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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맘의 비애_101108 아마도 시은이가 말하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였던 것 같다. 도우미 아줌마에게 심하게 집착하던 아이를 떼놓는 일이 쉽지가 않았다. 지금이야 시은이에게는 엄마가 최고지만, 아줌마에게 가겠다고 울고불고 떼썼던 한때도 있었다.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참으로 가슴아픈 일이다. 엄마 품에 안겨 아줌마에게 가겠다며 울어대던 시은이. 아... 지금 생각해도 난 눈물이 쏟아진다. 시은이 한살 좀 넘었던 때였겠다. 그때 한참 아줌마에게 시은이가 집착을 하기 시작했다. 아줌마는 아이를 돌봐야하는 의무도 있었지만 집안일을 해야하기도 했다. 주방에 들어가서 저녁을 해야하는 아줌마를 붙들고 떨어지지 않겠다고 목청껏 울어대던 시은이, 퇴근후 금쪽같은 시간을 쪼개서 시은이와 놀아줄 생각해 가슴이 부풀어 있었던 나,.. 2013. 7. 15.
시은이와 사진_101108 좀 지난일이지만 재밌는 기억이 있어 글로 남겨본다. 역시 시은이가 좋아하는 '물놀이'를 끝내고 돌아온 날이였는데, 시은이가 주구장창 물놀이 사진을 보자고 조르는 바람에, 정말 밧데리 갈아가며 사진을 보고 또 본 기억이 있다. 신기했던 점 한가지, 아이는 사진속에 모든 과거의 순간들이 담겨있을것이라 생각했나보다. 시은이에게 사진을 보여주던 시은아빠 갑자기 묻는다. "당신 그네타는 사진 삭제했어?" "아니, 나 그네타는 사진 찍은적 없는것 같은데?" 이거이거 어른들의 대화라면 여름 납량특집 쯤 되지 않았을까? 글쎄 시은이가 쭈욱 시은이 그네타는 사진을 보여달라며 칭얼거렸다는 것이다. 수영장에서 그네를 타긴 탔는데 난 사진찍는 것을 잊었었다. 없는사진을 내놓으라고 떼를 쓰다니. 당황스러웠지만 정말 재밌는 기억.. 2013. 7. 15.
물놀이 시은_101108 지난 토요일, 시은이가 그토록 애타게 불렀던 '물놀이'를 다녀왔다. 금요일 저녁부터 내일 물놀이 가는거야? 라고 연신 확인을 해대던 시은이. 실내 수영장에 도착해서 들어가는 정문 앞에서 그만 비명을 지르는 것이다. 와~~~~~~~~! (물놀이 포스터만 보고) 그리도 좋을까! 지난번에 왔을때보다 용감해진 시은이, 물속에 풍덩 빠지더니 자기는 수영을 잘 한다며 허우적거린다, 물은 시은이 가슴 높이다. 진지한 폼이 마치 수영코치같은 표정이나, 잠수는 못한다. 그리 놀기를 한참 하다가 시은이 엄마 어린이 미끄럼틀에 올라가 그 스릴(?)을 느껴볼까 한다. 어린이 전용이라고 써있기 때문에 시은아빠 소극적으로나마 저지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시은이 역시 엄마 타 엄마 타 하며 자기가 아래서 받아주겠노라 하며 .. 2013. 7. 15.
특별한 욕심_101104 고마운 아줌마는 늘 시은이가 특별하다고 말한다. 솔직히 참 설레이는 말이다. 하지만 난 고개를 설레설레 쑥스러워해본다. 특별한 시은, 아줌마는 시은이가 사람을 기분좋게 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말한다. 아 다행이다, 가장 쓸만한 재주를 가졌나보다 하고 속으로 생각한다. 여기까지는 참 좋다. 우울하게도 얼마전부터 내가 시은이에게 시은이 어디가 예뻐 라고 물어보면, 시은이는 마음이 예뻐 라고 대답하는 것을 망설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르쳐줬던 내가 예민할걸까. 게다가 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내 아이를 보며 '이쁜이'라고 말하는 것을 절대로 참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이쁘다는 것에 대한 보다 괜찮은 인상을 심어주고 싶었다. 때론 말하는 것이 그대로 이루어지니까 말이다. 매일 오전 오후 아줌마가 시은이를 동.. 2013. 7. 15.
