시은아, 빨리 먹어야지.. 2013. 7. 17. 완벽하다는 것 등원 전 책꽃이에 꼿혀있는 책의 제목을 보다가 아이가 묻는다. 책 제목 시은: 엄마 완벽하다는게 뭐예요? 엄마: 완벽하다는 것? 시은: 응. (요녀석은 존댓말 했다 안했다) 엄마: 시은이는 빨간 사과가 좋아 초록 사과가 좋아? 시은: 빨간 사과가 좋지. 엄마: 그럼 시은이한테는 빨간사과가 사과중 제일 완벽한거지. 시은: 응. 엄마: 근데 어떤 사람은 초록 사과를 좋아해. 그 사람한텐 초록색 사과가 완벽한거야. 시은: 초록색 사과가 어떻게 좋아? 아이가 보기엔 초록색 사과가 몹시 못나보이나보다. 다른 예 하나 더 들어본다. 엄마: 시은이는 분홍색 젤루 좋아하지? 시은: 좋아하지. 엄마: 파란색은 어때? 시은: 분홍색이 더 좋지. 엄마: 그럼 분홍색이 시은이한텐 최고의 색인거야, 완벽한거지. 시은: 그럼 엄.. 2013. 7. 17. 이전 1 ··· 41 42 43 44 45 46 47 ··· 7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