달나라엔 정말 토끼가 살고있을까_101103 어제 저녁 시은이에게 라는 동화책을 읽어주었다. 의 저자 백희나님의 두번째 창작동화이다. 그 내용 중 이 포스트를 쓰는데 필요한 이야기만 해 보자면 (소개글은 메모 게시판에 스크랩해두었다), 무더운 여름날 밤 아파트에 사는 반장 할머니가 뚝뚝 한방울씩 흘러내리는 달을 담아다가 샤베트를 만들고... (생략), 참, 달이 사라지는 바람에 집을 잃어 난감해진 토끼 두마리도 등장한다. 아무튼 나는 시은이에게 이 이야기를 매우 즐겁게 읽어줬고, 시은이 역시 호기심 충만한 눈빛으로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런데 문득 한가지 의문이 생겨버렸다. 어쩌면 이미 오래전에 내게 던져진 과제였던 하지만 의식적으로 미루어왔던 주제, 아무래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이렇게 오늘 오후가 되서야 글쓰기를 시도한다. 나는 말이다... 2013. 7. 15.
꼬마 통역사_101102 오래전에 봤던 자료에서, 아빠와 엄마가 국적이 다를경우 가급적이면 각자의 모국어를 쓰는 것이 좋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나 역시 그 생각에 동의하며 조금 더하자면 난 시은이에게 한국어 혹은 중국어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냥 엄마말 아빠말 정도로 아이에게 이야기했고, 그렇게 점차 시은이는 자연스럽게 두 언어를 익히기 시작했다. 초기엔 섞어서 사용하는듯 싶더니 언제부터인가 엄마에겐 한국어, 아빠와 아줌마에겐 중국어를 구사하기 시작한다. 물론 절대적이진 않지만 아이는 점차 구분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때때론 말이 헛나오기도 하는 것을 경험했는데, 바로 아줌마에게 말 걸 때였다. 한국어가 튀어나와 아줌마가 못 알아듣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시은이를 쳐다보면, 시은이는 이내 곧 중국어로 수정해서 얘기했다. 시은.. 2013. 7. 15.
그것도 괜찮지_101102 시은이는 간접표현의 달인이다. 갖고싶거나 먹고싶은 것이 있으면 늘 단계별로 말한다. 시은: 哇!~饼干哦~ 우와, 과자네. (1단계: 발견) 我们打开看看? 우리 열어볼까? (2단계: 접근) 摸一摸也可以。한번 만져보는것도 괜찮지! (3단계: 시도) 我拿两个吧? 두개정도 줘보지? (4단계: 제안) 거의 대부분 이런식으로 표현한다. 무엇이 시은이를 이리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달라는거 다 줬는데도 말이다!) 시은이는 좀처럼 바로 달라고 하는법이 없다. 재밌다. 이 중에서도 가장 재밌는 단계는 바로 3단계 이다. ....것도 괜찮지! 몇가지 생각나는 말을 적어봐야겠다. 脱裤子睡觉也可以。바지를 벗고 자는 것도 괜찮지! 打爸爸看看也可以。아빠를 때려보는 것도 괜찮지! 不喝水也可以。물을 안마시는 것도 괜찮지! 脱袜子也可.. 2013. 7. 15.
바나나 막대사탕_101101 주말 저녁 왕징 (북경의 한인타운 정도)에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습관처럼 한인 마트에 잠시 들렀는데, 시은이가 알록달록 꼿혀있는 막대사탕 더미에 마음을 뺏겨버린 것이다. 사실 시은이는 아직까지 한번도 막대사탕을 먹어볼 기회가 없었다. 내가 시은아빠에게도 늘 하는 말이지만, 난 시은이가 나쁜습관 (식습관을 비롯해 첫 음주 경험) 역시 가급적이면 엄마아빠를 통해 첫 경험을 했으면 한다. 덕분에 시은이는 이미 맥주맛도 본 적이 있다. (맵다고 곧 뱉어버렸지만 그당시엔 달라고하니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막대사탕은 정확히 아직 경험해 본 적이 없고 기회도 없었다. 아무튼 드디어 올 것이 온 것이다 싶었다. 시은이는 막대사탕이 꼿혀있는 동그란 박스에서 제일로 길다란 사탕을 꺼내더니, 곧 '시은이꺼야' 말하며 그.. 2013. 7. 15.